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의 컬럼과 글

나는 왜?

송삿갓 2014. 10. 29. 21:20

결국은 이렇게 되었다.

고립이라는 동굴에 다시 나를 밀어 넣었다.

일관된 모순에 굴복하고 타협한 내 자신이 미워서

습관처럼 이렇게 나를 고립시키고 학대하게 되었다.

최근 몇 주 동안

즐거움과 행복이, 그리고 사랑이 있어

더 이상 내 자신을 힘들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 하며

예전의 나를 잊고 정말 새로운 사람으로 사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뭐가 부족한가 보다.

 

매일 아침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살겠노라고

다짐하며 기도를 하며 나를 위로하고 달랜 것에

보람도 없이 또 이렇게 되고야 말았다.

그만두겠노라고 뗑깡부리듯 징징거림에

그럼 그만 두라고 말하지 않은 내 자신이 싫어

일을 하기 전에 문제가 있으니 선택하라고 하였음에도

일을 마치고 나타난 문제에 대해

들은 일이 없다고 칭얼대는 것에

나를 죽이고 이야기를 들어 준 것에

나는 잘 했다고 하는 것에

내 자신은 옳지 않음에 타협했다며

아님 적당하게 얼버무린 모순에 지고 말았다며

나에게 질책하며 나를 가두고 말았다.

적당이나 일관된 모순에 그냥 편하게 살려

실수도 하고 때로는 어눌한 모습도 보이며

적당히 와 어우러져 살기를 바랬는데 말이다.

!

이번에는 얼마나 깊이

얼마나 오래 지속 될까?

아니 조금 길어도 좋으니

내 자신을 버리지 말아 달라 애원이라고 해야 하나?

피곤이 엄습하고

괜시리 눈물이 난다.

자리에 눕고 싶다.

그리고...

그리고...

 

이후

견딜 수 없는 피곤함이 몰려와

결국 자리에 눕고 말았다.

까물어치듯 얼마를 잤는지 모른다.

아님 다른 세상에서 다시 태어난 것 같은 마음이다.

~~하는 메일이 온 소리에 잠을 깬 것인지

아님 잠을 깨자마자 메일이 온 것인지 모른다.

움직이기 싫은 팔을 들어 전화기를 집어 든다.

 

메일은 이렇게 끝이 났다.

평안한 오후입니다.

부디 마음도 함께 묻어가시기를...‘

그렇구나 나와 상관없이 세상은 평온하구나.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음악을 튼다.

예의 습관처럼 이럴 때 내가 듣는 음악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이 노래의 마지막 구절

내가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나를 간절하게 원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닌 세상이 나를 원한다는 핑계와 위안으로

일어나 기지개를 켠다.

 

내가 이 음악을 듣는 다는 것은

아픔을 털고 일어난다는 뜻이다.

마음속에 상처는 남겠지만

그래서 언젠가 상처가 덧나 나를 다시 아프게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고립된 나를 끄집어내겠다는 신호다.

다행이고 감사하다. 나에게 메일을 보내준 친구에 더욱 감사하다.

그렇게 오늘도 아프고 일어나고......

그리고...

그리고...

 

Oct 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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