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627일째 2022년 8월 29일(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22. 8. 30. 10:37

천일여행 2627일째 2022829() 애틀랜타/맑음

145/35/241

 

월요일 아침 맑은 햇살이다.

그러지 않을 게 분명 한데도 참 오랜만에 보는 아침의 맑은 햇살 같은 느낌이다.

비발디의 4계를 듣는다.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중 하나인데

바이올린 선율이 밖의 맑은 햇살처럼 간결한 날카로움으로 들린다.

 

어제 저녁 어머님과 통화를 했다.

요즘 조금 서운해.”

왜요?”

전에는 매주 빠뜨리지 않고 두 번씩 전화를 하더니 요새는 한 번만 하는 것 같아서.”

예전하고 똑같이 전화를 하고 있고 지난 번 한국을 다녀온 뒤로는 주로 영상통화까지

하는 데 이 같은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

어머님, 아닌 데요. 전과 똑 같이 하면서 지금은 얼굴을 보면서까지 통화하는 데요.”

그래? 그런데 나는 안 그런 것 같아.”

작년에 비해, 아니 지난 번 한국을 다녀온 뒤 부쩍 자주 아프다고 하신다.

큰 병은 아니지만 토하고 주저앉고 횟수가 많아졌고

영상통화를 하다 보니 몸이 좋지 않으실 때는 확연히 얼굴이 다른 걸 안다.

기력이 떨어지고 늙어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처럼 말이다.

 

둘째가 자꾸 짜증만 낸다.”

그래요? 자기도 아프니까 그걸 거예요.”

그래 그런 가봐. 그래도 짜증내니까 무섭다.”

동생은 지난 2월에 갈비뼈가 부러져 몇 주 고생을 하더니

얼마 전에는 코로나가 걸려 심하게 앓고 이제 조금 회복 되는 중인데

어머님께 짜증을 내거나 하지는 않을 텐데 자기가 아프니까 더 밝지 못하니

어머님께는 그렇게 보이고 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어머님, 몸이 안 좋으니 그렇게 보이는 거고, 둘째가 안 그러잖아요.”

 

어머님은 급 화제 전환을 하신다.

추석에 못 오지?”

당황했지만 티를 내지 않으면서

, 못 가지요.”

그럼 언제 오니? 지난 번 다녀 갈 때 또 온다고 했잖니?”

, 12월에 갈 거예요.”

추석 혼자 보내려면 쓸쓸하겠다.”

아니요. 추석인지도 모르는 데요.”

나를 보고 싶음을 추석의 쓸쓸할 것으로 포장하는 의미임을 안다.

그래도 뭐라도 맛있는 거사다 먹어라.”

, 꼭 그럴게요. 감사해요.”

그래도 얘비랑 이야기하니 마음이 개운하다.”

오늘 아줌마 안 오세요?”

아니, 올 거다. 그런데 별로 할 일이 없어 수다만 떨다 가는 날도 있다.

그래서 어떤 때는 같이 화투쳐

, 그것도 어머님한테 필요한 거예요.”

둘째 보고 그런 이야기하고 아줌마 그만 쓸까라고 물었더니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라며 화를 내더라.”

어머님, 그 이야기는 안 하기로 했잖아요.”

아까워서 그러지.”

요양보호사가 와서 별로 하는 일 없이 수다만 떨다 가는 게

아깝기도 한 거지만 어머님 나름 뭔가 주장을 하고 싶음도 충분히 안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는 것도 필요한 건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머님 이야기하고 같이 화투치고 해 주는 것도 어머님께 도움이 되는 거예요.”

그래 고맙다. 얘비에게 이야기하면 이렇게 들어주는 게 고마워.”

, 저에게 언제든 쏟아내세요.”

요양보호사가 청소를 깨끗이 안 한다는 이야기

요즘은 너무 토해서 천도복숭아만 갈아먹는 다는 이야기

무 한 개에 오천 원이나 하는 데 그렇게 비싼 거 처음 이라는 이야기

영상통화를 하면서도 나와 눈길을 마주치기 보다는

허공을 바라보는 듯하며 한 참을 이야기하시다

그래, 고맙다. 마음이 편해졌어. 잘 있어 내 아들.”하는 것으로 통화를 마쳤다.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점점 뭔가 다가오고 있음에

두려운 생각을 떨치려 마음과 머리를 흔들어 댔다.

