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발견 : 시베리아 숲에서 - 실뱅 테송
책의 번역자 후리에 따르면 저장인 실뱅 테송은
프랑스의 여행작가이자 에세이스트며 문명에서 벗어나
시베리아 동남부에 위치한 바이칼 호수의 숲속에서
오두막 생활을 한 2010년 2월부터 7월까지의 두 계절,
곧 겨울과 봄의 6개월 동안의 ‘은둔’의 기록‘이라고 하였다.
저자는 ‘한 걸음 옆으로 벗어나기’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나는 마흔 살이 되기 전에 숲속 깊은 곳에서 살아보리라 결심했다.’
라고 시작한다
그리고 책과 시가와 보드카를 가지고 숲으로 들어가
매일매일 일기형식으로 쓴 여행기다
책, 시가, 보드카 이외의 것들에 대해 저자는 본문에 이렇게 썼다
'숲은 일종의 에너지 재활용 기계인 셈이다.
숲에 의지하는 것은 곧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가 없으니 은둔자는 걸어다닌다.
슈퍼마켓이 없으니 낚시를 한다.
보일러가 없으니 손수 장작을 팬다.
이런 비위임(非委任)의 원칙은 정신에도 적용된다.
텔레비전이 없으니 책을 펼친다.‘
어쩌면 대부분의 남자들이 꿈꾸는 혼자만의 생활
누구를 간섭하거나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한 것이다.
1.5미터 이상의 두께로 언 깊이 1500미터의 바이칼 호수 옆에
조그만 오두막에 의지하여 온기를 유지하고
낚시로 가장 큰 주식을 해결하고
눈과 바람과 추위에 맞서 저자는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박새와 고독을 나누었고
바이칼 호수의 주변 2000미터의 산을 눈 신을 신고 등정하며
고독을 단련시켰다.
가장 가까운 이웃이 100킬로미터 거리에 있지만
찾아오고 가며 시름과 고독을 달래기도 하였고
우정을 나누기도 하였다.
저자는 본문에서 ‘고독’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였다.
‘고독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만능의 동반자라 할 수 있으리라.
고독은 상처에 바른는 진통제다.
또한 고독은 공명상자(共鳴箱子)이다.
혼자 있을 때 받는 인상들은 평소보다 수십 배는 더 간하게 느껴진다.
고독은 우리에게 어떤 의무를 부과한다.
나는 이 텅 빈 숲속에서 인류를 대표하는 대사(大使)이다.
또 여기에 있지 못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나는 이 숲을 누려야 한다.
고독은 생각을 낳는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가능한 유일한 대화는 자신과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고독은 모든 수다를 물리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준다.‘
결국 고독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것이라 하는데
이것은 모든 장소나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고립된 숲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할 수 있는 가장 큰 유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숲속에서 누리는 시간과 공간적 자유를
‘사치’라는 말로 대신하며 이렇게 표현하였다.
‘내가 누리는 사치?’
그것은 매일, 내 욕망의 처분만을 기다리며 펼쳐지는 24시간이다.
시간들은 나를 섬기기 위해서 햇빛 속에서 일어서는 순백의 처녀들이다.
만일 내가 이틀 동안 침대에 뒹굴며 소설책 한 권을 읽고 싶다면,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또한 땅거미가 질 때 숲속에 들어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누가 그것을 말릴 수 있을까?
숲속의 고독한 인간에게는
사랑의 대상이 둘 있으니, 하나는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공간이다.
첫 번째 것은 마음대로 채울 수 있고,
두 번째 것은 그가 이 세상 누구보다 잘 안다.‘
결국 현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에 쫓기어 산다.
찰칵거리는 초침의 소리에 조급해 지기도 하고
있어야 할 공간의 크고 적음에 때라 과시하고 주눅 들어 살기도 하는데
숲의 은둔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자유를 누리기도 한다.
이 부분을 저자는 이렇게 묘사하였다
‘흘러가는 하루는 전날의 거울이고, 다음날의 스케치다.’
‘나는 늪을 닮은 사람들보다는 얼어붙은 호수를 닮은 사람들이 좋다.
얼어붙은 호수는 표면은 차갑고 딱딱하지만,
그 밑은 깊고 역동적이며 활기차다.
늪은 겉보기에는 부드럽지만,
그 밑바닥은 활기가 없고 꽉 닫혀 있다.‘
사람에 대해서 이렇듯 자연에 비유하여 철학적으로 묘사한 것은
풀어쓴 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흔히 쓰지 않는 단어들이 많이 쓰였다
물론 불어로 쓴 것을 한국어로 번역하였지만
다른 책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표현이나 단어들이
특별하게 와 닿으며 자연과 벗하여 사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예로 ‘모래톱’, ‘곶‘, ’우듬지‘나 ’잉걸불‘ 등이 있는데
일부는 다른 책이나 글에서도 간간히 접할 수 있겠지만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하여 아름다운 글로 마음을 편하게 한다.
예로 바람 부는 날의 호수를 이렇게 표현하였다.
‘오늘, 바이칼 포는 피부경화증에 걸렸다.
빙판에 쌓인 눈이 떨어져나간다.
강풍이 눈더미를 뭉텅뭉텅 물어뜯어서는,
범고래 피부의 그것만큼이나 새하얀 반점들을 흑요석 같은
빙판 위에 여기저기 흩어놓는다.
그렇게 빙판이 드러나게 되면 호수면이 검어진다.‘
말에 표현력이 뛰어나거나 시적일 때 ‘언어의 유희’라고 한다.
‘문장의 유희’라는 것이 문법적으로 옳은 표현인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느낀 감정으로
마음을 따스하게 했다가 부드럽게로
온화하게 했다가 시려 팔로 감싸 않아야 하는 따스한 품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를 순수성이라 하고 싶은데 자신을 자연에 동화시킬 때
할 수 있는 것들로 생각된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체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져보지만
실현 가능 할지는 모르겠다.
우선 용기가 없을 것 같아서 말이다.
마음이 요동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면
이 책을 다시 잃으면 평온해 질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책을 덮는다.
October 15, 2015
무지무지 아파서 책을 들어 읽을 힘도 부족한 날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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