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41일째, 2016년 2월 16일(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6. 2. 17. 10:24

천일여행 241일째, 2016216() 애틀랜타/맑음, 저녁에 비

 

어제 늦은 밤부터 비가 많이 내리더니 오늘은 참 맑다.

아침 모임을 끝내고 운동하러 갔는데 시작할 때는 쌀쌀했거든

중반 쯤 지났을 때부터 햇살이 강해지고 따스해지기 시작하는 거야

그런데 햇살을 받으니 갑자기 그리움이 복받쳐 올라오지 뭐겠어?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면서

이건 뭐지 하면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이 참기 어렵더구나.

하늘에 대고 소리치고 싶고 다 때려 치고 달려가고 싶기도 했지

어찌어찌 운동을 마치고 샐러드 Togo 해 와서 점심을 먹었는데

파트너가 외출했다 돌아 와선 Trash Bag을 들고 설명을 하는데

아침에 고양이 새끼 한 마리가 공장 뒤편에서 비를 많이 맞고 비실비실 할 걸 봤는데

외출에서 돌아와 다시 확인하니 죽었다는 거야

나 같았으면 아침에 바로 병원에 데려 갔을까?

아마도 그랬을 거야.

예전에 길고양이 한 마리를 거둬 키웠었잖아.

집안에서 키우던 강아지 집을 차지하고 밥도 빼앗아 먹기도 하고

안 들어오다가 며칠 만에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에 초죽음 돼서 돌아와 병원에 가기도 하고

조금 나아서 괜찮다 싶으면 나가서 싸움박질 하곤 들어와 며칠 앓다가 병원에 데려가

수술에 입원에 있는 대로 말썽을 부리기도 했었지.

밖에 있는 모녀 개와 싸움이 붙어 뜯어 말리느라 상처를 입은 일도 있었는데

밉다가도 다리에 매달려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사랑해 달라고 하기도 했었는데

내가 집을 떠나고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실은 오늘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는데 가을이라고

이름 지어 줬던 그 녀석이 갑자기 생각나더니 공장에서 이런 일이 있지 뭐야

나는 보지 못했는데 아기 고양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버려진 녀석 아님 길을 읽은 거겠지.

 

기왕에 시작한 거 개 이야기를 좀 해야 하겠다.

5학년 때 식당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개 한 마리를 키우게 되었어

하얀 색의 잡견이었는데 식당 뒤 공터가 집이며 놀이터 인데 제법 사람을 잘 따르곤 했었지

그러다 겨울에 누군가 쥐를 잡겠다고 약을 놓았는데 그것을 먹고 죽었어.

그런데 잔인하게 동네 어른들이 잡아서 먹어 버렸지

어린 마음에 어른들이 미웠고 개가 불쌍해 며칠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론 개를 오래 키우지 못했어.

식당에 큰 길 가에 있고 한 참 개발하는 지역이다 보니 차에 치어 죽기를 여러 번

그 때 어머님이 우리는 동물 키우면 안 되나보다라고 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러다 한 마리 잘 키웠는데 중학교 들어갈 무렵 어떤 날 갑자기 개가 없어 진거야

행방을 물으니 다들 쉬쉬 하는데 방에 새 책상이 한 개 놓여있지 않겠어?

어머니가 개를 팔아서 내 책상을 사 주신 거였어

개가 없어져 서운하면서 새 책상이 생겼으니 기분이 좋기도 하고

참 기분이 묘한 게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더라고

그 때 다짐을 했지 이제 개는 절대 안 키운다

그러다 코코라는 개 세 마리를 거두어 키우게 되었지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오기 한두 해 전쯤인가?

