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는 게 현대인답고 Cool한 작별이야“라며 가볍게 포옹을 하고 뚜벅뚜벅 발길을 옮겼지만 몇 발자국 지나지 않아 뒤를 돌아 봤다. 가방을 끌고 걸어가던 그녀도 거의 같은 순간에 등을 돌렸는지 손을 흔들며 아쉬움을 표시한다. 손을 들어 알았다는 표시를 하고 또 휙 돌아 발걸음을 옮기는 데 무겁기만 하다.
날이 갈수록 조금씩 심해지는 벌렁거리는 가슴이 어제 낮부터 점점 심해지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몸의 움직임까지 둔하게 만든다. 아무렇지도 않고 조금 이상하더라도 조금 그렇다 말겠지 하던 것이 진정되지가 않는다.
저녁은 뭘 먹을까 하며 많은 고민을 하며 기다렸지만 뭔가 할 일이 있고 점심을 많이 먹어 배가 불러 저녁을 건너뛰겠다는 소리를 듣고 실망을 했지만 어쩌면 울렁거리는 마음에 같이 식사하는 것이 서먹하였을 것이라는 위안을 하면서 간단한 저녁을 먹고 침대로 올랐다. 얼굴을 보면 뭔가 말을 해야 할 지도 몰랐고 짐 싸는 소리를 들으면 안절부절 할 수도 있어 침대에 들었는데 아내가 찾아 들어 왜 말도 하지 않고 벌써 침대에 올랐냐는 이야기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자 뭔 일 있냐는 다그침에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혼자 있게 노아 두라며 외면해 버린다. TV를 켜 놓고는 있지만 집중하지 못하고 시계를 자꾸 보면서 잠자는 시간을 조절한다.
얼마나 잤는지 모른다. 심한 두통에 더 심해진 가슴의 울렁거림, 마음은 깊이를 모를 낭떨어지로 끝없이 떨어지는 기분이다. 그래도 억지로 잠을 청해 봤지만 잠을 자는 건지 깨어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뒤척이다 새벽을 맞이하였고 일어나자마자 항 우울제가 들어있는 두통약을 먹고 나서야 두통이 잠잠해 지면서 한 없이 떨어지던 마음을 조금은 진정시킬 수 있게 되었다.
35년 전 중학교시절 여름 방학 때 시골에 있는 할머니를 방문 하였을 때 얼마를 지내다 서울 집으로 돌아오기 전날 “며칠 더 있다 가면 안되냐?”는 할머니의 애절한 부탁에 빨리 올라가서 공부해야 한다는 대답에 서운함과 함께 뭔가를 더 해주고 싶어 안절부절 못하던 할머니......
내가 시골을 떠나던 2시간도 더 걸리는 기차역까지 구지 배웅을 위해 같이 가는 버스 안에서 차비를 받으러 온 차장에게 “나는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갈 터이니 차비를 깍아 달라”고 실랑이를 하던 할머니가 사람이 내리면서 자리가 나자 “먼 길 가야하는 네가 앉아라”하며 억지로 앉히고는 농사일로 투박해지신 손으로 내 손을 쓰다듬으며 “잘 살아야 해”라고 아쉬움을 토해 내시던 할머니.....
“입장권을 사야 들어 갈 수 있다”는 역무원의 설명에도 “내 손자 가는 모습 잠깐 보려하는데 무슨 표냐?”라며 막무가내로 들어서 “힘드니까 비집고라도 자리에 꼭 앉으라”는 당부와 함께 기차가 출발하는 순간까지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기차 안에서의 내 움직임에 따라 발걸음을 옮기며 눈길을 주시던 할머니......
아마도 기차가 출발 하고서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을 할머니의 마음이 이럴까 하는 생각이 35년도 더 지난 지금 또렷이 생각이 나는 것은 오늘 내가 느끼는 아쉬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 일게다.
어떻게 작별하는 것이 멋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였지만 결국은 가벼운 포옹과 함께 “잘 가라”는 이야기로 정말로 Cool하고 신사답게 작별을 하고 공항을 떠나면서 차를 출발 시키는데 가슴 한 가운데에 큰 구멍 난 것 같으면서 작별의 쓸쓸함이 한꺼번에 확 밀려온다.
집을 떠날 때 아내와 작별하고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서운하지?”하는 내 말에 “이 상 해 요”라고 대답하던 목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눈이 시릴 정도의 밝은 태양이 마음을 더욱 허전하게 한다. 달래 보려는 듯 음악을 듣고자 볼륨을 최대로 올려 보지만 그냥 왱왱 소리만 들리면서 “든 자리는 표 안 나도, 난 자리는 표 난다”고 자주 말씀 하시던 어머님까지 그리워지는 것은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아~! 5박 6일의 짧은 시간에 이렇게 정이 들고 작별이 어려운가? 하는 한탄이 끊이지 않으며 내 생활로 돌아가면 괜찮아 질거야 하는 마음으로 골프장에 도착하였다. 영하로 내려간 날씨 때문에 티타임이 지연되어 갑자기 시간이 비자 마음은 더 공허해진다.
시간도 때우고 공허해진 마음도 달래 볼 겸 Gym에서 운동을 하며 숨이 턱 밑까지 차고 몸이 땀으로 흠뻑 젖지만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가 않는다. 골프를 하면서도 Shot을 하려 준비를 하는 짧은 시간에도 “오늘 집에 들어가면 더욱 허전하고 그녀가 묶었던 방을 바라보면 난 자리가 더욱 커 보이겠지?”라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와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그렇게 골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용기를 내서 그녀가 묶던 방을 보니 침대는 잘 정돈되어 있고 바닥은 깨끗이 청소되어 있어 방이 더 커 보인다. 달래보려 책을 든다. 페이지는 술렁술렁 넘어가는 데 내가 읽어 넘어 가는 것인지 그냥 생각 없이 넘기는 것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잠을 청해 보지만 눈과 마음은 더욱 또렷해지면서 그야말로 안절부절.
자는 것을 포기하고 이 자체를 즐기기로 한다. 작별의 아쉬움도 즐기고 앞으로 새로운 인연 하나 만든 것으로 생각하며 마음이 진정되고 평상으로 돌아 갈 때까지 그냥 즐기자. 귓전에 맴도는 “이 상 해 요”라던 그녀의 목소리도 즐기자며 깊어가는 밤에 다시 책을 든다.
꽁지 공지영 작가의 글이 떠 오른다. "아아 정은 늙을 줄을 몰라라"
Young Eun!
I love you, uncle K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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