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701일째 2022년 11월 11일(금) 애틀랜타/비

송삿갓 2022. 11. 12. 11:58

천일여행 2701일째 20221111() 애틀랜타/

210/39/315

 

예보대로 허리케인 때문에 밤새, 그리고 이어 아침에도 비가내리는 금요일 아침이다.

늘어질 대로 늘어져 있다가 거의 9시가 되어 몸을 일으켰다.

견뎌보고 싶을 정도의 편두통이 있고 잔기침이 호흡을 불규칙하게 한다.

새벽녘 자다가 두통 때문에 잠을 깼고 편하게 자자는 생각에 약을 먹었음에도

아침에 두통이 계속 칭얼대고 있는 중이다.

다시 약을 먹고 빨리 편하게 지내고픈 마음이 있기는 하지만

버텨보자는 생각보다는 조금만 더 하는 게으름 같은 것 때문에 약을 찾지 않는다.

배가 많이 고프지 않음에도 샌드위치 한 조각에 건과류 조금,

골프장 그릴에서 샌드위치 Togo할 때 side dish로 준 Mixed 과일과

조금 진한 커피를 마시는 건 아마도 두통이 잦아지기를 기대하고서일 거다.

혼자 있음을 덜 느끼려 TV를 켜고 과일을 오래 씹으며 가끔 커피를 들이킨다.

그런데 이상한 건 마음이, 기분이 3년 전 아해와 몽블랑에 갔다가 하루 스위스로

넘어가 야외 갤러리를 돌다 점심과 커피를 마셨던 그 때와 비슷하다.

아님 비슷한 게 아니라 갑자기 그 때를 추억 하는 중이던가

그도 아님 아해가 지독하고 보고픈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어떻든 조금 뜬금없기는 하지만 지금의 느낌은 그 때 그 날, 그 장소와 비슷하다.

 

종일 빈둥거리며 잘 쉬다가 늦은 오후에 집을 나섰다.

시온마트에 들려 무와 배추, 콩나물과 명란젓 등을 사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조금 이르게 도착해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데 샛별이와 은서가 도착,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저녁식사를 했다.

샛별이는 지난 9월에 한국에 가서 어머님을 만났던 이야기에

같이 찍은 사진까지 보여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샛별이는 요즈음 한국왕복 비행기에서 일을 한단다.

한국에 가면 하루 쉬었다 바로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빠듯한 일정에 놀랐고 오는 Thanksgiving day도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데

한국으로 가는 일정에 시간당 $25을 더 주기에 일을 한단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아렸다.

남들은 쉬는 데 400여 달러를 더 받기위해 일을 한다니 말이다.

그리고는 물끄러미 얼굴을 보는 데 얼굴이 10년 전이나, 작년이나 오늘이 똑같이 보이는 건

다행인가, 아님 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기 때문인가?

암튼 한 참을 바라보며 열심히 잘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뭉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큰 아빠 저랑 저녁식사 하실래요?”

그러자.”

언제가 좋으세요?”

큰 아빠는 저녁에 아무도 안 만나니 아무 때나 좋다.”

그럼 저녁은 어떻게 드세요?”

내가 해 먹지?”

제가 Midtown으로 회사를 다니다보니 맛있는 곳을 많이 안단 말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제가 큰 아빠한테 밥을 한 번도 안 사드렸잖아요?“

이놈아, 내가 너 한테 밥을 얻어먹어? 내가 사야지.”

암튼 그건 그렇고 지금 날짜를 잡지요. Thanksgiving 때 어떠세요?”

네 엄마, 아빠하고 먹어야지.”

우린 그런 거 안 하더라고요. 1125일 어떠세요?”

좋지.”

샛별이 언니도 오라고 할까요?”

그 때 샛별이는 한국 간다며?”

! 그렇구나. 큰 아빠 주소 알려주시면 제가 모시러 갈게요.”

아니 내가 원하는 장소로 큰 아빠가 갈게.”

아니에요. 어차피 제가 퇴근 하는 길이니까 모시러 갈게요. 주차도 복잡하고 하니까 자동차

한 대로 다니는 게 좋지요.“

그래, 그러자꾸나.”

은서와 그런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화장실에 갔던 샛별이가 돌아왔다.

언니, Thanksgiving 때 한국 가?”

.”

그럼 돈을 더 받아?”

그럼, 그것 때문에 하는 건데.”

얼마나?”

. 시간당 $25.”

제법 된다.”

은서와 샛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에서 금액을 계산하니 400여 달러다.

그 정도를 더 벌자고 남들 쉬는 휴일에 일을 하고 고생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묵직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많이 하며 식사를 마치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비 핑계로 푹 쉰 것에 감사하고

샛별이와 은서를 만나 저녁 식사를 잘 한 것에 감사하며

둘의 건강한 모습에 감사했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Carpe Diem**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