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의 컬럼과 글

새벽에

송삿갓 2014. 10. 10. 15:54

새벽에

 

갑자기 눈이 번쩍 떠지는 느낌이 좋지 않다.

지난 밤 저녁 식사 후 계속되는 더부룩한 속이

나를 괴롭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나를 깨운 것은 아니다.

꼭 뭔가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어야 하였지만

뒤로 미루고 억지로 잠자리에 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당장이라도 하지 않으면 무슨 큰일 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아니야 이것은 나를 불면증으로 이끄는 유혹이야.

이 유혹에 내가 넘어 갈 수는 없어하면서 발버둥 치듯

잠을 청하려 하지만 눈은 점점 말똥말똥,

마음속에서는 잠을 자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기계에서 가래떡 나오듯이 주구장창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도시의 불빛 또한 나를 흔들어 깨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사그라져가는 모닥불에서 꺼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모락모락 연기 나듯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맴돌기 시작한다.

당장 듣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고독 같은 것에 결국은 몸을 일으켜

몇 번을 반복해서 음악을 듣고야

그리움에 사무친 연인을 만난 것 같은 갈증이 풀리며 상념에 잠긴다.

그리고 이제는 영원히 자지 않아도 될 것 같이 잠은 멀리 달아나 버렸다.

이런 게 외로움 아닐까?

하지만 슬프다거나 피하고 싶지는 않다.

날카로운 칼날로 베어 아프기는 하지만

그 통증을 즐기기라도 하듯

아님 가려운 곳을 닿을 듯 말 듯 긁으며 가려움과 시원함을

동시에 즐기듯 외로움을 즐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멀리 보이는 다운타운의 한 건물에서 깜박거리는 불빛에

마음을 열었다 닫았다하며 동기화 시킨다.

미치도록 좋은 책을 빨리 넘기면 아까워 천천히 장을 넘기듯

느릿느릿 내 자신과 대화를 시도해 본다.

너 이 밤에 왜 잠 못 이루고 이러고 있니?”

몰라

이게 너를 사랑하는 것이니?”

사랑?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괴롭히는 것은 아니잖아?”

잘 때는 자야지

그건 알지. 그런데 잠이 달아나 버렸어

그럼 내일 피곤하잖아

그건 내일 일이지. 지금은 그냥 고독을 즐기자

너 어디 아픈 건 아니니?”

, 머리가 조금, 그리고 어제 저녁이 소화가 안 되며 조금 더부룩,

하지만 그게 잠을 달아 나 게 한 것은 아닌 것 같아

따스한 차라도 한잔 줄까?”

글쎄 지금은 아닌 것 같은데······”

누구라도 불러줄까?”

아니 그냥 너랑 이렇게 있으면 되

넌 내가 그렇게 좋아?”

그래 좋지

너 가을 타는 구나?”

그럴지도 모르지.”

“······”

“······”

침묵이 흐른다

 

눈을 감고 들리는 피아노 선율에 마음을 싣는다

눈물이 흐른다

아파서도 슬퍼서도 아니다

아니 어쩌면 너무 외로운데 아니라며 몸부림치는 눈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다

나른해 지는 몸에 흐르는 눈물이 마음을 평안하게 한다

그렇게 도심 한 복판의 어둠 속에서 껌벅거리는 불빛과 친구하며 밤을 즐긴다

이게 외로움일지라도 사랑할 것이다

고독과 대화하며 말이다

Carpe Diem······

 

Oct 1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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