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외롭고 괴로움의 시작

송삿갓 2010. 10. 26. 23:57

오는 일요일이 할로윈입니다.

별 관계 없는 듯 잊고 살았는데

여러 집 앞에 도깨비 얼굴을 그려 넣은 호박이 있는가 하면

도깨비 모양의 하얗고 얇은 종이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조그만 바람에도 펄렁이는 모습이

흡사 귀신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10년 전 그러니까 미국에 막 왔을 때

지금 대학교 3학년인 딸이 10살 이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딸아이가 할로윈에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초코렛과 사탕을 얻어 오곤 했었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 중학생이 되면서 멈췄고

이제는 그 아이가 초코렛과 사탕을 준비하고

집 앞의 불을 밝혀 오는 아이들을 맞이하여 주곤 하는 것을 보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이어져가는 추억을 느끼곤 합니다.

그렇게 10월이 저물어 가고 있네요....

 

회사 생활을 할 때

누군가에게 개인적인 부탁도 싫어했고

누군가 개인적인 부탁 받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컴퓨터 회사를 다니면서

외부의 개인적인 부탁은 컴퓨터를 싸게 사 달라고 부탁 받는 것인데

그냥 대리점에 가서 Deal 잘 해 보라고 하고

가격이 마음에 안 들 때 연락하면 도와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동네의 대리점에 가서 가격을 흥정 했는데

조금 도와 달라고 하면 제가 대리점 사장에 전화하여

관계를 설명하고 조금 도와 달라고 하면

대게의 경우 선물을 더 주던가 가격을 조금 더 깍아 주는 형태가

최고의 도움이었습니다.

 

Laptop 사업을 시작하면서

공급 물량의 부족은 기존 대리점들 사이에 선점하려는 경쟁을 불러 일으켰고

Laptop 전문대리점을 시작하면서 서로 먼저 해 달라는 경쟁도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대리점의 사람들이 찾아왔었고

많은 사람들이 전문대리점 때문에 부탁을 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그 동안 일을 해 오던 형태와 성격상

모두 거절하였는데 한 사람의 예외가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자주 연락하지 못하고 살았었는데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한 동창이 용산의 뒷골목에서

조그맣게 컴퓨터 부품을 판매하면서 수리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동창과는 회사의 신 제품 개발과정에서 사용하였던 Sample 등을

처분하는 창구로 거래를 해 왔었는데

자신이 Laptop 대리점을 하겠다고 부탁을 해 왔습니다.

거절을 할까했지만 몇 년 동안 좋은 거래를 해 왔고

뒷골목에서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워

여러 가지 다짐을 받고 전문대리점을 승낙 하였습니다.

 

직원들도 팀장의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것을 알고

가능한 많이 도와주려고 하였고

그로 인해 안정을 찾는 듯 하였습니다.

 

용산이라는 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구할 수 없는 부품이나

동네의 대리점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 곳입니다.

컴퓨터 부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현금거래로 싸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한국 경제의 비정상적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대리점은 본사에서 제품을 받으며

1~3개월의 여신을 받아 나중에 대금 지불을 하던가

1~3개월 기간의 어음으로 대금을 지불하지요.

그것은 원래 제품을 받아 쌓아놓고 판매하는 기간을 고려하여

판매 시점과 결재 시점을 일치시키기 위한 방편인데

시장에서는 그것을 역이용하는 관례가 많이 있었고

그러한 비정상적 관행이 동네 대리점보다 용산에서 싸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어 냈습니다.

 

대리점은 본사로부터 제품을 받아

당일 날 용산에 현금 원가로 처분하면

자신은 1~3개월 동안 현금을 유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됩니다.

이익은 적지만 현금 유통할 수 있는 장점과

필요할 경우 재고를 처분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지요.

 

또 한 가지는 정상적이지 않은 거래는

대리점이 다른 회사의 대리점과 경쟁을 할 때

정상거래가 보다 낮은 특별가격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진 회사들은 컴퓨터를 구입할 때

비슷한 제품이라고 하면 여러 회사를 경쟁시켜

가능한 좋은 조건으로 구입하려고 하지요

그 때 대리점은 그 조건에 부합하는 요청을 본사에 하고

본사에서는 수량과 가격 등의 조건을 검토하여

거래를 하곤 합니다.

 

그런데 대리점들이 없는 계약 자체를 만들어 내거나

계약수량보다 많이 요청하여 남는 수량에서

더 많은 이익을 추구 하고는 합니다.

 

만일 위 두 가지를 조합하면

시장가격과 질서에 큰 혼란이 옵니다.

 

어떤 대리점이 큰 회사와 경쟁을 해야 하니 정상 거래가 보다 싸게 받아

용산에 자신의 원가 현금에 유통시키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으로 제품이 시장에 풀려지게 되고

가격 질서의 대 혼란이 오게 됩니다.

이를 덤핑이라는 용어로 불리워 지면서 용산에서 만연하고 있었죠.

 

Laptop의 경우는 크기가 작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그러한 작전의 타겟이 되기에 적절한 품목입니다.

 

Laptop 사업의 팀장을 하면서

내 자신은 물론 팀원들에게 출하 물동의 흐름을 주시하는 것이

큰 업무 중의 하나였습니다.

 

전문대리점을 하던 고등학교 동창은 의외로 마음이 여리고 착합니다.

그리고 팀장인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도 많이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업팀장의 학교 동창, 착하고 여린 전문대리점 사장,

거기에 덤핑에 안성맞춤인 Laptop,

비정상적인 거래와 여흥을 좋아하는 내부 공모자는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도 좋은 먹잇감이 되었습니다.

 

복잡하고 어렵습니까?

 

개발에서부터 판매는 물론 수금까지

삼성을 비롯한 외부의 많은 경쟁자들과

사내의 걱정과 시기, 질투 시선과

혼탁하고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시장의 흐름,

기회만 되면 속이는 것도 서슴치 않는 팀원 속에서

괴롭고 외로운 투쟁 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벌렁거려 지고는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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