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592일째 2022년 7월 25일(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22. 7. 26. 10:12

천일여행 2592일째 2022725() 애틀랜타/맑음

115/29/206

 

긴 잠을 잤다.

스마트워치에 표시된 것에 의하면 9시간 28, 수면점수 62

밤사이 화장실도 두 번이었던가, 다른 날에 비해 훨~씬 적은 숫자다.

밤새 오디오가 틀어져 있어 아침까지 오디오북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다른 때 같으면 소리가 잠을 방해 할까봐 껐을 텐데 그냥 켜져 있는 게

소리를 못 듣고 잠잔 건지, 아님 거슬렸지만 끄는 것 자체가 귀찮았는지 모르겠다.

지난 며칠 자다 깨면 다시 잠드는 게 쉽지 않아 뒤척였던 날들이 있어

그걸 의식해서 그냥 잤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토요일 오후 무더위에서 18홀을 걸었던 게 무리가 왔던 건지

아님 어제 걸으면서 같이 걷는 사람이 지치는 모습에 나도 그러했는지

어지럽고 두통이 있어 약을 먹고 다른 날에 비해 거의 1시간 먼저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해의 모닝콜이 있을 때까지 그냥 계속 잔 것이다.

 

간단하게 시리얼을 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다 화장실에 가서

그야말로 거사를 치루고 나름 단장을 하곤 어머님과 영상통화를 했다.

얼굴이 약간 붓고 눈이 쑥 들어가신 게 어디 아프셨던 것 같아

어디 아프셨어요?”라고 물으니 지난 이틀 아파서 고생했다.”라는 대답이다.

토하면서 먹기 힘들고, 힘이 없어 앓으셨는데 지금은 괜찮단다.

다행이 동생이 두 번이나 다녀가셨다니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으면서

통화를 이어가다 마치는 데 얼핏 어머님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눈물이 보였다.

끊어가는 과정이라 더 이상 말을 못해 다시 연결 할까하다가 그냥 말은 건

혼자 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이상한 논리(순전히 내 경험 상)로 그랬지만

마음이 멍~했다.

 

아해와 통화 연결이 되었는데 저녁 운동을 마치고 왔을 시각이라

샤워를 한다기에 서둘러 통화를 마쳤다.

커피를 한 모금 머금고는 창밖의 건너편 숲에 아침 햇살이 드는 풍경을 보는 데

마음이 뻥 뚫린 것 같고 귀에서 귀뚜라미소리 같은 이명까지 나를 훑어간다.

몸과 마음을 현실로 돌리기 위해 다시 커피 한 모금을 머금으니

입안에 따뜻함이 느꼈지만 이명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은 허공을 맴돈다.

월요일의 이른 아침이라 지나가는 자동차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데

옆 건물의 에어컨 실외기소리가 신경 쓰여 피아노 음악을 틀었다.

이명과 실외기소리, 음악까지 서로가 내 마음을 잡겠다고 경쟁하는 것이

전혀 다른 나라의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같다.

과거로 가지 않고 내일을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오늘 뭘 할지 생각하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풍랑에 중심을 잃은 작은 배 같지도 않은

그냥 멍때림으로 한 참을 보냈다.

그러다 왕멍의 무위란.’이 읽고 싶어져 가져왔다.

 

무위(無爲)’?

소극적인 뜻으로 이 두 글자를 해석해서는 안 된다.

무위라고 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위는 무효하고 무의하고 무의미하며 무료하며,

해롭고 상처를 주며, 손해를 주거나

어리석고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는 다는 말이다.

 

사람은 한평생 많은 일을 하게 된다.

하루에도 많은 일을 한다.

성과를 내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장 어려운 일은

다른 사람이 성과를 거두었을 때 질투하지 않는 것이다.

쓸데없는 논쟁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옹졸하게 손해를 볼까 근심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큰소리를 치지 않는 것이며,

떠들썩하게 자기를 포장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의 주장을 남에게 설득시키려 하지 않으며

작은 집단에 저만 잘난 체 재잘거리지 않는 것이다.

