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삿갓의 골프를 즐기는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
골프를 정말 재미있게 즐기려면
‘남의 탓을 하지마라’
가끔 함께 라운딩하는 P라는 미국인 친구가 있는데
상당한 다혈질의 성격 소유자다
이 친구와 라운딩하다 보면 도를 닦는 기분이 들 때가 많을 정도로
사연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뒤땅을 치면 클럽으로 그라운드를 치는 것은 예사고
탑 볼이 나면 클럽 집어 던지는 일이 기본인 친구다
잘 친 볼이 슬라이스 혹은 훅이 나면 F King Course하며
얼굴이 벌게지고 혹여나 Maintenance를 위해 사람이 지나 가면
왜 자기 골프 치는 시간에 Maintenance하느냐며 화를 내고
진행요원이 돌아다니는 것도 그리고 Cart Girl이 오는 것에도
있는 대로 화를 내곤 한다
내가 함께하지 않은 날 한 번은 드라이버샷이 좋지 않았다고
샤프트를 부러뜨려 숲속에 던졌다고 한다
그래서 라운딩이 끝나고 찾아 헤메는 해프닝이 있었다
나도 찾아보겠다고 들어갔다가 가시에 찔리고 모기에 물리고......
어떤 날은 그가 좋아하는 10시 티타임이 애매해서
9시에 라운딩을 시작했는데 실수를 하자 F King Tee time하면서
자기는 1시간 정도 Warmup하고 시작해야 하는데
일찍 시작해서 그렇다고 투덜대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항상 1시간 전에 나와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니면서 말이다
그것도 참기 어려운데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잘 치면
골프장이 자기를 돕지 않는 다며 하늘 향해 욕을 하면
골프를 즐기자고 하는 것인지 도를 닦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때도 있다
속으로는 “개쉐갸, 품위가 있는 송삿갓 이니까 참는다”라며
이것도 참선 중 하나라는 위안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때 이렇게 나를 달랜다
‘저런 친구와 골프하는 것도 내 탓이다’
평상시 90을 조금 더 치는 친구가
어제는 볼의 방향도 좋고 칩샷이 두 번 들어가고
줄버디를 하면서 기분 좋게 즐겼다
마지막 홀에 숲에 들어가고 물에 빠져 트리플 보기를 했음에도
11개 오버 83으로 마쳐 스코어 카드를 Keep하겠다고 가져가며
월요일 9시 티타임에 자기도 끼워달라고 한다
그러겠노라고 하면서 속으로
‘월요일에도 잘 되어야 할텐데~~’라는 기원을 하였다
그렇데 도를 닦고 하루를 보낸 후
저녁에 폐암으로 투병 중인 이웃을 찾았다
65세인 그 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기분이 다운되는데 만나니 또 골프이야기다
그분 왈
“해링턴은 말이야! 물 앞에 서면 쪼는 데 나에게 와서 레슨을 받아야 해
그런데 온다고 해도 두 가지 문제가 있어
하나는 언어 문제고 다른 하나는
내가 건강이 좋지 않으니 쉽지 않을거야”라며
연습도 더 하고 배짱도 키워야 한다며 수다를 떨었다
남에게 해 끼치지 않고 탓하지 않는 그 분을 생각하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무겁고 어찌나 눈물이 나려 하던지
방랑자 짝퉁이 아닌 송삿갓 골프를 정말 재미있게 즐기는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
‘남의 탓을 하지마라’는
이외수 선생의 하악하악에서 나오는 “인간반성”이라는 글로 마친다
비가 내리면 해가 뜨기를 바라고
해가 뜨면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가람들은 어떤 잘못도 자기 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늘도 그의 비위를 맞출 수 없는 사람인데
인간인들 그의 비위를 맞출 수가 있겠는가
가까이 하지 말라
가까이 하면 텀티기를 쓰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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