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922일째 2023년 6월 20일(화) 과천/약간 흐림

송삿갓 2023. 6. 20. 21:20

천일여행 2922일째 2023620() 과천/약간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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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게 잠자리에 들어 초반에는 깊이 잠이 들었지만 한 번 깨고 나서부터는 자는 건지 아님 깨어 있는 건지 모를 정로도 시간이 지나다 무겁고 띵한 상태로 아침을 맞이했다. 두유 한 잔을 마시고는 지난 번 아해와 같이 있을 때 만들어 먹고 남았던 누룽지를 데워 허기를 달랬다. 이어 어제 입었던 옷들을 세탁기에 돌려 널었고 미국으로 가지고 갈 책 일부를 나누어 뽁뽁이로 싸서 가지고 갈 준비를 하는 등의 미국으로 돌아갈 짐 일부를 정리했다.

 

지난 번 건강 검진한 결과를 보러 병원에 가는 날인데 김 사장이 한가하다며 Ride를 해 주기로 했다. 두 번째 책을 달라기에 아침에 사당 근처에서 만나 건네며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 병원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김 사장이 수고를 해 주겠다며 11시까지 과천으로 오기로 했다.

 

11시 직전에 만나 백운호수 근처의 [백운재 자연담은밥상]으로 이동, 황태구이정식에 추가로 미나리전을 시켜 점심을 먹었는데 양이 많아 미나리전을 반을 take out했다. 식당에서 후식으로 차까지 주는 시스템이라 대추차를 건네받아 식당주변에 마련된 휴식공간인 한 정자에 자리해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에 이어 오늘도 김 사장은 자기 아내 은퇴(8) 후 생활에 대한 확실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면서 나는 아해 은퇴 후 어디서 어떻게 살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나 역시 정해진 게 없다고 대답하면서 기본적으로는 아해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따르겠다.”니 그 역시 불확실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계획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입을 다무니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당연히 원하는 바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일단은 접어 두는 걸로..

 

자동차를 타고 수원의 아주대병원에 도착, 나를 내려주고 김 사장은 주차장으로 이동해 내가 건넨 책을 읽으며 기다리겠단다. 병원에 도착해 화장실에로 가서 일을 보는 중에 아해로부터 5층으로 가라는 메시지가 도착했고 화장실을 마친 후 안내 Desk 에서 접수, 안내를 받아 의사에게 검진결과 설명을 들었다. 2년 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고 청력이 나빠졌지만 아직은 괜찮은 데 다음번에는 이비인후과와 폐 검사를 추가했으면 좋겠다는 소견을 들었다.

 

상담을 마치고 병원을 나와 기다리고 있던 김 사장이 차로 과천에 돌아왔다. 시간에 여유가 있어 스타벅스에서 1시간여 이바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김무현은 집으로 떠났고 나는 집에 들려 건강검진결과지를 놓고 돌아 나와 버스를 타고 양재동 이동했다. 양재역에 도착해서는 우리가 단골집처럼 다니는 파스타집 [라크램]에 도착 아해를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해가 도착했다. 파스타와 샐러드로 저녁을 먹고는 어제의 기막힌 이야기를 나누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3호선 앵재역으로 이동, 지하철을 탔고 나는 충무역에서 내렸고 아해는 계속 갔다. 4호선을 타고 과천으로 돌아오니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들며 자꾸 마음이 가라 앉았다.

 

김무현을 만나고 점심을 먹고 아주대병원으로 가서 검진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과천으로 와서 김무현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양재동 가서 아해를 만나 저녁을 먹으며 떠들고 지하철을 타서도 아해와 같이 있는 등 나름 알찬 하루를 보내는 중에 가슴을 툭툭 치고 한숨이 절로 나오며 고영준을 생각했다. 기분 나쁜 짧은 꿈을 꾼 것 같고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꿈속 인 것 같다. 그도 아님 내 머리가 살짝 이상해져 가당치도 않은 상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어제 입관전 마지막으로 얼굴을 만질 때의 차가움이 예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염을 하며 부여잡았을 때 손을 통해 가슴까지, 그리고 온 몸의 구석구석까지 느꼈던 싸늘한 차가움과 한 치도 틀리지 않음이 어제의 일이 꿈이 아니라는 뼈를 때리는 확신함이다. 내가 이럴진데 고영준이 와이프는 얼마나 심할까? 며칠 저까지만 해도 살아 함께 움직이던 남편을 불에 태워 받아든 유골함과 혼자 지내는 건 아닐지, 미국 집을 떠나 올 때 가지고 왔던 남편의 물건과 옷들이 그대로 있는 방에 혼자 있으면 얼마나 기가 막힐까? 아니 어쩌면 꿈일 텐데 내가 괜한 걱정으루하는 거면 정말 좋겠다. 그러면 지구 상의 모든 신께 감사를 부르짖으며 춤이라도 추겠다는 다짐도 한다.

 

"약 먹고 죽은 듯이 침대에 나가 떨어져"라는 아해의 말 또한 고영준이가 죽은 게 현실로 받아들여졌다. ! 정말 힘들고 답답하다. 그럼에도 나는 내 삶을 살아야 한다며 'Don't panic.'이라고 주문을 뇌까린다.

 

오늘 병원에 잘 다녀 온 것에 감사하고

병원을 오가는 길에 Ride해 준 김무현 사장께 감사하며

저녁에 만나 식사를 같이 한 아해에게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Carpe Diem**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