쓸데없는 말을 빨랫줄 마냥 길게 늘어놓지 않는 것이다.

실현하지 못할 많은 일들을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일방통행으로 많은 정력과 활동을 소모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위다.

 

월요일 아침의 햇살이 많이 밝아졌을 때 멍때림에서 빠져나와

음악 듣는 것을 이어가며 여유로움을 찾았다.

물론 이명도 길게 페이드아웃 되어가는 것도 풍경의 한 조각으로 자리했다.

 

커피메이커

지난번에 물을 채우고 달리 on 스위치를 켜지 않았음에도 절로 작동이 되어

고장 난 것으로 생각해 다른 것을 사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뜯었지만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겨우 조립했더니 잘 작동을 했던 커피메이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같은 문제로 신경이 쓰였지만

전날 저녁 자동으로 Setting하지 않고 아침에 플러그를 끼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음에 당분가 더 써보고 언젠가 다시 고쳐보자며 미뤄왔었다.

실내악을 듣다가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작업테이블이자 식탁으로 옮겨

벌리기 시작했다.

나중 마치고 치울 때 귀찮으니 가능한 최소한의 연장으로 해보자며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필요하거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은 걸 하나씩 늘리다보니

잦은걸음에 도구 종류와 숫자도 많아졌다.

자기는 요리할 때 벌리면서 하는 게 특기야.”라는 아해의 말이 생각나 피식 웃었고

걱정 마 내가 다 치울 거니까.”라는 내 대꾸가 생각나 또 한 번 웃으면서 보고팠다.

아해와는 처음 연애할 때 까지는 아니더라도 늘 설레는 마음으로 사랑하자고

다짐했던 생각에 지금도 처음처럼 늘 그런 거 맞지?’라는 자문에

그럼.’이라는 자답에 음악이 더 아름다웠고 하는 일도 즐거웠다.

그럼에도 오늘 또한 원인을 찾지 못했고 완전히 고치지 못했다.

, 원인은 알았다.

탱크에 물을 채우더라도 on이 되지 않아야 하는 데 파워만 끼우면 절로 켜지는

것까지 알았지만 어느 센서에 문제가 생겨 그러는지 찾지 못한 거다.

당분간 물을 채우고 커피를 갈아 여과지에 넣고 아침에 일어나 전원코드를 끼우자.’

조그만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그 정도를 사용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것으로 타협.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분주하지 않게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게 좋았다.

이른 아침의 이명은 사라졌고 괜찮은 오디오시스템을 통해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가,

밝아진 햇살을 멍하게 바라봄에 아침에 찾아 읽었던 왕멍의 무위를 떠올리기도 하며

시간을 누리고 있는 게 참 좋았다.

어제가 없었고 내일도 생각하지 않는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즐김에 많이 감사했다.

 

전화기가 고장 났다.

화면을 펼쳤을 때 가운데 윗부분에 스크린이 조금 떨어졌지만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는데 점점 벌어지더니 중앙 Hinge부분을 따라 세로로 검은 띠가 생기더니

오른쪽은 터치스크린도 되지를 않았다.

당황했지만 마음을 차분히 하고 삼성 Account를 확인하니 작년 825일에 받았고

1년이 되지를 않아 Warranty를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삼성 US에 전화 걸어 몇 가지 점검을 하다 결국 서비스센터 안내를 받았고

내일 오후 2시에 방문하는 걸로 예약을 마쳤다.

시간을 빼앗기는 성가신 일이긴 하지만 Front 스크린에도 문제가 있어

신경이 쓰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또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에 다행이고 감사했다.

초긍정적 사고인가?

암튼 내일 서비스 점에 가서 해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리가 되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마무리하면서

큰 탈 없이 보낸 오늘에 감사하고

어머님과 통화한 것에도 감사하며

아해와 통화를 한 것도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