 

오늘은 새롭게 먹기 시작한 콜레스테롤 약인 SmvastainCPK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기위해 문진하고 피검사를 위한 피를 뽑는 날이다.

문진을 하는 데 근육통이 있는지 없는지, 아님 관절통은 어떤지에 대한 것이었고

근육통과 관절에 통증이 계속 있다고 하니까 예전에 먹어보고 결과는 좋았지만

보험 커버가 되지를 않아 90일 먹을 분량이 800달러를 넘겨 포기했었던

Livaro를 다시 먹어보는 걸로 정했다.

미국내에선 너무 비싸니 온라인으로 캐나다의 약국에 주문하면 오리지널이 $188,

Generic$144, 해서 샘플을 먹어보고 좋아지면 온라인 주문하는 걸로 정했다.

만일 샘플을 먹어보고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으면 약과 내 CPK는 영향이 전혀 없으므로

오늘 피검사를 할 때 자가면역질환까지 하기로 결정했다.

왼손과 다른 관절 아픈 건 진통소염제를 당분간 더 먹는 데 위에 부담이 되면

위장약인 Nexium을 같이 먹는 걸로 의사가 권했다.

해서 진통소염제와 바르는 습진약 처방전을 받아들고 병원을 떠났다.

 

옥경 사장님, 안녕하세요? 송권식입니다.”

, ~...”

옥경사장님, 포기김치 있어요?”

, 오늘 노는 날인데 마침 2개가 있으니 얼른 오세요.”

오늘 쉬는 날 이예요?”

네 그런데 문 닫아 놓고 일은 해요.”

미안합니다. 가도 되요?”

네 도착하면 문 앞에서 전화 주세요.”

오늘 아침에 김치 콘테이너를 비워 씻고 김치병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섰었다.

풍년떡집 앞에 도착해 김치병을 챙기고는 전화를 걸었다.

, 도착했어요. 문 열어주세요.”라고 잠시 기다리니 문을 열고 반갑게 맞이한다.

어서 오세요.”

, 고맙습니다. 쉬는 날 번거롭게 해서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이미 테이블 위에 김치병이 놓여있었고 Credit Card를 건네 결제를 마치자

나중에 구워서 드세요.”라며 냉동인절미와 아해가 좋아했었던 낟 개로 포장한

떡 한 팩을 플라스틱 백에 챙겨준다.

쉬는 날을 몰라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구요.”

에이, 괜찮아요. 어떻게 이름까지 기억하고는...”이라며 다정스럽게 이야기하며

손으로 어깨를 툭툭 친다.

풍년떡집의 유옥경 사장은 동갑이라는 걸 알았을 때 더욱 친근감이 갔었고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고 호칭은 많이 하듯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기억하고 있음에 더욱 친근함을 표현했던 것으로 참 고맙고 감사했다.

 

오후에 쉬다가 오이로 김치를 만들고 저녁 준비를 했다.

어묵국과 샐러리볶음을 데워 무말랭이무침과 양상치쌈 등으로 상을 차렸고

잘 먹었는데 조금 많이 먹었는지 저녁내 더부룩했다.

양이 줄어 그런지 그야말로 국물 한두 숟가락만 더 먹어도 편치가 않다.

그럼에도 저녁 잘 먹은 것에 감사한다.

 

최근 들어 거의 모든 골프화가 오래되어 그런지 물이 새서 걷기를 하다보면

발이 젖어 축축하고, 그래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으면서도 걷기를 마치곤 한다.

그냥 보기엔 멀쩡하니 버릴 수가 없고 그렇다고 마냥 살 수가 없어

최근에 아해가 관심을 갖는 아크테릭스의 Regear에 괜찮아 보이는 게 있어 주문했다.

저녁에 아해와 통화를 하는데 아크테릭스는 등산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운동화라

골프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조언을 했다.

통화를 마치고는 그들의 서비스센터에 주문을 취소한다는 이메일을 보냈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취소가 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그리고는 아해가 추천해준 방수골프화가 있어 구입하려다 당분간은 Chastain Park에서

골프할 계획이 없어 조금더 생각해 보는 걸로...

그렇게 조언을 해준 아해에게 감사하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