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924일째 2023년 6월 22일(목) 아침/과천/맑음, 오전부터/애틀랜타/오전에 흐리다 오후에 맑음

송삿갓 2023. 6. 23. 11:04

천일여행 2924일째 2023622() 아침/과천/맑음, 오전부터/애틀랜타/오전에 흐리다 오후에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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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에서 520분 버스를 탔다. 425분에 몸을 일으켰고 꼼꼼히 채비를 했다. 요즘들어 빠뜨리거나 마무리에 실수를 하는 일이 많으니 더욱 세심하게 채비를 한다. 마지막 순간에도 한 번 더, 한번 더를 몇 번이고 한다. 채비를 마치고 출발하면서 잘 한 것 같다면 서도 가방을 내 놓고 혹시나 하며 들어서니 거실의 등을 안 껐다. '에궁 이런, 이렇다니까.' 스위치를 내리면서 다 되었다는 확신을 갖기로 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

 

버스를 타는 곳까지 두 개의 가방을 밀고 가는 데 너무 무겁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다 무게 초과하는 거 아니려나?'. 아침에 채비를 마무리 하면서도 무게를 확인해 보고자 저울을 찾았는데 밧데리가 다 되어 작동이 안 되어 밧데리를 찾아 봤지만 없어 포기했다. 내 계산상으로 그리고 그동안 여러 번 경험했던 감으로도 초과는 안 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가방이 멋대로 방향을 틀어 바로잡기를 반복하며 또 궁금해진 거다. '만일 초과하면?' 가방에서 한 덩이 꺼내 택배로 보내지, 하다가 방금 생각 난 것, 내 대한항공의 레벨이 짐을 하나 더 보낼 수 있으니 별도 화물로 보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어제 밤에 송도의 샘물부동산 김애연 사장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세입자가 아이 학교배정 때문에 9, 10월 이전에 이사를 나가겠단다. 거기다 얼마 전 씽크대가 막혀 물이 역류했던 일이 있었는데 나무로 된 바닥에 물이 스며 색시 변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단기세입자를 구해야 함은 물론 바닥 수리가 필요하다는 뉘앙스다. 아침 버스정류장에 이르게 도착했기에 김애연 사장께 답을 보냈다. 단기세입자 찾아보시고 바닥은 수리가 필요한지 직접 확인을 부탁한다고.. 5시를 조금 넘은 시각인데 바로 회신이 왔다. 아마도 새벽기도를 하시는 분이라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다. 암튼 빠른 회신에 고마움을 담아 다시 단기세입자와 수리를 부탁한다는 답을 보냈다.

 

이번 돌아가는 길은 이상하게 마음이 더 무겁다. 아해와 풀어야 할 숙제, 올해가 지나면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의 계획은 시작도 못 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일단 년 말까지 기다리자며 나를 달리기는 했지만 개운함이 없는 거다. 그리고 회사의 Security Deed에 대해서 William이 더 이상 돕지 못하겠다는 이메일이 와서 그걸 풀어야하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김영자 사장께 다른 변호사를 알아 봐 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아침에 확인하니 한인변호사 연락처가 도착해 있었다. 거기다 어제 도착한 메시지, 송도아파트 세입자 건이 또 하나의 문제고 고영준의 죽음이 마음을 짓누르는 거다. 문제는 문제이지만 결국 어떻게든 해결 될 것이고 고영준이 죽음은 내가 할 수 있음이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면서 살 수밖에 없다고 위로를 함에도 참 개운치가 않다.

 

예정 도착 시각보다 10여분 이르게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먼저 Tax refund 정리를 마치고 check in 창구로 갔다.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짐을 잘 부쳤다. 큰 가방이 무게를 조금 초과했지만 아무런 토를 달지 않고 처리해 주어 고마웠다. 어제 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아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출국심사에 이어 출국장을 원할 하게 통과했다. Check intax refund 창구에서 알려 준 곳으로 가서 한화 7만원을 환급 받았다. 다음 번 한국 방문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라운지로 이동해 화장실을 먼저 찾았지만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에궁 비행기 안에서 편치 않을 것 같다. 시리얼에 이어 야채샐러드와 에스프레소 두 잔을 섞어 진한 커피를 마셨다. 여기 아니면 맛 볼 수 없는, 그래서 진하게 많이...

 

