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이석원-
케이크가 맛있는 신사동 어느 카페에서
다 먹고 계산을 하는데 종업원이
“저, 발레 하셨죠?” 하고 물어서 순간 당황한 이유는
그날 내가 몸에 딱 붙는 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단지 발렛 파킹을 했냐고 물어본 것뿐인데
나 혼자 무슨 생각을 한 걸까.
-본문에서-
사람이 자신의 생활이나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게 참 어렵다.
머릿속에서는 좋은 표현의 말들이 글로 쓰려하면
무슨 단어를 어떻게 쓰는 것이 더 좋을까?
내가 쓰는 문장이 틀린 것일까 아니만 맞는 것일까?
궁리에 궁리를 더하게 된다.
그러고 실제 글을 쓰려고 시작하면 몇 자 지나지 않아
맴돌던 것이 기억나지 않거나 쓸 말이 없는 것 같아 주춤주춤
어떻게 억지로 글을 써 놓고 다시 잃다보면
무얼 말하려 하는지 횡설수설 한 것 같고
또 이해하기 어렵게 쓰기도 하였다
글재주 부족한 것에 창피함까지 드는 게 글이다.
이 책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의 저자는 분명 전문작가다.
글 쓰는 재주가 있을뿐더러 맞춤법 같은 것은 틀림없을 것 같지만
책의 앞부분 한 페이지의 끝에 조그만 글씨로
‘저자 고유의 글맛을 살리기 위해 표기와 맞춤법은 저자 고유의 스타일을 따릅니다.’
라고 쓰여 있다.
이 말은 이 책에 맞춤법이 틀린 곳이 있으나 맛을 살리기 위한 것이니 이해하란 말이다.
한 마디로 전문 작가의 글이지만 상관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
글 이란 게 멋들어지게 잘 쓰는 것도 중요하고
읽는 사람을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너무 틀에만 의존하다 보면
색깔이나 특이성이 없으면서 지루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작가가 소개팅으로 만난 여자에 대해서
만나서 한 것들에 대해서 사심이지만 후련하게 썼다는 생각 때문에
책을 손에 잡으니 중단하기 어려운 읽기중독에 빠져 버렸다.
산문집이지만 자전소설 같이 어느 부분은 시 같이
싼티 나지 않고 뭔가 고상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읽었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을 작가는 “뭐해요?”라고 했다.
그 말은 좋아하는 둘이 만남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이따 봐요” 인데
그럴 때 내 대답 “그래 이따 보자”
January 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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