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323일째, 2016년 5월 8일(일) 애틀랜타 맑음

송삿갓 2016. 5. 9. 10:21

천일여행 323일째, 201658() 애틀랜타 맑음

 

오늘 어버이날이야, 어머님께 전화드려

그래 알았어요, 고마워

 

미국 Mother's Day, 한국 어버이날

아주 드물게 한국과 미국에서 같은 날 이렇게 되었다.

왜 또 전화했니?”

오늘 어버이 날이라 그렇죠, 혼자 쓸쓸하시죠?”

아니다. 어제 둘째가 와서 밥 사주고, 돈도 주고, 아버지 산소까지 다녀왔는 걸

좋으셨겠네요

그래, 둘째가 효도했지. 그래, 애비는 혼자서 얼마나 쓸쓸하니?”

아니요. 전혀 안 그래요

정말로 전혀 그러지 않았다.

왜 안 그러겠니.”

어머님,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침 빵을 구워 아몬드버터와 잼을 발라 준비하고 에스프레소 만들어 아침을 먹으며

어머님과 통화를 하는데 자꾸 허전할 거라고 하니 마음이 동하긴 하다.

어머님, 죄송해요. 올해는 꽃도 안 보냈는데아니다. 얼마 안 있으면 오지 않지? 그리고 꽃 한 송이 떨어질 때 마다

얼마나 마음이 아린데, 차라리 안 받는 게 편하다.“

올해는 다음 주에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고 매년 어머님이 하지 말라 하셔서

어머님께 꽃을 보내지 않았다.

 

이상하리만큼 어머님과 통화를 마치고 운동하러 가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혼자 지내야 하는 나를 생각해서도 그렇고 아해 또한 혼자 있다는 것이 무겁게 만들었다.

오늘 골프는 18홀에 3시간 20, 물론 둘이 플레이를 해서 그렇다고도 하지만

그래도 정말 빠르게 끝냈다.

어제처럼 잘 하지는 못했지만 즐기며 마음껏 잘 놀았다.

집에 와서 베이글로 점심을 먹고 저녁은 야채볶음, 알찌개, 콩나물무침, 오이무침을 먹었다.

 

오늘 남자골프에서 한국인들의 날이었다.

유러피언 투어(왕정훈)PGA(James Hahn)에서 한국계 남자가 동반 우승,

그것도 양쪽 다 플레이오프를 해서 이겼으니 LPGA에 이어 남자에서도 이름을 알린 날이다.

한국인, 혹은 한국계가 골프를 해서 우승을 했다는 것은 백인들

특히 미국에 사는 백인들에게는 한국인을 다시 보게끔 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미국에 사는 백인들은 유럽의 백인들에 대한 콤플렉스가 분명 있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미국 백인들에게는 개척정신이라는 자부심도 있고

청교도라 해서 유럽사람들과 같은 백인으로 합류하고 싶지만

역사적으로 쫓겨 왔으니 그들 마음속에 온전히 같은 부류일 수 없다는 열등감이 있다.

그래서 유럽에는 없는 백인 우월주의자나 Red Neck 같은 부류들이

백인 이외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하고픈 도사리고 있는 심통 사나움이 있는 거다.

미국에서 사는 동양인들은 보이지 않는 차별 속에 그들과 경쟁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숨듯이 다른 동네에서 먹고 사는 방법이 있다.

주방, 작은 세탁소 안 등에서 노예처럼

또는 사람들이 가기 어려워하는 험한 지역에서 생존하는 거다.

그래서 그것을 벗어나고파 아이들 좋은 대학 보내지만 졸업해서 잘 끼워주지 않으니까

의사 같은 것 시키려도 아이들 달달 볶는 게 한국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유색인종이 해당된다.

밤낮으로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 슬쩍 끼어들려고 해 보지만 그도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 어디서 왔냐?”고 물어 한국이라고 답하면 많은 경우 바로

"South Korea, North Korea?"하고 묻는다.

잘 모르고 궁금하다는 뜻도 있지만 많은 경우 미사일 가지고 장난치는 북한에 빗대어

약간의 조롱 섞인 물음이라는 것을 눈치 채기란 쉽지가 않다.

 

미국은 의도적으로 스포츠에 열광하게 한다.

농구, 야구, Football(미식축구)에 미치게 해서 단결을 도모하는 것 같지만

다른 것에 신경 덜 쓰도록 하는 도구라는 것은 잘 알려진 비밀이다.

그리고 또 하나 미치도록 만드는 운동이 골프.

하지만 골프는 농구, 야구, 축구에 비해 고급 운동이고 신사운동이다.

세 가지 로 끝나는 운동은 유럽에서는 거의 하지 않고 미국에서도 광팬이 중산층 이하다.

하지만 골프는 예외로 유럽에서도 하는 운동인데다 좋아하는 사람들도 계층이 조금 다르다.

아니 본인들 스스로가 골프를 하는 본인들은 조금 다르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정리하자면 유럽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심통 사나운 백인들이

중산층이고 골프를 하면 얼마나 우쭐하겠는가?

그런데 어느 순간에 보니 자기들의 영역이라고 하는 골프장에 동양인들

특히 한국인이 들어와 똬리를 트니 얼마나 배가 아프겠는가?

그럼 어때? 거리도 짧은 것들 안 끼워주면 되지

정말 어떤 Private 골프장은 안 끼워 주려고 노력하는 곳이 아직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의 박세리라는 통통하고 작은 골퍼가 US Open을 우승하더니

줄줄이 인해전술로 들어오는데 막을 재간이 없으면서 시장성이 떨어지자 스폰서들이

줄줄이 떠나고 대회포기도 서슴지 않아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

비슷한 까만 작은 친구 하나가 ~’하고 등장했는데 그 이름 최경주다.

세리 팍은 그럴만 한데 최를 발음하지 못해 초이로 발음하는 'K J Coi'

어쩌다 한 번으로 그칠 줄 알았는데 7번이나 우승하니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언제라도 누군가 혜성처럼 나타나 밀어내 주기를 바라지만 대항마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좋아 하는 골퍼들의 우상 타이거 우즈가 상대해 주는 친구가

KJ Choi였는데 어느 날 비슷하게 생긴 무명 YE Yang(양용은)이라는 한국인이

타이거 우즈를 꺽고 우승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골퍼들에게

한국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건 어디까지 PGA 이야기고 아마추어에서는 여전히 한국인은 따순밥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상대하게하고 이기는 방법은 골프를 잘 하는 것

한국인들은 아마추어 토너먼트에 잘 나가지 않는다.

워낙 룰에 벗어난 골프를 많이 하고 내기를 하면서 잔재주만 늘어 상대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프로세계에서는 알려져 대우를 받는 데

아마추어에서는 그 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기가 일쑤다.

그럼에도 프로에서 자꾸 바람을 일으키며 인식을 시키고 실력을 키우면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심통 사나운 백인들 사회에서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오늘 PGA를 우승한 James Hahn은 한국계 이기는 하지만

국적이 미국이고 부인도 백인인 미국사람으로 백인들도 미국인으로 말할거다.

그럼에도 그들의 마음속에는 자신들의 놀이터에 비집고 들어가는

한국인들을 무시하지 못하게 하는 기가 움직일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까부는 친구가 있으면 그래야지?

'You know KJ Choi and James Hahn?

There are from South Korea. I'm too'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