비행기를 타기 직전 한 번 더 화장실을 찾았다. 아까 보다는 더 여유 있고 차분하게 시도를 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몇 방울이라도 한 게 어디냐? 나름 잘 했다고 비행기를 탔고 한국에 올 때와 같은 자리 7A에 자리를 잡았다. 옆자리 7B의 사람이 남편과 통화를 하며 불만을 쏟아낸다. 예전에 괌에 갈 때 탔던 비즈니스 석에 비해 너무 나쁘다는 불평, 가방을 발 앞에 놓고 싶은데 모두 올리라고 해서 뭐 하나 꺼낼 때마다 내려야 하는 게 너무 불편하다는 불평을 옆에 앉은 내가 거슬릴 정도로 퍼붓는다. 이런 자리를 7백만 원 지불 한 게 억울하다는 불만에 이어 "당신은 내가 없으니 좋지? 아주 좋아 죽네, 죽어.."라는 것으로 마무리하나 했는데 금방 헤헤하며 웃는 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여자들 특유의 냄새가 난다. 입 냄새 혹은 흔히 말하는 암 냄새 같은 건데 아프리카 여행을 할 때 자극했던 냄새만큼이나 코를 자극한다. 짐을 올리라고 했었던 승무원에게도 불평을 토로했기에 지나가면서 슬쩍슬쩍 눈치를 보고 이야기 할 때도 조심스러워 하는 게 역력하다. "이륙 할 때만 짐을 꼭 안아 주세요."라는 말을 할 때도 더욱 밝게 미소를 짓는다. ! 옆에서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마다 퍼져오는 냄새가 속을 울렁거리게 한다. 오늘 가는 길 순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비행기 안에서 두 번의 식사에서 시원한 도토리묵밥과 불고기를 점심으로 간식으로는 낙지덮밥과 배추된장국을 선택했다.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뒤 한국, 혹은 다른 나라를 오고가며 한국식단을 선택한 건 오늘이 처음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소화가 잘 되어 쉬이 배출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도토리묵밥이나 배추된장국 말이다.

 

비행기가 고도를 잡았고 Seat belt sign이 꺼졌을 때 옆자리와의 칸막이를 올리니 냄새가 많이 가려져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고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자다 깨서 밥 먹고, 드라마를 보다 또 자고 간식 먹고, 갈 때의 16시간보다 2시간여 짧은 게 이렇게 큰 차이가 있나 할 정도로 빨리 도착한 기분이었다.

 

입국심사에서 Global Entry Line으로 들어서니 모자와 마스크를 벗고 기계 앞에 서면 사진을 찍는 Processing을 하는 데 사진 찍는 소리 이후로 기다리라는 메시지가 나오고 20여초 후 출입심사 직원에게 가라는 메시지, 도착하니 직원이 "Hi. Mr. Song. Welcome Back."라며 인사를 한다. 여권이나 손가락 스캔 없이 얼굴 사진만으로도 나인지를 인식한 거다. 지난겨울에 입국할 때까지만 해도 손가락 스캔을 했었는데 불과 반년 만에 또 달라진 거다. 기술의 진화가 그렇게 빠르다는 걸 놀라며 짐 찾는 곳에서 기다리니 앞 순서로 나와 오피스텔에서 버스 타는 곳까지 그렇게 쩔쩔매던 가방 두 개를 캐리어에 싣고 나왔다. 비행기가 도착하고 입국심사에 이어 짐 찾고 택시를 타는 순간까지 30분 만에 일사처리로 한 거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 I-85에 사고가 있어 조금 지체 된 것 말고는 수월하게 집에 도착해고, 집에 들어서 백팩과 가방 2개 짐정리를 마치고 입은 옷 그대로 다시 집을 나섰다. 졸립기는 했지만 조금이라도 쌩쌩할 때 Costco로 가서 자동차에 Gas채우고 바나나와 아보카도 등 과일과 채소 등을 사기 위함이었다. 미리 메모를 하고 갔기에 지체되는 것 없이 장보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정리를 하고 샤워, 그리고 침대에 널브러졌다. 쉽게 잠들지는 못 했지만 5시간 이상을 제법 깊이 잤다. 막 깼을 때 아해로부터 보이스 톡이 걸려왔다. 내가 택시를 탔다는 메시지 이후에 보내지 않아 궁금했단다. 고단하고 졸린 상태에서 정해진 순서대로 빨리 하려다보니 메시지 하는 걸 잊은 거였다. 아침 운동 중이라는 아해와 잠깐 통화를 마치고 일어나 누룽지를 끓이고 양상치를 무쳐, 냉동실에 보관 중이던 멸치볶음과 함께 상을 차려 저녁을 먹고는 치우려는 데 아해로부터 영상전화가 걸려왔다. 자몽을 먹으면서 아해와 통화를 하는 데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 사람에 대한 것, 김영자 사장이 소개해 준 변호사이야기, 송도아파트 세입자가 나가기로 해서 새로운 단기세입자를 찾아야 하고 물먹은 나무 바닥 수리가 필요한 이야기 등을 알리고 마무리 통화를 하는 데 내가 애틀랜타에 돌아오니 생기가 돈단다. 나는 너무 졸리고 고단해 벙벙해서 안간힘을 쓰는 데 그런 말을 들으니 이상했지만 아해는 보는 사람이 그렇다면 그런거라기에 나도 그런 걸로 인식했다.

 

통화를 마치고 화장실에 가서 제법 개운하게 쏟아냈다. 아까 낮잠을 자고 일어나 저녁 준비를 하기 직전에도 약간 밀어내기를 했는데 아해와 통화를 마친 후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해결이 되었다. 설거지를 하고 카모마일을 한 잔 만들어 테이블에 자리하니 잠이 쏟아진다. 조금만 더 버티자고 했지만 땅이 꺼지는 것 같아 자다 몇 시간 이후에 깨는 한이 있어도 일단 더 자야겠다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한국에서 여기 애틀랜타까지 잘 온 것에 감사하고

많이 졸려 조심을 더욱 많이 했지만 암튼 Costco에 탈 없이 다녀 온 것에 감사하며

아해와 통화를 할 수 있었음에 엄청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Carpe Diem**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