책을 읽고

바보 빅터 - 호아킴 데 포사다

송삿갓 2014. 9. 20. 23:33

 도반의 두 번째 이야기 [바보 빅터 - 호아킴 데 포사다]

 

 조금의 진통과 어려움 속에서 도반의 두 번째 이야기로 이 달의 발표자인 프리모는 이 책을 선정하였다. 책을 받아 들고 언제 읽을까 고민을 하다가 하루 읽을 책 무더기의 제일 위에 놓인 이 책, 바보 빅터를 손에 잡았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눈은 책 위에 있으면서 머리는 대학 1학년 때 IQ검사의 해프닝을 더듬었다.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황당하고 진실이라고 말하기도 믿어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책 속으로 빠져 들었다.

 

 이 책의 여자 주인공 로라는 못난이 콤플렉스에 빠져 사는 소녀이며 숙녀, 그리고 엄마다. 책의 마무리에 TV쇼프로를 통해 왜 못난이로 불리기 시작했는지 그래서 그녀를 못난이로 세차게 몰아부쳤던 아버지가 얼마나 가슴아파하는지를 알게 되었지만 로라는 거의 반평생을 못난이라는 틀에 자기를 가두고 살았다.

 또한 이 책의 남자 주인공 빅터역시 그의 행동과 더듬는 말로 인해 바보로 불리워지고 결정적으로 IQ검사 결과의 해프닝으로 인해 바보라는 인식에 대한 결정 자료가 되어 17년을 스스로도 바보로 가두고 살았다.

 

 다른 아이들은 빅터를 바보라 놀리며 밀쳐내는 대신 로라는 무관심 혹은 화를 내는 것으로 빅터를 대한다, 하지만 로라는 왠지 모르게 빅터에 이끌리는 무언가 있는 것을 스스로도 느낀다. 빅터가 학교에 가기 위해 스쿨버스를 탔을 대 다른 아이들은 옆자리가 비어 있음에도 가방을 놓아 앉지 못하게 하는 데 반해 창밖을 바라보는 로라의 옆자리는 비어 있어 그 자리에 앉아 고마움을 표시하는 빅터에게 화를 낸 로라는 저녁에 낙서하듯 글을 쓰려던 이런 생각을 한다.

 ‘연필을 굴리던 로라는 아침 스쿨버스에서 만난 빅터와 만난 일이 떠올랐다. 왜 빅터한데 화를 냈을까? 로라는 스쿨버스에서 과민반응을 보인 게 마음에 걸렸다. 빅터가 뭐라든 무시하면 그뿐이었는데, 하지만 이상하게 그냥 넘어가지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로라는 빅터를 볼 때마다 묘한 당혹감을 느꼈다. 자신의 단점을 닮은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이랄까. 늘 의기소침하고 자신감이 없는 빅터의 모습은 자신과 너무 닮아 있었다. 둘이 차이가 있다면, 빅터는 소심함을 겉으로 드러냈고 로라는 아무도 눈치 못 채게 꼭꼭 감추고 있을 뿐이었다.’

 로라는 빅터에 대해 자신과 닮은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이라 표현했지만 어떤이는 이를 운명이라고 이야기 할 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동조성향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로라와 빅터의 멘토 역할을 하면서 두 사람을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바른 가르침을 추구하는 레이첼 선생님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 왼손에는 한 선, 오른손에는 길이가 다른 세 선을 그어놓은 종이를 들고 두 그룹을 상대로 묻는다. 먼저 교실에 들어온 학생들에게 오른쪽의 세 선 중에서 왼쪽과 길이가 같은 것은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에 먼저 교실에 들어온 학생들은 전부 (2)번이라는 답을 맞힌다. 그리고 나중에 들어오는 B그룹의 학생들이 들어오기 전에 먼저 들어온 A그룹 학생들에게 (1)번과 (2)번을 섞여 주장하게 하도록 합동작전을 한다. 그리고 B그룹의 학생들이 들어오자 레이첼 선생님은 학생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전과 마찬가지로 같은 크기의 직선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척 봐도 1번이잖아요!”

 “아니야, 2번이잖아!”

 “말도 안 돼, 저게 어떻게 2번이냐? 1번이지.”

