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742일째 2022년 12월 22일(목) 강화/맑음, 많이 추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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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강화에 도착했을 때
“셋째는 몇 시에 온데요?”라는 내 질문에 어머님은
“안 온데..”
“왜요?”
“잘 몰라, 눈이 온다고 그런 건지...”
“그래요? 눈이 온 데요?”
“글쎄 그렇다는 구나.”
“밥 먹고 통화를 해 볼게요.”라며 밥을 먹는 데
어머님이 전화기를 들고 와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밥 먹고 한다니까요...”
“지금 연결하라며...”
전화기를 통해 동생의 목소리가 들리자 어머님이 내게 전화기를 건네 주신다.
“내일 못 온다고?”
“눈이 많이 내린데...”
“그래? 할 수 없지 뭐~.”
“다음 중에 제가 들릴게요.”
“아니 다음 주에는 내가 시간이 없어요.”
“아내 왜?”
“내가 다른 약속이 있어.”
“알았어요.”
“그래 잘 지내라.”
통화를 마치고 식사를 마저 하는 데
앞에 앉은 어머님이
“셋째가 못 간다면 둘이 그냥 갈까?”
“아니 차 없이 다녀오면 너무 힘들어요.”
“버스타고 영등포가서 기차타고 천안가서, 버스타고 전의 가서, 전의서 택시타면 되지.”
“그럼 종일 차만 타고 어머님 너무 힘드세요.”
“안 가면 좋지 뭐~.. 돈 안 쓰고...”
“돈이 문제가 아니고 눈이 온다잖아요.”
“그래 알았어요. 가지 말아요.”
내가 이번 한국에 오기 한참 전부터
내가 오면 같이 시골에 가서 2~3일 자고 올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지난주에
“어머님 저 시골에서 못 자요. 어머님과 셋째는 거기서자고 저는 천안에 나와 호텔에서 잘 게요.”
“왜~?”
"잠자리가 너무 불편하고 거기서 자면 병들지도 몰라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해~”
“당일치기가 아쉬우면 낮에 거기서 보내다 온양온천에 호텔 잡아 같이 자고 다음 날 다시 올라가던가요.”
“그래, 애비 좋을 대로 해요.”
그렇게 그곳에서 자겠다는 의지가 꺽였는데 다시 눈 때문에 못 간다며 셋째가 오지 않으니 실망이 이만저만 아닐 터였던 거다.
그렇게 어머님의 시골 가서 며칠 자겠다는 계획은 못 가는 걸로 정리가 되니 어머님은 축 처진 상태로 오늘 아침을 맞이했다.
어머님의 얼굴에서 낙담이 읽혀졌고 몸의 움직임이 둔하고 무거움이 보여 많이 안쓰러웠다. 오늘 날씨가 엄청 추운데 무작정 나갈 수도 없어 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거기다 어제의 편두통은 약으로 눌렀지만 속은 계속 좋지 않음이 어머님의 끊임없는 뭔가 먹으라는 것에 부드럽게 거절하지 못하니 편치가 않았다.
오늘이 동지,
불편한 속에 아침에 누룽지를 먹자고는 그렇게 했는데 동지 팥죽을 준비하며 수시로 “언제 먹을 수 있느냐?”고 재촉하시는 데 그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편치가 않다.
그럼에도 어머님은
“검은콩 싸 줄 테니 가지고 갈래?”
“참기름 한 병 가지고 갈래?”라는 재촉도 불편함의 하나로 쌓여가는 하루다.
점심 무렵 조금 지나 어머님의 성화에 택시를 불러 강화인삼센터에 가서 다린 홍삼즙과
푹 고아 젤리처럼 만든 홍삼을 사서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려는 데
삼을 파는 상점 주인이 머지않은 곳이니 데려다 준다며 어디선가 쉬고 있는 남편을 불러
그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결국 오늘은 점심과 저녁에 팥죽으로 끼니를 채웠다.
찹쌀가루로 옹알이까지 만들어 만든 죽을 점심에 먹고 나서도 소화가 덜 되었지만
저녁에 또 밥을 주실까 함에 미리 저녁에도 팥죽을 먹자는 내 간절한 요청을 받아들이셨다.
간단한 팥죽에 동치미로만 먹었음에도 속이 편치가 않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어쩌면 어머님과의 먹는 것 때문에 실랑이를 하는 게 스트레스가 되어 그런 것 같기는 한데
확실하지는 않다.
인삼센터를 다녀와 낮잠을 오래 자서 그런지 조금 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하자
“아들, 엄마랑 고스톱 칠래?”라는 말씀에
“그러자”고는 한 시간 가까이 쳤다.
어머님과의 고스톱은 생애 처음이라 생경했지만 생각보다 잘 치시는 것에 놀랐다.
열 판 정도 친 것 같은데 승률은 어머님이 더 높아 오히려 내 기분이 더 좋았다.
고스톱을 마치고 잠시 쉬다가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도 잘 보낸 것에 감사하고
어머님과 고스톱을 하며 잘 논 것에도 감사하고
무탈한 오늘 하루에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Carpe Diem**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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