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738일째 2022년 12월 18일(일) 아침/강화/맑음, 오후부터/과천/맑음

송삿갓 2022. 12. 19. 08:51

천일여행 2738일째 20221218() 아침/강화/맑음, 오후부터/과천/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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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새벽 5시 조금 넘으면 어머님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데

오늘은 6시가 훌쩍 넘은 시각에도 어머님의 움직임이 없다.

더럭 겁이 났다.

보통은 그러면 벌떡 일어나 확인할 텐데 그러지 못하고 망설여졌다.

오늘 새벽과 같이 어머님에 대해 겁이 나는 건 금방확인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인 무서움 때문이 아니라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화장실을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 참을 더 뒤척이다가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왔는데

어머님의 움직임 기척이 없어 방문을 열어보려다 말았다.

괜찮으시겠지. 어제 돌아다닌 게 힘들어 늦게까지 자는 거겠지.’라며 자위를 하며

화장실에 들렸다가 내 방으로 들어가 다시 누웠다.

다시 잠이 들리 없지만 그냥 누워서 게으름을 피우다 살짝 잠이 들기도 했지만

귀는 밖에 쫑긋....

어느 시점에 어머님의 움직임이 감지되었을 때 안도하고는 잠을 청했다.

하지만 깊이 잠들지는 못하다 문을 열고나오며 반갑게 아침인사를 주고받았다.

잘 주무셨어요?”

네 잘 잤어요. 잘 잤어요?”

, 어머님.”

 

아침을 먹으며 어머님과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어제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내일 아침은 누룽지만 먹을래요. 다른 것 준비하지 마세요.”

그래, 알았다.”

하지만 아침에 방을 나설 때 기름 냄새가 많이 풍겼고

작은 생새우와 생배추를 각각 밀가루를 묻혀 계란을 씌워 프라이팬에 익혔다.

누룽지와 도토리묵을 간단하게 먹으려했던 마음이었는데

이른 아침에 기름 냄새를 맡으니 속이 편치가 않았고

김치, 동치미, , 시금치무침 등 여러 가지 반잔을 보자 먹어야 한다는 부담에

더 불편해져

아침에 아무것도 하지 마라시니까..”라고 했더니

별 거 안 했어요. 지네 아버지도 안 하던 잔소리를 많이 하네.”라는

불만 가득한 푸념을 하셨다.

아차!’라는 생각이 들어 입을 꾹 다물고는 새우전에 배추전을 우겨 넣듯

먹었는데 혹시 체할까 걱정이 되어 씹는 시간이 길어졌고

때문에 말수는 없어지니 분위기가 무거웠다.

대한민국의 따로 사는 아들과 오랜 만에 만난 어머님의 일상적인 일

알고 있으면서, 그러는 어머님께 화를 냈다는 동생들에게

그러지 마라.”고 했던 내가 잘 참으면서도 속이 너무 힘들면 튀어나온다.

어머님, 맛있어요.”라는 말로 화해를 시도했고

그래, 맛있지? 동네 할머니들 해주면 맛있다고 환장하게 먹는다.‘

맞장구는 조금 포장된다는 걸 알지만

어머님 음식 솜씨야 최고죠.”라는 추임새로 어머님의 마음을 풀어드렸다.

 

수요일에 올게요.”

몇 번을 이야기 했지만

언제 온다고?”라는 어머님 물음에 같은 대답을 반복하면서

아쉬워하는 마음을 달랬다.

어머님과 헤어져 버스정류장으로 걸으며 무언가로부터 탈출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어 조금은 후련함과 어머님께 미안한 마음이 교차되는 묘함이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했지만 차가운 시골길을 걸으며 나를 달랬다.

 

버스가 김포를 지나 막 서울 경계를 들어설 무렵 어디야?”라는 아해의

메시지가 도착했고 서로의 이동 정보를 주고받으며 사당에서 만났다.

[굴국밥]을 먹자며 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해 식당을 찾았지만

무슨 일인지 식당의 자리가 가림막이 쳐져있고 1130일에 닫았다는

안내문구가 있어 씁쓸하게 발길을 돌려 근처 콩나물국밥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어머님과 아침에 음식 때문에 실랑이가 있었는데 먹을 걸 찾아 이리 저리

다닌 내가 조금 우스우며 어머님께 미안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과천으로 이동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는

집으로 들어와 잠시 쉬다가 평촌으로 향했다.

 

지하철로 평촌에 도착, 김밥을 사고 극장에 도착, 기다리며 커피를 마시고

시간이 되어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192, 오늘 3D로 본 아바타의 상영시간이었고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게

충분히 재미있고 즐겁게 봤다. 단지 한 가지 소변 때문에 영화 중간에 몇 번이고

나오려 했지만 참았더니 영화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5분을 넘게 쥐어짰다.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도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어머님과 아침을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아해와 잘 만난 것에 감사하며

같이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낸 것에 많이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Carpe Diem**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