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솔루션 사업부서로

송삿갓 2010. 9. 29. 22:58

놀라울 따름입니다.

작렬하는 태양으로 가실 줄 모르건 더위가

아침저녁으로 찾아오는 찬바람에

약간의 한기까지 느끼는 9월에 접어 들었습니다.

 

그래도 한 낮의 더위는 여름을 방불케 하면서

가볍게 생각하다가는 큰 코를 다칠 정도의 열기를 뿜어냅니다.

 

“작렬하는 태양” 하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있네요.

지난 번 꿈에 나타났던 나만의 첫사랑 그녀,

대학 1학년 때 받은 한 편지에서

자기는 작렬하는 태양의 여름을 좋아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후 나도 여름을 좋아 할까 하며

작렬하는 태양에 맞서 보기도 하였는데

좋아 하는데 까지는 성공하지 못하였습니다.

 

참 이상하죠?

중학교 3학년 때 몇 마디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추억도 별로 없는데

빌려준 참고서 각 페이지 끝에

“공부 열심히 하라”는 메모만으로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무렵부터 주고 크리스마스 카드와 몇 통의 편지

대학 1학년 때 두 번 만난게 전부인 여자를

첫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며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이

인간사의 오묘한 깊이를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조직개편에 의해 제가 속한 기술기획이 해체되면서

같이 일 하던 직원들은 현업으로 잘 배치되었습니다.

연구소, 해외사업본부, 국내사업본부, 회장비서실 등

그야 말로 좋은 부서들에서 앞 다투어 데리고 가는 것을 보며

아쉬움도 많았지만 그들의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한 편으로는 마음이 놓였습니다.

 

국내사업본부에서 단독 PC를 판매하는 것은 문제없는데

컴퓨터와 다른 장비 혹은 컴퓨터와 신기술 등

즉, 다른 장비들과 조합을 해서 영업해야 하는

기술영업에 문제가 생기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규조합 Package로 국내사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명목 하에

Solution 사업팀을 신설하여 지원 및 자체 영업을 해야 하였습니다.

 

국내사업을 지원한다고 하였지만

기존의 각 부서에서 혹여나 그들의 영역을 침범 할 까봐

그리고 자기들의 매출의 일부를 빼앗길 것을 걱정하여

지원은 바라지만 자체영업에 대한 경계심에

텃세는 이루 말 할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 신규기술에 대한 개발이나 학습에 필요한 많은 시간과

국내사업본부는 인간관계나 지속되는 관행적 영업 필요에 의해

불려 다니며 술과 놀이에 할애하는 시간까지 겹치니

몸과 마음이 힘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 컴퓨터를 이용한 새로운 사업의 포트롶리오를 보여주기 위해

회사에서 시험 삼아 운영하는 사업까지 시작하여

출근해야 하는 책상이 강남, 강북으로 나뉘며

꼭 떠돌이 직장인 같은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잘 되는 것은 보이지 않지만

잘 안 되는 것은 잘 보이듯이

회사의 많은 사람들이 시기와 질시

그리고 문제점을 들고 떠들어 대는 것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혼란과 어려움이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같이 일 하는 직원들이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제 리드에 거부하지 않고 따라 주었습니다.

 

영업현장에서 마찰이 많았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달성해야 하는 목표와

다른 부서에게 주어진 달성해야 하는 목표와

자체영업이냐 단순 지원이냐 하는 갈등에서

우리 팀과 국내사업의 다른 팀과의 마찰은

외부에서 보면 집안 싸움하는 꼴러 비춰져

회사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일까지 발생하였습니다.

 

그래서 팀을 해체하여 관련된 부서에 몇 명씩 분산하여

영업 지원만 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시세말로 팔리지 않는 몇 명의 직원들과

공장의 한 부서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공장을 총괄하는 부사장 직속의

효율적인 생산의 방향을 기획하는 부서를 만들어

차세대 생산시스템 구축을 위한 생산기획부서였는데

실은 제가 할 일이 별로 없는 듯 보였습니다.

 

생산시스템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쪽 분야 공부를 하지도 않았는데

아마도 연구 개발시스템 절차를 Setup 했기 때문에

그것도 잘 낼 것이라는 부사장의 판단에 의거

부서를 만들고 임무가 주어졌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만 해도 뭔가 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쉬지 않고 달리면서 추진하는 끈질김이 있었기에

새롭게 공부를 하면서 다른 회사 사례까지 연구하며

현 공장시스템을 파악하며 다듬어 갔습니다.

 

성남에 살던 작은 집에서

분당에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옮겨

가깝지 않은 분당과 공장이 있는 안산을 오가며 열심히 일 했습니다.

1년여가 지나면서 미래 생산패턴에 대해서도 다듬으며

자리도 잡아가면서 나름대로 정착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텃새와 눈치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가까이 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생산라인의 직공들의 애환과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놀이에 장단을 맞추면서 어울리는 법도 배웠고

때로는 흥을 돋아가며 이끌어 가는 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 그들에게 깨우쳐 주려고 했던 것이

“생산”은 주어진 순서와 방법에 따라 하는 단순노동이 아니라

국내와 해외 영업부서를 고객으로 모시는 사업이다.

불량 없고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해서 우리의 고객을 만족시켜

신나게 하여 더 좋은 영업으로 이끌어 내면

그들은 우리를 반드시 다시 찾을 것이다.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알아들은척 했는지 모르지만

서로를 이해하며 도와 가는 기간도 길지 않게

또 차출 당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재미없지요?

저는 기억을 더듬으며 그 때의 열정과 상황을 그리며

즐기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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