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공기, 10월 말,
첫눈이 기다려지는 마음이라고 할까요?
첫눈이 와도 아무런 약속이 없는데
뭔가 약속이 있을 것 같고
막연한 기다림의 셀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많은 연인들이 첫 눈에 대한 로망과
그에 따른 약속을 많이 하다 보니
나이는 들어가지만 로맨틱한 뭔가를 하고픈
막연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여름 빨간 봉숭아,
꽃잎을 따서 백반과 함께 조그만 돌로 콕콕 빻아
손톱 위에 얹어 비닐로 잘 감싸고
이불 씻는 굵은 하얀 실로 꼭꼭 매어 하루 밤을 자고나면
손톱은 물론 손가락까지도 조금은 탁하지만 예쁜 분홍빛 물이 들지요.
며칠 지나면 손가락의 분홍색은 없어지고
가련한듯하면서도 예쁜 분홍이 손톱에 남지요.
그 손을 보면 왠지 잡아보고 싶은
하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고 그저 힐끗힐끗 눈길만 보냈답니다.
가을이 오고 손톱이 자라
원래 손톱의 색깔이 봉숭아의 분홍빛을 아주 조금씩 아래로 밀어냅니다.
첫눈이 올 때까지 손톱에 분홍빛의 봉숭아물이 남아있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며
가능한 더디게 자라기를 바라고
자르는 것도 아끼며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하더군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 소원이 나에 대한 마음이었으면 하는
내 소원을 살포시 얹어 함께 기도하였는지도 모릅니다.
찬바람이 불고
10월이 갈 때 즈음이면 그렇게
첫눈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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