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하지 마라”
티샷을 드라이버로 하기 위해 Tee Box에 올라갔는데 페어웨이가 좌나 우로 많이 굽어 드라이버를 사용할 경우 위험이 많아 보인다. 그래서 페어웨이 우드나 아이언을 사용할까 하지만 클럽을 바꾸러 가는 것이 귀찮아 그냥 드라이버로 티샷을 한다.
라운딩을 하면서 어떤 클럽으로 샷을 할까 고민하는 때가 많다. 날씨와 그날의 몸 상태 그리고 코스나 볼의 위치에 따라 한두 클럽을 길게 혹은 짧게 잡아야 하는 운동이 골프다. 대개의 경우 캐디백에서 클럽을 한두 개 가지고 볼의 위치로 가거나 캐디가 가져다주는 클럽으로 Shot을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준비한 클럽이 맞지 않아 다른 클럽을 선택해야 될 때 고민을 한다. 다시 가져올 것인가 아니면 있는 클럽으로 글립과 힘 조절로 Shot을 할 것인가? 잘 될 것 같아 그냥 준비된 클럽으로 Shot을 한다.
그린으로 Shot한 볼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치핑으로 온 그린 하면 될 것으로 생각해서 치핑을 위한 클럽과 퍼팅을 가지고 그린 근처에 가 보니 볼이 벙커에 들어있다. 샌드웨지를 가지러 가자니 귀찮고 시간을 지연 시키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치핑을 위해 준비한 클럽이나 같이 치는 사람에게 샌드웨지가 없느냐고 물어 빌려 벙커샷을 한다.
다른 사람은 2 온을 하고 기다리는데 나는 벙커에 빠져 벙커샷을 했고 그린을 넘어 다시 치핑을 하다 보니 시간을 지연시키고 몇 타 더 많은 상태에 온 그린 하였다. 핀의 반대로 가서 퍼팅 경사를 읽어야 하나 시간을 지연 시킨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또 체면도 구겨져 대충 퍼팅을 하였다.
위와 같은 비슷한 경우처럼 귀찮아서 혹은 너무 시간을 끈 것 같아 그냥 진행 했을 때 대부분의 경우 좋지 않은 결과가 기다린다. 다행이 실수를 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었을 경우 쉽게 잊혀 지지만 좋지 않은 결과를 얻었을 경우 아쉬움과 여운이 오래간다. 만일 한 두타차로 승패가 엇갈렸을 경우 그 아쉬움과 여운은 더 오래가면서 후회를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프로선수들의 경기 중 어떤 클럽을 고를까 고민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마도 골프처럼 다양한 도구를 이용하는 운동도 드물 것이다. 최대 사용할 수 있는 14개의 클럽을 경우에 따라 다양하게 조합해서 사용하는 것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 오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내가 아는 한 분은 단지 4개의 클럽만 가지고 전 라운딩을 하면서 80대 초반을 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정말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다른 어느 사람은 그린 주변의 벙커에서만도 볼의 위치나 모래의 깊이나 습도 등 상황에 따라 3개의 클럽을 번갈아 사용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다양한 클럽의 사용이 요구된다.
몇 년 전 오랜만에 한국에 가서 라운딩을 하는데 미국에서와는 다르게 미터로 되어 있는 거리와 빌린 클럽이 내가 사용하는 샤프트와 달라 거리 측정을 헷갈려 하는데 캐디는 항상 두 개의 클럽만을 가져다 줘 정신을 못 차리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몇 개 가지고 볼의 위치에서 플레이를 하고 캐디에게 건네주는 클럽이 많아 미안했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하고자 여러 개의 클럽을 챙기려다 보니 시간도 많이 지연되면서 뒤에 오는 팀은 토끼몰이 하듯이 쫒아 오고 힘들어 몇 홀 뒤부터 포기하듯 하니 즐거워야 할 골프가 내 자신에 대한 불만과 다른 사람에게 미안함이 교차하는 고통의 라운딩이 되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몇 홀을 남기고는 같이 치는 사람들과 캐디에게 양해를 구하고 직접 챙기면서 라운딩을 마쳤다.
골프를 하다 보면 너무 자기 고집대로 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도 큰 결례가 되지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귀찮아도 상황에 맞는 클럽을 사용하고 가능한 자기가 사용할 클럽 몇 개는 직접 챙기면서 플레이 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 올 확률이 높다는 것을 잊지 말자.
골프를 정말 잘 치려면 “귀찮아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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