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용-베르나르 베르베르
제 생각에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정치인, 군인, 목사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정부도 군대도 종교도 없는 최초의 사회를 건설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권력과 폭력, 신앙 이 세 가지야말로 대표적인 의존 형태지요. -본문 중에서-
이 소설은 우주선을 만들어 14만 4천 명의 사람과 동식물을 태우고 지긋지긋한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으로 1000년을 날아가겠다는 계획에서 출발하는 내용이다.
옮긴이는 이렇게 요약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이 우주선에는 14만 4천 명의 지구인이 탑승한다. 1천 년이 넘는 우주여행을 하고 행성에 도착해서 새로운 인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탑승 인원이다. 이브를 비롯한 파피용의 창안자들은 우주선 안에서 유토피아적 사회를 실험한다. 인간의 자율적 의지와 공동체적 지향성, 그리고 기본적으로 성선설을 바탕으로 한 혁명적인 실험이다. 그러나 해로운 공동체를 꿈꾸던 우주선은 나중에는 정치가 지배하는, 그들이 떠나온 지구와 똑같은 곳으로 변해 버리고 만다. 어떤 면에서 천국의 도시를 꿈꾸는 인간들에게 지옥의 도시는 필요악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1200여년을 날아가는 동안 우주선 안은 이브의 바람과는 다르게 지구와 똑같이 권력과 폭력, 신앙이 생겼다. 책의 저자는 이를 우리 사람 안에 있는 DNA가 그렇게 만들게 되었다고 하는 데 아이러니 하게도 우주선 안의 첫 폭력은 치정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묘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의 욕망과 욕구가 있는 한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거의 끝에 우주선 후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드리앵과 아드리앵의 갈비뼈를 떼어 세포분열로 태어난 딸 에야가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먼 미래에, 우리 자손들이 다시 수백만, 아니 어쩌면 수십억이 될 때, 이 지구 전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게 될 때, 전쟁과 환경오염, 종교적 광신주의, 인구 과잉으로 병들었던 우리가 떠나온 세계와 비슷한 세계를 다시 만들게 해서는 안 돼.”
“예전 지구에서의 삶과 비슷한 것 말이지.”
“그걸 재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야. 그럼 우리의 모든 노력은 결국 허사가 되고 마는 거야. 그럼 이브(지구에서 만든 우주선의 설계자이자 만든 사람)의 꿈과 이브의 창조는 결국 실패의 시나리오를 재현하는 것밖에 되지 않아. 내일은 똑같은 어제가 되겠지. 그리고······ 아리러니의 절정은 말이야, 6천 년 후에 울 자손들은 또 다시 새로운 파피용호를 만들게 될 거야. 가까이에 있는 새로운 태양계, 그리고 사람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기 위해서. 세 번째 <지구>를 찾아서 말이야. 정말 안타까운 일일 거야.” -본문 중에서-
하지만 소설의 내용에서 이브의 유토피아적 계획은 이미 실패하였다. 죽이고 죽고를 거듭하며 몇 세대가 지난 뒤 이브가 목표로 했을 때 생존자는 겨우 6명, 이 숫자의 의미가 실패를 말하는 건 아닐까?
아버지 아드리앵의 이야기를 들은 딸 에야가 이렇게 정리한다.
“결국엔 영원히 되풀이 될 수도 있어. 아주 오래전에 시작했지만 앞으로도 여전히 계속되는 거지. 과거에 살아남은 인류를 태운 파피용호가 있었던 지구가 백 개나 있었는지도 몰라. 미래에도 그런 지구가 백 개는 더 있을 수도 있고. 생존자들의 후손들은 번번이 어디서 왔는지는 잊은 채 단 하나밖에 없는 지구에 살고 있다고 믿겠지.” -본문 중에서-
옮긴이는 이 소설의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꿈]을 꾸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한다. 소설을 읽으며 성경과 오버랩 되어 숨고르기로 위장해 멈추기도 했지만 비행선을 타고 1000년 동안 우주를 비행하는 데 다음에는 어떤 과학이 준비되어 있는 지 궁금해서 다시 펼쳐들기를 몇 번, 그러면서 나도 우주를 날고 있는 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꿈같은 착각에 빠지곤 했다.
소설의 초반부에 이 우주선이 실현되도록 경제적 지원을 한 맥 나마라가 지구를 떠나는 우주선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담화문을 발표하는 제목으로 소설의 후기를 마친다.
[현명하다는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권력과 폭력, 종교가 없는 인류가 가능한 걸까?
January 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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