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사업을 새로 시작 하셨다구요?
어떤 사업인지 모르지만 잘되시길 바랍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롭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것인데
잘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국에는 추석기간 동안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하는데
비 피해는 없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아틀란타는 지난 주말에 우박을 동반한 폭우가 내리고
기온이 급강하 하여 아침에는 긴팔 옷을 입어야 할 정도입니다.
물론 90도를 넘던 낮 기온이 80도 아래로 떨어져
약간의 선선함을 느낄 정도입니다.
한국은 단풍이 많이 들었나요?
결혼 하던 해 10월 중순경
정읍의 내장산에 단풍 구경하러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광주에서 군 생활을 했을 시기였기 때문에
그래도 꽤 먼 거리 여행을 했었던 거죠.
그 때 찍은 사진이 있는데
앳된 얼굴의 아내가 붉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서
임신으로 불러 온 배를 부여잡고 찍었는데
약간은 우습기도 하지만 가장 아름답고 장관인 단풍의 기억입니다.
요즘은 내가 늙어 간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한국어를 쓰면서 미국에서 살아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곤합니다.
다름 아닌 단어와 언어인데
사무실에서는 한국말을 쓸 일이 없다보니
하루 종일 되지 않는 영어로 중얼 거리는데
문장은 고사하고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글을 쓰거나 집에 가서 한국말을 할 때
반대로 한국말이나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답답합니다.
지난 월요일 늦은 오후에는 우박이 오는데
그 “우박”이라는 한국말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애를 먹고
어제 출근해서는 직원들과 이야기 하는 도중
Hail이 생각나지 않아 답답하였답니다.
예전 30대 시절 정말 무서운 것 모르고
기억력에 누구에게도 뒤져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흐르는 세월에, 그리고 지나간 아품에 노화되는 것을 느끼며
“아! 옛날이여”라는 한탄이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그 한탄 마저도 조금 지나면 잊어버린답니다.
그러니까 세상을 살 수 있는 거겠죠.
이것도 갱년기에 노인 증후군인가요?
공장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나름 대로 적응을 한다고 했는데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또 차출이 되었습니다.
1979년 창사 이래 퍼스널 컴퓨터 업계에서 1위를 고수하다
어느 순간부터 삼성과 경쟁이 되더니
어떤 이유에서 인지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외부에나 언론에는 그렇지 않다고 항변하였지만
내부에서는 인정하면서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함을 역설하였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연구소나 기술부서에서는 기술력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며
마케팅에 이은 영업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영업부문에서는 제품 개발이 늦고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더 좋은 품질을 더 싸게, 그리고 빨리 출시 해 줄 것을 주문하였지만
그러면 누구든지 잘 팔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항변으로 돌아 왔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Desktop Computer에서 Laptop으로 흐름이 변하려는 게 감지 되었고
삼성은 발빠르게 미국의 Laptop 회사를 인수하여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렇지만 회사는 그만한 자금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연구소 자체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고집스러운 주장에
이도 저도 못하고 있던 때 회사의 결정이
Laptop 전문 사업부서를 만들어 회사내 회사로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그 팀장에 제가 임명 되어 차출이 되었습니다.
혼자서 인적 구성이나 운영 방안, 그리고 전략수립까지
수 없이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내 목표인 미래에 이 회사의 사장을 하기 위해서는
이 사업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중압감과 의욕이 겹치면서
공부를 하며 한 달여를 보내고 인적구성과 전략을 중역회의에 보고 하였습니다.
그 보고로 인하여 회사는 한 바탕의 회오리가 몰아쳤고
회사 내에 또 많은 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회사를 떠나게 될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등을 돌리거나 무관심으로 방치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요.
바람이 차가워 진 환절기입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또 연락드리지요.
참! 형님이 꿈꾸는 공동주택에 한 자리 낄까 하는데
한 자리 비워 주시길 부탁드립니다.ㅎㅎㅎㅎ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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