가끔 운동가는 동네 뒷산에 하루는 운동을 하러 갔는데

금빛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가 자꾸 따라 오는 거야

돌아서 가라고 야단을 치면 멍 하니 서 있다가 따라 오기를 몇 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떤 사람이 개는 왜 두고 가느냐?“며 소리를 치는 거야

그래서 뒤 돌아 보니 그 강아지가 따라오고 있더라고

그 사람은 내가 개를 버리고 가는 줄로 알았었나봐

내 개가 아니라고 했더니 아까부터 졸졸 따라 다닌다는 거야

그래서 손짓을 했더니 얼른 달려오더라고

안고 집으로 와서 욕은 욕대로 먹고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했더니

주인이 올 때까지 그냥 집에 데리고 있으라 하더라고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한 1년 키웠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어

그 개가 첫 번째 코코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비슷한 일이 생겼지, 이번엔 밤색 푸들

또 데리고 와서 보니 이번엔 누군가 확실히 버린 개였어

한 쪽 뒤 다리가 가늘고 절기에 이상해 가축병원에 갔더니 다리를 수술시켜야 하는데

그냥 키워도 무방하다는 거였어

거둬 키우는데 이쁜짓 많이 했다

운동하러 나가면 앞서 달리기도 하고

용변보라고 내 보내면 동네 두세 바퀴 돌고 문을 벅벅 긁으며 열어달라고 하고

놀자고 하면 주변을 빙빙 뛰고 짖어대며 재롱을 떨기도 했지

미국으로 올 때 데리고 오자고 했는데 두 가지 문제가 생겼어

첫째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고 미국에 입국할 때 한 달 이상을 세관에 둬야 한다는 거야

그래서 집으로 이사 오는 사람에게 부탁을 해서 잘 키웠다는데 어느 날 사라졌다는 거야

그렇게 믿어야지 어찌 하겠어

두 번째 코코와 이별 한 거지

 

세 번째 코코는 미국에 와서 키웠던 치와와 였어

어떤 집에서 조그만 개 한 쌍을 키웠는데 주인들이 일 때문에 늦게 들어오곤 했는데

어느 날 암놈이 배가 불러오고 힘들어 하기에 병원에 데려 갔는데 새끼를 뱄다는 거야

그런데 너무 작아서 혼자 낳을 수 없으니 수술해서 낳아야 한다고 수술

또 얼마 지나서 같은 일이 반복하는데 암놈이 너무 힘들어 한다는 거야

낳은 새끼들은 오래가지 않아 죽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확실치 않다.

할 수 없이 한 마리를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하는데 암캐를 보내기로 한 거지

암놈은 생리를 하면서 집안을 지저분하게 하니까 그랬던 것 같아

자동차 정비를 하던 친구가 나 보고 개 한 마리 구제하지 않겠느냐 기에

집에 개 두 마리가 있어 안 된다고 했지, 집에 진돗개와 새끼를 키우고 있었거든

며칠이 지나고 또 부탁을 하기에 딸에게 이야기 했더니 좋다며 데려 오라더라고

입양 하는 날 개 이름은 코코고, 나이는 다섯 살이고···’

순종이라는 품종확인서까지 들고 집으로 데려와 딸의 개가 되었지

거의 10년을 살았는데 작년에 나이 들어 죽었다고 하더라고

길고양이 가을이에게 집과 밥그릇 빼앗긴 녀석에 세 번째 코코야

그 때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앗았다고 놀리기도 했었지

 

고양이와 개 이야기 하다가 여기까지 왔네

퇴근해서 화장실과 옷장, 세탁실에 등을 갈았어

모두 백열전구를 사용하는데 화장실이 어둡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언젠가는 해야지 하다가 공장 창고 전등 갈면서 집도 해야겠다고 굳게 결심했지

모두 LED로 갈았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처음 집 지을 때 안 맞는 것을 억지로 낀 것도 있고 습기 때문에 녹이 슬기도 해서

빡빡하고 구부러지고 부러지고, 혼자서 낑낑 매면서 다 잘 마무리 했더니

가는 곳 마다 환한 게 참 좋은데 서재 쪽 화장실도 해야하나 하는 욕심이 생기는 거 있지

내 성격으로 보아 틀림없이 손 댈 거다.

 

에궁 저녁 먹고 나서 정신 차리고 밖을 보니 제법 많은 비가 내리네

낮게 하도 맑아서 저녁도 그러려니 했는데 비가 내리니 조금 한기가 든다.

오늘도 참 여러 가지 하면서 보냈다.

그치?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