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데로 임하소서 -이청준 지음- 한 동안 흔히 말하는 신앙에 깊이 빠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삶의 진리를 추구하는 순수함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시절 어느 교회의 남전도회에서 내게 선물한 책이다. 책꽂이에서 이 책을 보며, 당연히 읽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책장을 열어보니 그러지 않음을 알았다. 읽을까, 말까 망설였다. 직전에 읽은 양귀자의 [모순]을 읽고 소설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나를 꺼내고 싶은 간절함으로 읽기로 작정하고 시작했다. ‘책 한권 읽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 책 [모순]에서 ‘상처는 상처로 치료해야 가장 효험이 있는 법이다.’라고 했던 것처럼 책은 책으로 치료하자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책의 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