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926일째 2023년 6월 24일(토) 애틀랜타/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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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한 첫날의 Welcome Gift처럼 존재를 알렸던 두통은 다행히 두 번째 날에는 없었다. 어제 많이 이르게 잠자리에 들어 초반에는 깊이 잠을 잤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밤을 보냈다. 오늘은 운동이 오후라 오전 내 뒹굴뒹굴해도 된다는 생각 때문에 조금 덜 자도 괜찮고 시차적응에 며칠은 필요하니 오늘 완전하게 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잠을 덜 자는 것에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그랬던 것 모두가 몸의 고단함을 풀고 시차적응을 위해 무단히 애를 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화장실 문제 또한 그렇다. 어제 저녁에 해결하지 못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아랫도릴 엉거주춤하는 자세로 잠자리에 들면서 제발 내일 아침에는 해결이 되었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 것 또한 일상으로 복귀의 한 노력이고 과정이다. 동이 트기 전 잠에서 깼을 때 어제 해결하지 못한 화장실 때문에 아랫배가 불편했고 해결해보고자 Slendertone을 차고 두 바퀴 돌았을 때 화장실로 향했다. 동이 트기 훨씬 전이니 일상의 시간이 아니지만 그래도 아침이라는 것에 좋은 징조라며 배에 힘을 주고 찔끔찔끔이지만 일단 움크렸던 허리는 어느 정도 펼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화장실에서 배에 힘을 주다 문득 고영준이 생각을 했다. 그가 죽은 지 겨우 1주일이 되었고 그의 시신을 보며 나도 모르게 주르륵 주르륵 눈물을 흘렸던 게 지난 월요일이다. 그 때 슬픔이 오래 갈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것보라. 나는 두통에 시달리고 시차적응을 하느라 애를 쓴다며 그의 죽음이 까맣게 잊는 시간이 훨씬 더 많지 않은가? 망자 앞에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이 당시에는 위로랍시고 하는 말 치고는 너무 가볍다는 생각을 들었지만 결국 내 자신의 삶 앞에서는 잊혀 지지 않는가? 망각이라는 단어가 여기에도 쓸 수 적당한 말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잊혀 지거나 덥혀 지고 또 누군가는 태어나고 죽고, 나 또한 죽는 세상살이의 진리라고 하지 않는가? 참 편리함이라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아니 너무도 쉬이 잊는 내 자신을 자책하거나 반성하기 보다는 가져다 붙이기를 쉽게 한다며 순응하고 말아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배는 제법 편해졌고 나는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며칠 전 친구의 죽음을 생각하다 말이다.
아침에 빵을 구워 커피와 함께 먹고는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8시경 다시 침대로 갔다. 4~50분 잤으려나? 달리 할 일이 없지만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이틀 전 Costco에서 사온 오이를 절이고 양파와 파프리카, 호박을 썰었다. 호박을 볶았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커피를 만들어 올라왔다. 한 2주 전 한국에 있을 때 진얼이가 자기 다음 돌림자가 뭐냐고 묻는 텍스트가 왔었다. 조금 뜬금없기는 하지만 아마도 아이 이름 지을 때 참고하려는 것으로 생각되어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돌림자는 진얼이 대까지만 알고 그 아래는 한 번도 궁금한 적이 없어 찾아보거나 듣지를 못해 모르고 있었다. 해서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려고 했지만 없어 미국에 돌아가 족보를 찾아보고 알려주겠노라고 했었다. 족보를 보고도 찾지를 못해(너무 복잡해서) 대동보를 보는 데 우연히 쉽게 찾았다. 나는 신평 송씨 24대(장성파/영광파) 돌림자는 이름 끝 자, 심을 식(植), 진얼이 대인 25대는 가운 데 자로, 밝을 병(炳), 다음 26대는 영광파와 담양파가 같은 돌림자를 쓰며 이름 끝 자 착할 선(善)이다. 찾아서 진얼이에게 회신했다.
오늘 골프 시각은 1시 57분, 더 이른 시각을 요구했지만 아침부터 토너먼트가 있어 가장 빠른 시각이라며 받은 게 1시 57분이다. 오이김치를 담그는 등의 일을 마치고 1시 직전에 집을 나섰다. Chastain Park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Check in 후 마샬에게 내 출발시각을 이야기했더니 혼자냐고 묻는다. 그렇다는 대답을 하자 바로 10번으로 나가란다. 윈데와 잭 이라는 중국계 미국인 두 명과 10번 홀로 출발 한 시각이 1시 30분 조금 넘었을 때였다. 토너먼트 그룹이 어떻게 끝났는지 모르지만 우리 앞은 Wide open, 그럼에도 두 사람이 조금 느려 거의 2시간 만에 9홀을 마치고 1번 홀로 이동했다. 마샬에게 이야기를 하고 1번 홀에 도착하니 카트를 탄 2인, 걷는 1인 등 세 명이 막 출발하고 있었고 아프리칸 아메리칸 여자 2명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2명 여자를 따르게 되었는데 그 두 사람은 쌩초짜로 보였는데 남자 티에서 아이언으로 샷을 하는 데 거의 매 10미터 마다 한 번씩 치더니 그린에서도 아이언으로 온탕냉탕을 오고가며 시간을 끓였다. 2번 홀에서 앞으로 가야 하는 데 두 여자가 11번 그린 쪽으로 가는 틈을 타 앞질렀고 그 둘은 11번을 마치고 우리를 따르는 형태가 되었다. 3번 홀에서 티 샷을 준비할 때 뒤를 따르는 두 여자가 오기에 그린에서는 퍼터로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니 아이언을 들어 보이며 그걸로 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그게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니 퍼터를 잡아들고 “이거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다. 황당함이었지만 어쩌랴, 미국인데....
7시 가까이 마칠 것으로 생각했던 오늘 골프를 6시 직전에 마치고 집에 도착해 식사를 마친 시각이 7시 언저리, 운이 좋았던 거였다. 갈비탕 국물을 데우고 계란프라이를 해서 잡곡밥과 아침에 만든 호박나물볶음과 멸치볶음 등으로 상을 차려 저녁을 먹고는 Grapefruit과 카모마일 등으로 후식, 설거지를 하고 잠시 쉬는 중에 아해로부터 보이스톡이 걸려왔다. 한 참을 통화했다. 통화를 마치고 약을 먹고는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 좋은 날씨에 감사하고
운이 좋게 운동을 빨리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아해와 통화를 한 것에도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Carpe Diem**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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