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삿갓의 골프를 즐기는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골프를 정말 재미있게 즐기려면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이른 시각에 골프를 하지 않다가
오늘은 같이 즐기는 멤버 중 한 사람이 한국에서 손님이 왔고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어 조금 일찍 골프를 하자해서
평상시 보다 조금은 이른 8시에 티타임을 잡고 골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푸르던 잎새 자취를 감추고 찬바람 불어 또 한해가 가네
교정을 들어서는 길가에 말없이 내꿈들이 늘어서있다.
지표없는 방황도 때로는 했었고 끝없는 삶의 벽에 부딪쳐도 봤지
커다란 내 바램이 꿈으로 남아도 이룰수 없는건 그 꿈속에도 있어
다신 올수 없는 지금의 우리 모습들이여
다들 그런것 처럼 헤어짐은 우릴 기다리네
진리를 믿으며 순수를 지키려는 우리소중한 꿈들을 이루게 하소서
세상가장 빛나는 목소리로 우리 헤어짐을 노래하게 하소서
세상가장 밝은 곳에서 우리다시 만남을 노래하게 하소서
(세상가장 밝은 곳에서 가장 빛나는 목소리로/유익종 노래에서)
골프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한국 노래를 듣고 싶어
틀었더니 나오는 노래의 가사다
마음이 착 가라 앉으면서 어제의 충격적인 소식에 마음이 착잡해져 온다
가끔은 같이 골프를 즐기던 이웃 중 한국 사람이 폐암3기라는 소식을 들었다
불과 1주일 전에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 갔을 때
지난 한 달간 검사를 계속 받는데 폐암은 아닌듯 하다는
주치의의 소견을 들었다며 좋아하며 한 참을 설명 하던 분인데
최종 검사 결과는 결국 암이라는 가슴 아픈 이야기다
불과 며칠 전 내가 잘 알던 한 분이 세상을 떠나
장례식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어 마음이 무거웠는데
또 다른 슬픈 소식을 접고 생각했다
‘참! 세상 정말 별거 아니다’
그런 생각 속에 골프장을 도착하니
세상을 밝히려는 태양이 18번 홀 나뭇가지에 걸려 있고
아침 그린은 작은 손길에도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루룩~ 흐르는 소녀의 눈물처럼
밤새 맺힌 물기를 머금고 골퍼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첫 홀에 들어서니 이미 앞서 출발 한 몇 사람의 흔적이
티잉 그라운드에 남아 있다
티샷을 하고 페어웨이에서 세컨샷을 위해 걸음을 옮기는데
골프화에 밟혀 튀는 잔디에서 머금었던 물방울들이
종아리를 간지럽힌다
몇 걸음 옮기다 뒤를 보니 나의 흔적인 발자국들이
새삼스럽게 보이며 마음을 어지럽힌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나는 것 ‘세상 정말 별거 아니다’라면서
옛 중국의 한무제 때 흉노 땅에 사신으로 보냈으나
포로로 잡힌 소무를 찾은 이릉은 모진 고생을 하는
소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했던 말에
“인생은 아침이슬”과 같다는 인생조로(人生朝露)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평상시 라운딩을 할 때 한 두 명씩 끼는 백인들 때문에
한국어 보다는 영어를 써야하는데 오늘은 한국사람 넷이서 골프를 하니
정말 한국말만 해도 된다는 것에 넘치는 행복을 느낀다
영어로 말 할 때 경우에 따라 한국어로 먼저 생각하고
어떤 영어표현이 적당하지 고민 했어야 했는데
오늘은 한 단계가 줄어드니 마음이 절로 편해지며 드는 생각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그래!
나는 한국에서 있었던 ‘말복 빙자 번개 모임’이 말할 수 없이 부러웠고
‘한국에 있었다면 열 일 제치고 갔을 텐데’라는 생각에
마음이 바닥을 기었는지도 모른다
알고 있는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에
그리고 이웃 사람의 폐암 소식도 그들이 한국인이고
나도 한국인이기에 더 깊은 마음의 상심으로 왔고 허전 했었다
그리고 양용은 선수의 우승이나 솔하임컵에서 선전한
한국 선수들의 자랑스러움도 나와 같은 한국인이기에 당연한 것이었다
세상 정말 별거 아니다
그러니 오늘 같이 골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골프장에서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나 서로 주고 받으며
골프 이야기로만으로도 하루를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이나 세계 구석구석에서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모든 한국인들에게
그리고 우리 것을 갈망하며 별거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우리의 것은 좋은 것이여”
방랑자 송삿갓의 골프를 정말 재미있게 즐기는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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