 작전대로 A그룹 아이들이 1번이 맞다며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였다. B그룹 아이들은 혼란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눈을 감고 똑같은 크기의 직선이 몇 번인지 손가락으로 표시해보겠니?”

 레이첼 선생의 말에 B그룹 아이들도 손을 들었다. A그룹 아이들은 손을 드는 척하고는 조용히 눈을 뜬 채 B그룹의 손을 확인했다. 손가락들이 제각각이었다.]

 A그룹의 아이들은 B그룹의 아이들을 바보라고 놀리자 레이첵 선생은 방금 우리는 애시라는 심리학자가 사람의 동조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했던 실험을 재현했단다.”

 “동조성향이 뭐냐?”고 묻는 학생들에게 A그룹은 방해를 받지 않고 독립된 상황에서 A그룹 자신이 스스로 생각했던 것이고 B그룹은 A그룹의 방해를 받아 남의 말에 동조했던 것이라며 동조성향을 설명한다.

 

 동조성향은 프레임이론(Frame theory)’과 외부의 영향으로 인하여 자신의 주체성에 혼란이 온다는 것에 비슷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어느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지금부터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가의가 끝날 무렵 학생들에게 묻자 모든 학생들이 코끼리를 생각했으며 그것도 교수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그랬다는 것이었다. 사람의 인식의 틀은 무언가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그 순간부터 인식의 틀은 그 생각하지 말라고 했던 무언가의 틀에서 인식이 맴돈다는 이론이다.

 

 빅터나 로라는 동조성향 내지는 프레임이론의 피해자이며 그로인해 젊은 인생을 바보와 못난이로 산다. 반면 레이첼 선생은 자기를 믿으라는 가르침을 준다.

 [“예전에 백만장자들을 대상으로 부자가 된 비결을 물은 적이 있단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비결이 뭔 줄 아니? 바로 자기믿음이었지. 자기 믿음이란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직관,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 걸 말하지.“

 “에이, 그럼 누구나 다 백만장자가 됐게요.”

 “그래, 지금 너희들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런데 어른이 되면 자신을 믿기 어려워진단다.”]

 레이첼 선생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주변에 방해자들이 많고 그들은 우리를 혼란에 빠뜨려 우리에게 부정적인 프로그램을 주입시켜 우리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고 그래서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면 하고자 하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강조하며 최후의 순간까지 자신에 대한 믿음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준다.

 

 바보로 인식되어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학교의 판단에 빅터는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되고 레이첼 선생만이 배웅을 해 준다. 그렇게 떠나는 빅터는 학교의 조각상 기둥에 새겨진 문장을 본다.

 “Be Yourself(너 자신이 되어라)”

 그렇게 빅터는 자신의 마지막 학교인 메를린을 떠나 나는 바보라는 인식의 틀과 함께 세상으로 나간다. 그리고 불행과 행운 그리고 다시 찾아 온 불행이 이어지는 바보로 살아간다.

 우리는 정신은 행동을 지배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많이 말을 한다. 슬픔에 빠지면 몸도 힘이 없어지고 행동하는 것도 느려지며 세상 모든 것이 슬퍼진다. 운동을 하면서도 나는 안 될거야라는 생각을 하면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어라며 자위하기도 한다. 빅터가 그랬고 로라의 삶이 그랬다.

 

 빅터가 길거리의 광고판에 있는 수학문제를 풀어 애프리에 특채되어 회사의 테일러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테일러 회장이 이런 말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지. 학력, 직업, 패션, 자동차··· 심지어는 인생의 동반자까지, 그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산다고 안도하지만, 결국 세상의 기준에 끌려 다는 것에 불과해. ······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을 따라야 하네. 남이 만든 표지판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표지판을 세워야 해.”라며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기준이 자신 안에 있으며 관건은 그 기준을 따르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라 이야기한다.

 

 세상의 타인 혹은 타인의 동조성향에 흔들려 자신을 잃는 삶을 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세상의 바람에 갈팡질팡 할 때가 많다. 이는 자신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을 때 더욱 그럴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기준을 잘 설정하고 믿음을 가질 때 자신만의 바른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또 다른 한 가지는 다른 사람의 판단이나 의견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것도 삶의 중요한 원칙임에는 틀림없다. 이 역시도 나의 기준이 필요하다. ‘나는 내 자신을 가장 믿고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Sep 20,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