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662일째 2022년 10월 3일(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22. 10. 4. 10:17

천일여행 2662일째 2022103() 애틀랜타/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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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국을 떠나기 전 직원들이 선물로 준

[느림의 미학]이란 책이 있었다.

읽었는데 내용응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책은 아마도 책방의 어디엔가 있으리라.

지난 당 친구 임창재의 와이프가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웃음이 나오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도 있다.

 

오늘은 월요일

느림의 미학이 아니라 느긋함의 미학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아침이었다.

습관이나 루틴이라는 틀을 짜 놓고 거기에 맞춰 살다보니

때로는 나도 모르게 여유를 갖지 못하고 쫓기는 듯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혹여나 늦으면, 아님 루틴이 깨지면? 하는

성격상 걱정과 불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그렇다.

예전보다는 많이 느긋해졌고 가끔은 흘리듯 깨뜨리거나 흐트러뜨리는 경우가

많아져 내 자신에게 잘했다.’는 칭찬을 하는 일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늘 지금까지 살아왔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함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또 그러는 구나.’라며 멈칫 혹은 여유를 찾는 건

분명 명상을 하면서 깨우치고 배우고 있는 결과이기에 그에 대한 신뢰가 깊어진다.

암튼 오늘은 의식적으로 작정하듯 틀에 얽매이지 않고 지내는 아침이었다.

아해가 충고했던 대로 굳이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는 날인데 같은 시각에 일어나려는

것 자체를 하지 않으려 어머님과 통화를 어제 했고 아해에게는 깨우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도 보냈던 터라 즐기는 게으름을 피웠다.

오전이 다 가지 않은 지금 오늘 아침에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니 기억이 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냥 기억 자체를 안 하고 있음에

내 자신이 대견하고 감사하고 그러도록 내게 충고를 했던 아해에게도 감사하다.

 

왼손, 왼쪽 어깨의 목으로 올라가는 부위와 등의 큰 뼈 밑 부분,

봄에 아팠던 오른 쪽 옆구리 뒤 부분과 오른쪽 갈비의 가장 아랫부분에 통증이 있고

왼쪽 어깨의 앞과 뒤에도 약간의 통증이 있다.

어제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편두통을 느껴 잠을 자면서 고생할 것 같아

약을 먹을까 하다가 그냥 잤는데 아침에도 약간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의 약한 두통이 있다.

눈에는 뭔가 낀 것 같은 답답함이 있어 따뜻한 찜질을 했는데

그 때문에 시야가 약간 흐리기는 하지만 이전의 답답함은 가신 것 같다.

양쪽 허벅지의 근육에 통증이 약간 있는데 이는 CPK 때문인지

아님 골프를 치면서 걸었기에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스마트워치에 기록된 지난밤에 잔 시간이 9시간 26, 취침점수 74,

실제 수면시간 8시간 6549kcal 소모했고 코골이 14

오래 깊이 잘 잤음인데 그래도 졸린 것은 아마도 잠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너무 자서 그 여운일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비발디를 조금 크게 틀어 놓고 듣는 데 저음부분이 약간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정신적으로 여유를 즐김에 부족함이 없다.

전체적으로 몸과 마음 상태가 좋다는 것이고 그런 내 자신에게 또 감사한다.

 

오늘이 비뇨기과 Biopsy 결과를 보러가는 날이다.

4시 예약이기에 늦은 오후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 제 시간이 도착했다.

차례를 기다리고 체중, 소변검사와 잔뇨가 남아 있는지 울트라사운드까지 마치고

의사를 만났다.

논리적으로 두 가지를 설명하겠다며 그림까지 그려가며 첫 번째,

정상과 Worst 사이에 Middle로 나누고 왼쪽은 Watching, 오른쪽은 Tracking인데

나는 평생 담고 살아도 되는 정도의 Risk가 낮은 왼쪽의 Watching의 속한 댄다.

대신 이번 Biopsy에서도 나왔으니 다시 3개월에 한 번씩 PSA Lab을 하자고 한다.

지금까지도 6개월에 한 번씩 했는데 왜 다시 3개월로 돌아가느냐는 내 질문에

당분간 그렇게 하고 나중에 6개월, 혹은 12개월에 한 번씩 하잔다.

의사와 상담을 마치고 3개월 뒤 일정을 예약하고 집으로 오는 길

마음이 이상했다.

5년 전에 처음 Biopsy를 해서 결과를 들었을 때의 충격과 크게 다르지 않는

망가져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또 나도 모르게 조금은 짜증도 났고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마음이 참 그렇다.

많이 그러면서도 하루나 이틀 지나면 또 적응하고 잘 살겠지?’라는 위안의 마음...

암튼 조금 심하게 표현하자면 기분이 더러웠다.

아마도 잘 관리하고 PSA도 낮았기 때문에 이제는 다 나았다고

아니 어쩌면 처음 Biopsy가 오진이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암튼 아직도 몸에 담고 살아야 한다니 기분 좋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 김치찌개를 데워 해초무침과 버섯볶음 등으로 저녁을 먹고 설거지에 이어

카모마일과 멜론으로 후식까지 즐기고는 쉬면서 저녁 시간을 보냈다.

시간을 보냈다기 보다는 나를 달래며 위로했음이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낸 것에 감사하고

아해의 위로를 받는 통화를 한 것에도 감사한다.

이렇게 또 버티며 잘 참아낼 내게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Carpe Diem**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