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1심 판결

송삿갓 2010. 12. 17. 00:36

안녕하세요?

아틀란타는 예년보다 훨씬 추운 날씨로 사람들 모두가 움츠리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부터 내린 비가 길을 얼게 하여

차들은 거북이 걸음을 하였고 급기야 오늘 아침에는 많은 학교가

문들 닫거나 Delay Open을 하였습니다.

 

13년 전 지금 무렵 밀고 당기던 재판의 1심 판결이 있었습니다.

12월 초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가 재판 결과에 대한 불안 때문에

그대로 도망을 갈까 하는 마음도 먹었지만

판결 전날 한국으로 향했습니다.

그 때의 심정이지요.

 

1997/12/11(목) 날씨가 하늘을 펑 뚫어 놓은 듯하게 맑다.

돌아간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 이다. 정정당당하게 그리고 떳떳하게

내가 이렇게 표헌 하는 것 조차 이상하고 불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거의 정상적인 평온을 찾았다. 물론 서울에 도착하면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다. 지금의 내 심정은 뭔가 나를 잃고 있다가 나를 다시 찾아가는 느낌이 든다. 혼란과 몽롱한 의식 속에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기분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지만 어떠한 기쁨에 마음을 열고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실로 얼마 만에 느끼는 것인가? 이번 출장에서 원하던 것 모두를 성사시키거나 얻지는 못 하였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마음의 편정을 찾은 것을 나는 매우 기쁘게 생각 한다. 지금 여기는 나리타 공항이다. 12시 30분 비행기를 타고자 8시에 호텔에서 리무진을 타고 공항에 도착을 하니 09:50경

그래서 티켓팅을 하고 약간의 선물을 준비하고 들어오니 11시 30분경이다. 그런데 비행기의 도착지연으로 12시 50분경에나 출발이 가능 하다고 한다. 아침을 먹고 왔는데 배가 많이 고프다. 시간을 더 내어 좀 더 먹고 올걸 그랬나?

~중략~

 

1997/12/12(금) 아침에 약간 흐리다 맑음 그러나 날씨는 추웠다

어제 일찍 잔 덕분인지 새벽에 잠에서 깨었다. 2시 30분경에 깨서 다시 잠을 청 하였으나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았던 이유는 오늘 있었던 재판의 결과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다른 생각을 하려고 컴퓨터를 만지는 등의 다른 일을 하였으나 마음이 편하게 자리 잡지 못하였다. 그러다 4시 넘어서 억지로 잠을 청 하였다. 그리고 잠에 들 수가 있었고 6시 30분 경에 일어났다. 감기 기운이 있었기 때문에 샤워를 하지 못하고 머리를 감고 아내가 차려준 밥을 먹고 7시가 약간 넘어 수원의 법원으로 출발 하였다. 어제 눈이 내리고 길이 미끄러워 그런지 도로가 전혀 막히지 않아 빨리 갈 수 있었다. 그래서 도착한 시간이 7시 40분경 이었다.

 

차에서 추위에 떨면서 9시 30분이 되기를 기다렸다. 마음을 다스리려 해도 추위와 함께 몸과 마음 모두가 몹시 떨렸다. 전에 모래시계의 최민수가 마지막 사형장에서 검사인 자기친구에게 “나 떨고 있니?”라는 이야기를 하였는데 그게 자꾸 생각이 났다. 9시 25분경에 법정의 문이 열려 들어가 9시 30분이 조금 지나자 재판장과 판사들이 들어 왔다. 모두 기립을 하고 재판장과 판사를 맞이하였다. 첫번째 선고를 위하여 97고합 나413호를 호명 하였다. 그래서 나갔는데 한 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다시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하여 다시 좌석으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의 선고를 보고 있어야만 했다. 모두 선고를 하고 10시가 조금 넘어서 다시 호명을 하여 앞으로 나갔다.

 

재판장이 내용을 설명 하였다. “모두가 유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 동안 증인의 증언과 여러 가지 정황증거로 볼 때 무죄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유죄를 선고 한다.” 그러는 순간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차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재판장의 설명이 계속 되었다. “따라서 무죄를 주장하고 싶으면 실형을 받은 사람은 항소를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도 항소하여 다시 한번 심판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 순간 나는 집행유예가 되는가 보다 라는 생각을 하였다. 재판장의 설명이 계속 되었다. “그러나 돈의 행방이나 범행의 가담정도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선고 한다. “~중략~ 송권식 징역2년에 집행유예4년, ~중략~” 이렇게 끝이 났다. 만에 하나 있을 최악의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건 뭔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 하였다.

~중략~

변호사에게 전화를 하니 집행유예 1년 나왔어요? 2년 나왔어요?” 라고 묻기에 4년이 나왔다고 하자 그냥 웃으면서 실망이 크겠다고 하면서 항소를 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다음주 월요일에 만나 점심을 하면서 항소장과 항소 이유서를 만들어 제출하기로 하였다. 사무실에 들어와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걱정과 위로의 전화가 왔다. 모두 고맙게 생각한다. 피곤하다. 갑자기 밀려오는 피곤함이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 항소를 준비 해야 하겠다. 무죄가 나올 때 까지 계속 파고들어야 한다. 진실이 밝혀 질 것이라고 자신 한다. 12, 12 구테타가 있었던 날 나는 이렇게 하루가 간다.

 

한국도 날씨가 춥다는 뉴스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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