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의 컬럼과 글

찬 바람이 불면

송삿갓 2014. 10. 30. 22:29

찬 공기, 10월 말,

첫눈이 기다려지는 마음이라고 할까요?

첫눈이 와도 아무런 약속이 없는데

뭔가 약속이 있을 것 같고

막연한 기다림의 셀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많은 연인들이 첫 눈에 대한 로망과

그에 따른 약속을 많이 하다 보니

나이는 들어가지만 로맨틱한 뭔가를 하고픈

막연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여름 빨간 봉숭아,

꽃잎을 따서 백반과 함께 조그만 돌로 콕콕 빻아

손톱 위에 얹어 비닐로 잘 감싸고

이불 씻는 굵은 하얀 실로 꼭꼭 매어 하루 밤을 자고나면

손톱은 물론 손가락까지도 조금은 탁하지만 예쁜 분홍빛 물이 들지요.

며칠 지나면 손가락의 분홍색은 없어지고

가련한듯하면서도 예쁜 분홍이 손톱에 남지요.

그 손을 보면 왠지 잡아보고 싶은

하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고 그저 힐끗힐끗 눈길만 보냈답니다.

 

가을이 오고 손톱이 자라

원래 손톱의 색깔이 봉숭아의 분홍빛을 아주 조금씩 아래로 밀어냅니다.

첫눈이 올 때까지 손톱에 분홍빛의 봉숭아물이 남아있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며

가능한 더디게 자라기를 바라고

자르는 것도 아끼며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하더군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 소원이 나에 대한 마음이었으면 하는

내 소원을 살포시 얹어 함께 기도하였는지도 모릅니다.

 

찬바람이 불고

10월이 갈 때 즈음이면 그렇게

첫눈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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