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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지음-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지음- 이 책은 지난 2022년 5월 한국에 갔을 때 교보문고에서 구입한 거다. 왜 이 책을 샀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죽음을 앞둔 노(老)학자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과연 죽음 앞에서도 초연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였을 게다. 바로 읽으려고 샀고 읽기를 시작했지만 읽다 멈추고 다시 읽다 또 멈추기를 반복했다. 하루나 이틀 멈춘 경우도 있고 때로는 두세 달 멈추기도 했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리고 아끼고 싶어서도 아니라 주로 외면하고 싶어서였다. 어떤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놓기도 했던 것으로 보아 ‘외면’이 분명하다. 죽음이 두려워서라기보다는 슬프고 애처로워서, 또 죽음에 대해 더 알기를 거부하고 싶어서였다. 책은 김지수라는 기자가 이어..

책을 읽고 2024.10.30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그럼 저절로 죽었단 말이지.”“저절로 죽긴 어떻게 저절로 죽냐. 자살을 한 거지.”“자살? 나무가 말야?”“그래 그 나무는 나를 좋아했으니까. 나를 좋아하지 않음 내 창가에 어떻게 그런 예쁜 꽃을 피울 수가 있겠어. 우리 집 능소화처럼 화려하게 피는 능소화를 난 어디서고 본 적이 없어.”“그래도 그렇지 나무가 어떻게 자살을 하냐?”“얘 좀 봐. 왜 못해. 나무는 자살할 수 없다고 누가 그래? 나무 우습게 보지 말아 너. 나무도 사랑을 잃으면 자살할 수도 있다는 걸 우리 집 능소화가 확실하게 보여줬잖아? 그래도 못 믿겠어?” -본문 ‘일탈의 예감’ 중에서- 이 이야기의 시작은 화자인 영빈, 그의 친구 한광, 그리고 두 사람에게 30여년 넘게 연민을 안겨준 현금 등 세 사람은 초..

책을 읽고 2024.10.20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이 책은 [그리움을 위하여]로부터 시작해 [그래도 해피 엔드]라는 9개의 단편소설이 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나도 사는 일에 어지간히 진력이 난 것 같다. 그러나 이짓이라도 안 하면 이 지루한 일상을 어찌 견디랴. 웃을 일이 없어서 내가 나를 웃기려고 쓴 것들이 대부분이다. 나를 위로해준 것들이 독자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는 글을 썼다. 저자의 글대로 읽으면서 웃었고 고개를 주억거린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에서는 공감을 하면서도 가슴을 찌르는 듯한 마음의 상처를 건드린 곳이 많았다. 이 책의 해설 [험한 세상, 그리움으로 돌아가기]을 쓴 김병익은 “노년문학”이라는 표현을 썼다. 가슴이 쓰렸던 건 나도 노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

책을 읽고 2024.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