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도 있다. 이 두 가지 말뜻은 남이 잘되면 시기와 질투를 일컫는 말이다. 원래 우리 조상들은 ’두레‘ 혹은 ’품앗이‘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협동정신을 잘하던 민족이다. 또한 지난 1990년대 말에 찾아온 IMF 때에 금을 모으자고 했을 때에도 장롱에 꼭꼭 숨겨놓았던 아이들의 백일이나 돌 반지 등을 들고 나라의 어려움 해결에 동참한 민족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다른 나라사람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름, ’붉은악마‘라는 응원단에 이끌리거나 자신이 악마가 되어 함께 응원한 민족이다.
물론 조상들 모두가 협동정신이 적극 참여한 것도 아니고 IMF때 국민 모두가 금을 들고 은행으로 달린 것도 아니며 국민 모두가 붉은악마에 동참한 것도 아니지만 분위기나 흐름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부터 21년 전인 1993년 10월 전라북도 부안군 인근에서 출항하지 말아야 하는 기상조건에서 221명 정원의 서해훼리호에 141명이 초과한 362명을 태우고 가다 침몰하여 292명이 사망하였다. 당시 대통령은 김영삼으로 ‘사고공화국’이라는 멍에를 썼고 “안전 불감증”이라 대책을 마련하라는 질타 이어졌다. 하지만 당시 사고 후 훈련 중인 미군 배에 받혀 침몰했다는 이야기도 없었고 유족들이 위령탑을 세워달라는 시위도 없었고 국정조사를 하자는 시위도 없었으며 대책위원회 임원들과 국회의원이 같이 저녁을 먹고 대리기사를 구타한 일도 없었다. 물론 그 때 안전 불감증에 대해 더 따지지 않아 21년이 지나 비슷한 사고가 났으니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자는 이야기라면 더욱 휘몰아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보다는 미국의 정치나 경제에 더 더욱 신경을 쓰고 더불어 살아야 하는데 한글과 한국말에 익숙한 우리가 들리고 보는 한국을 외면하고 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자꾸 눈이 가고 귀를 쫑긋 세우게 되는데 요즘 한국의 돌아가는 형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비꼬인 심리’가 만연하고 푹 찔러 봤다가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것들이 많이, 자주 보인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더욱 심해지는 것일까?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물질 풍요속의 정신적 빈곤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못 먹고 못 입던, 가난 하게 살던 시절에는 ‘아침을 드셨나요?’라는 인사를 하던 때는 먹어야 하는 것 때문에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참고 착한 척 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정신적 빈곤에 남이 잘되는 것을 질타하며 꼬집고 의심하며 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허만 고센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갈증이 날 때 첫 모금의 물은 만족이 크지만 마실수록 만족은 줄어든다는 법칙이다. 배가 고플 때는 먹을 것을 찾게 되고 배불리 먹었을 때는 먹을 것을 찾지 않는다. 이 때 사람의 심리는 다른 무언가를 찾게 되어 있는데 비꼬인 심리에서는 남이 가진 것을 빼앗고 싶고 그렇지 못할 때는 꼬집어 버리게 하거나 가진 자에게 죄책감을 뒤집어씌운다. 거기에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면서 아주 쉽게 퍼뜨리고 동조를 구하는 형태로 인하여 오늘날과 같은 비꼬인 심리가 만연하는 사회가 된 것으로 생각된다.
한 사람의 평생은 긴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아주 짧다. 자기를 사랑하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는 것이다. 비꼬인 심리로 남을 헐뜯고 매도하는 시간에 공부하고 자신을 사랑하며 행복하게 만들어 주변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삶을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주변 한 친구가 모임 때문에 바쁘게 사는 나를 보며 “그 모임을 위해 바쁘게 일하는 것이 행복해요?”라고 물으며 “행복하지 않으면 그만 두고 기왕에 할 거면 행복하게 하세요.”라는 조언을 하였다. 한 방 크게 맞았다.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나를 가장 사랑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는 내 자신이 내가 하는 일을 행복하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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