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최초의 인간(Le Premier Homme) - 알베르 카뮈, 호세 무뇨스 그림, 김화영 옮김 -

송삿갓 2016. 11. 21. 22:30

최초의 인간(Le Premier Homme) - 알베르 카뮈, 호세 무뇨스 그림, 김화영 옮김 -

 

오늘이 20161120, 월요일

나는 알베르 카뮈의 고향 알제리아의 알제리(Algiers)에 있고

최초의 인간, 이 책의 마지막을 읽었다.

 

이 책은 196014일 알베르 카뮈가 자동차 사고로 죽던 날

가지고 있던 조그만 가방에서 발견된 육필을 근거로 1994년 카트린 카뮈가 책으로 펴냈다.

카트린에 의하면 144페이지의 원고는 한 번도 다시 손질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이 책은 알베르 카뮈의 자전적 소설이 분명하다.

카트린 코르므리는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자크 코르므리의 어머니로 반벙어리에 문맹으로

첫 제목이 [중계자 : 카뮈 미망인]이고 책의 중반 이후에 전쟁미망인으로

연금을 타기위해 서명하는 곳에 역시 [카뮈 미망인]이라고 쓰는 것으로 보아

주인공인 자크는 알베르를 지칭하는 것이다.

 

책의 시작은 자크가 태어나던 날, 그러니까 아버지인 앙리 코르므리와 만삭인 카트린,

큰 아들 셋이 아랍인이 끄는 마차를 타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책은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연민의 정 혹은 그녀로 인해

자신이 남자라는 것을 확신시켜주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어쩌면 그녀보다도 더, 단번에 그리고 영영 으깨져 버릴 운명인 고독하고 항상 진동하는 큼 파도처럼, 완전한 죽음과 맛서 있는 순수한 삶의 열정인 그는, 그토록 오랜 세월동안 세월의 물살 위로 그를 들어 올려 주었고, 가장 모진 상황들을 만나면 그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도록 자양을 제공해 주었던 그 알 수 없는 힘이, 그에게 삶의 이유들을 부여해 주던 그 치칠 줄 모르고 한결같은 너그러움으로 늙어 갈 이유와 반항하지 않고 죽을 이유 또한 그에게 제공하리라는 맹목적인 희망에만 자신을 맡긴 채, 오늘 삶이, 젊음이, 존재들이 어떻게 구해 볼 길도 없이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책의 마지막 단락에서 보는 바와 같이 40, 그러니까 동양에서 말하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

느껴야 하는 남자의 고독과 방황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게 도와 줄 유일함을 말한다.

 

책의 제목을 왜 최초의 인간이라고 했을까 하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했었다.

물론 조금은 잘 못 된 번역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자기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제 2의 사춘기에 접어 든 나이가 되었을 때

매일 느끼며 안고 살아야 하는 매 마른 먼지가 흩날리는 사막에서

목이 컬컬하다는 이유로 일탈을 꿈꾸는 웃기도 어려운

방황의 남자 같은 이야기라서 그랬을 것이다.

 

알제리에 사는 아랍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인 프랑스인이지만

그들보다도 더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야하는 순리에 어긋난 이방인

하지만 사람이 사는 것이기에 그 나름의 즐거움과 행복을

아니 어쩌면 행복과 즐거움 혹은 가난이라는 것 자체도 모르고 살아야 하는 단순함에서

성장하고 조금씩 넓은 세상으로 들어가면서 시린 겨울의 짧은 낮에

빠르게 찾아드는 어둠과 추위와 같이 깨닫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어쩔 수 없이 가난과 싸우며 살아야 함에

타협해야하는 세상 삶이 남자를 더 고독으로 몰아 사막에 홀로 버려진 것 같으리라.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문명인 혹은 지식인과 무식함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사물을 글로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더 좋은 책으로 박수를 받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상황을 글로 묘사하는 방법이 표현이 디테일하고

적절하다는 것을 느끼는데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감탄을 쏟아냈다.

 

좋은 책을 대하며 자주 느끼는 것,

한 번에 훌쩍 읽으면 저자에게도 미안하고 또 너무 아쉬울 것 같아

야금야금 읽고 되새기고 아까워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핑계로 다시 조금 앞으로 가고

, 이 책은 영원히 소장하고 싶다!’ 하다가도

아니야 그냥 마음속에 담는 게 최고야를 몇 번이나 반복하며 책의 끝장을 넘겼다.

그냥 카뮈의 열렬한 영원한 팬으로 나 자신에 새기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만일 그 때 알베르 카뮈가 갑자기 죽지 않고 이 책을 마무리까지 하였다면

어떻게, 어떤 내용이 더 좋아졌을까 하는 깊고 깊은 생각을 더하는 것으로 나를 다독인다.

 

알베르 카뮈가 태어난 고향에서 이 책을 다 읽고는

내가 태어난 시골과 엄마가 그리운 건 뭐지?

 

20161121일 알제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