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322일째, 2016년 5월 7일(토) 애틀랜타 맑음

송삿갓 2016. 5. 8. 09:20

천일여행 322일째, 201657() 애틀랜타 맑음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까?

그립다, 보고 싶다.”

이런 말을 하지 않고 생각 하는 것만으로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고

이내 주룩 흐르기 시작하면 멈춰야 하는 것조차 잃어버린다.

짙은 초록이 조금 세게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것 맑은 하늘이 더 파랗게 보인다.

 

머릿속은 텅 비고 허리를 숙였다 일어나면 어지러움과 함께 환상으로 보이는 투명무늬와 같이

넋을 놓고 바라보는 하늘에 하얗게 보이는 이에 입 꼬리 올라간 미소가 절로 그려진다.

옆에 있는 사람이 뭐해요? 얼른 칩시다.” 하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면

어느새 눈가를 적신 눈물이 뿌옇게 시야를 가리곤 멀리 흐릿한 깃대다 보이길 여러 번

 

오늘은 가장 자주 골프를 하는 안 사장 말고 한국 법인 지사장을 하다

최근에 고문으로 추대 받은 한 친구가 우리와 Join 하였다.

같은 한국인이면서 멤버로 있었기에 이름이나 얼굴은 알고 있었고

몇 번인가 함께 할 기회를 가질 뻔 했던 사람인데 고문으로 물러앉고 나니

뒷방 늙은이처럼 만나는 사람이 줄면서 함께 할 사람을 찾던 중에 함께하는 기회가 되었다.

고문이라 함은 현직에서 물러나고 그동안 회사를 위해 일한 공로를 인정하여 1~2년은

회사에서 대우를 해 주며 월급을 받는 자리이긴 하지만 현직이 아니니 자연히 찾는 이 준다.

한국회사의 현지 법인장이야 어차피 잠시 지나가는 사람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야 이 사람이면 어떻고 다른 사람이면 어떠냐며

누군가 가면 대체해서 다른 사람오니 함께 즐길 수 있으면 그만,

직장생활 오래해서 그런지 아님 아직 덜 친해져 그런지 매너 좋게 서로를 격려하며 잘 놀았다.

 

오랜만에 큰 실수 없이 하고자 하는 대로 잘 했다.

조그만 실수가 있더라도 흥분하거나 오기 부리지 않고 차분하게 Recovery 하자하고

다른 사람이 있어 그런지 안 사장도 덜 심통 부리니 편하게 해서 그런가?

전반 6, 후반 1개 오버로 합계 79, 오랜만에 흔히 이야기 하는 싱글을 쳤다.

올 들어 80대 중반부터 90대 초반을 왔다 갔다 해서 이제 보기 플레이어로 굳혀지나 했는데

건방떨지 않고 조신하게 하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즐겼다.

 

몇 년 전에 좋은 모자 하나 갖자며 남미에 주문해서 잘 쓰던 모자가

햇살에 마르고 손길에 달아 꺽여 손상이 있더니 조금씩 범위가 넓어지며 심해진다.

원래 물건 아끼기로 유명한 내가 자연현상으로 그렇게 되는 것도 마음아파

대체할 다른 모자 찾자고 쇼핑을 하여 인조이긴 하지만 나름 괜찮은 것과

쉽게 쓰지 몰할 것 같지만 색깔이 마음에 드는 모자를 구입하였다.

 

내가 언제부터 골프하면서 중절모를 썼지?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목 뒤가 타면서 따가운 것이 싫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잘 각인 시킬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

이제는 Kenny하면 중절모 쓰는 골퍼로 인식

 

집으로 와서 느끼는 공허함

낮에 잘 놀아 그렇기도 하지만 길거리를 분주히 움직이는 차들

길 건너 호텔 주차장에 예쁘게 차려입은 쌍쌍의 움직임이나

저무는 해에 조금씩 길어지는 그림자가 맑은 을씨년스러움이 초점 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눈길에서 정신을 차릴 때 나도 모르게 뱉어내는 탄식이 허전하다.

내려다 보이는 숲도 옅은 색을 지나 황혼녘의 차가움에 더욱 짙은 녹색으로 공허함을 더한다.

에이~ 이러고 있으면 뭐하냐? 여행 준비나 하자며 짐정리를 시작한다.

큰 가방 하나에는 책으로 채우고 침대 위에는 옷가지를 널려 놓고

작은 가방에는 약이나 각종 전자기기 Charge, 여권, 현금 등을 넣으면서

머지않아 만나는 아해를 생각하며 마음을 달랜다.

 

현미밥에 가래떡을 넣은 김치찌개, 김치, 콩나물무침을 먹은 저녁이 소화가 더디다.

밖을 걸으러 나갈까?‘ 하다가 피곤하다는 핑계로 주저앉는다.

내일은 지난주에 이어 3주째 Roy와 이른 아침에 골프를 하기로 했다.

일찍 자자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