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4일 아침이다.
가을비라고 하기에 많은 비가 줄기차게 내린다. 새벽에 비가 창을 때리는 소리에 잠을 깼을 정도니(아님 잠을 깼는데 빗소리가 난건지도 모르지만) 많은 비가 줄기차게 내린다. 눈을 떴을 때 일어나야 할 시간인데 일어나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뭉기적 거리고 싶은 마음에 몸을 일으키기 않는다.
길지 않은 선잠에 알람이 나를 흔들어 댄다. 평상시 같으면 벌떡 일어나야 했지만 어린 여자아이가 누군가 골릴 때 날름 혀를 내밀 듯 팔만 뻗어 알람을 끄고는 몸은 그대로 이불속에 보호한다. 머릿속에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타당성을 찾는다. 화요일 아침이니 타당성이 있을리 없다. 하지만 몸이 투정부리듯 마음을 지배하면서 일어나는 것을 거부한다.
어제 저녁 다른 날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보다 훨씬 전에 찾아온 피곤함으로 침대로 가기를 원했지만 그러다 12시도 되지 않아 깨어나 밤새 뒤척일 것에 참으라 참으라 하면서 시간을 끌었지만 결국은 한 시간 정도 먼저 몸을 던지듯 잠자리에 들었다. 몸에 문제가 있다면 며칠 전부터 감질나게 건드리듯 훌쩍거리며 찾아온 감기 기운이다. 그래도 견딜 만 했는데 결국은 그 녀석에게 지고 만 것처럼 침대에 나를 자빠뜨리고 말았다.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했는데 결국은 일어나지 않았다. 크지 않은 풍랑에 좌초하듯이 침대 위에서 표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길지 않은 잠에 취했다 깨어나도 개가 땅에 코를 박고 뭔가 찾듯이 몸은 잠이 부족하다며 다시 잠을 찾아 잠결을 헤맨다.
누군가 나에게 가을 타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하였다. 그 물음에 “어쩌면...”이라는 내 스스로의 답을 내고 ‘정말 그런가?’라며 나를 더듬어 본 일이 있다. 한 동안 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가뭄의 강바닥 같이 감정이 메말라 있었다. 감정의 숨을 들이킬 때마다 뜨겁고 메마른 공기가 내 몸 깊숙이 들어와 모든 혈관을 불타게 하는 것에 내 존재 조차도 모두 타버린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가을바람과 함께 모래사이로 조금씩 스며드는 물기처럼 감정이 되살아남에 안도의 기도를 한 일이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가을을 탄다는 정도의 깊이는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메마른 감정을 가지고 보낸 바쁜 나날 때문에 몸과 마음은 서서히 지쳐 힘겨워 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사막을 빠져나와 물로 몸을 적시고 나서야 느껴지는 나른함과 같이 조금은 쉬어야 한다는 그래야 또 길을 갈 수 있다는 그런 요구를 몸과 마음이 서로 주고받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나를 좌초시키고 무기력이나 나태함으로 내 모는 것은 아니라는 자위를 한다. 그래 조금 쉬자. 욕심이나 욕망도 나태해지지 말고 내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자신에 대한 재촉도 잠시 멈추고 그냥 쉬었다 가자. 끝을 모를 것 같은 잠도 그냥 즐기자. 하루 쯤 나태하면 어때?
다시 침대를 찾는다. 마음껏 취해 보자. 끝없는 욕망을 방치 하듯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