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590일째, 2017년 1월 30일(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7. 1. 31. 10:25

천일여행 590일째, 2017130() 애틀랜타/맑음

 

어제 두 번에 걸쳐 약을 먹어서 그러나 이상하게 오늘 오전에 어지럽고 힘들다.

출근 할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고 사무실에서 일 하면서도 한 시간 이상을 아무일 없었는데

한 참 일하다 화장실에 다녀오면서부터 어지럽기 시작하더니 두통도 약간 있다.

 

아침 9,

오랜만에 사무실에 공장식구들과 회의를 하였다.

Slabs()이 자꾸 없어지는 현상이 일어 문제를 해결하기에 소집하여

조금은 불편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하였는데

그 정도로 문제가 해결 될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은 내가 고민하고 생각해서 정한 방법으로 가게 될 것인데

아마도 서로가 더 복잡하고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가능한 모두가 불편을 덜어주는 새로운 방법이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뒤늦게 문제를 파악한 Jonas는 회의를 하면서도 너희들을 믿는다하면서

느슨하게 해결하려 하지만 사람들의 습성이 가능한 편하고 나는 손해 안 보는 방향을 생각하기에

그래서 지금과 같이 Inventory가 맞지 않은 문제가 나타났는데

회사의 자재나 장비도 내 것과 같다는 의식을 갖는 것은 요원한 것으로 생각된다.

거기에 바쁘게 일 하다보면 우선 급한 대로 쓰고 나중에 이야기해야지 하지만 잊는 것도

많은 것을 잊으며 사는 인간의 본연적 습성이자 습관인 것이다.

암튼 오늘 회의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충분한 의지표명은 되었으니 일단 그걸로 만족한다.

 

아침에 출근길에 어머님과 통화를 했는데 이번 명절도 예외 없이 명절병을 앓기 시작했다.

몸이 조금 피곤해서 그런지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많이 안 좋으세요?”

아니야 그냥 고단해서 그렇다

하지면 느껴지는 목소리는 기침을 억지로 참고 말을 하신다.

눈이오고 해서 오늘 너무 추워서 나갈 수가 없다

이는 몸이 아파 집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듯 말씀 하시지만

내일은 조금 풀린 다니까, 녹은 쪽으로 살살 걸어서 병원에 다녀와야겠다

명절병을 앓고 계심을 실토하신다.

이럴 때 참 속상하다.

내가 어찌 할 수도 없으면서 그냥 마음이 아프며 죄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더 속상하다.

누워계시면서 힘들고 하니까 집에서 목욕하신 것도 감기의 깊이를 더하는데 일조를 한 것 같다.

미끄럽고 춥다는 데 왜 목욕탕에 안 가셨어요?”라는 말도 못하고 있는데

집안 따습게 하고 목욕했다는 말로 목욕과는 관계없음을 부연설명 하신다.

내가 간다고 하니 좋아하시던 흥분된 목소리는 사라지고

기침을 참으려는 듯 쿨럭쿨럭하시면서 말씀 하시기에 오래 통화도 못했다.

끊으면서 참았던 기침을 한 번에 쏟아내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내 맘을 흔들어 댔다.

 

미팅까지 마치고 잠시 쉬니 어지러움이나 두통이 조금 진정되는 듯 하다.

이른 새벽부터 너무 많은 숫자와 씨름을 해서 그런가?

내가 해 오던 일 중 일부를 Liana에게 떠넘기니 "Oh my God!"하며 놀라지만

어쩌랴 더 이상 숫자를 보면 어지럽기만 하니 말이다.

 

어제 준비한 샐러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나니 두통과 어지러움은 거의 사라졌다.

아마도 어제 먹었던 감기약이 나에게 독한데다 아침부터 골몰히 일에 매달리다 보니

체력이 떨어져 그랬던 것으로 추측만 할 뿐이다.

 

오후에 City of Atlanta를 가려는 계획을 했었다.

CCOM과 꽃집의 Business License Renewal하라는 Form이 오지 않았기에

그래서 이번 주말에 한국을 다녀오면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기에

오늘 내려가서 해결하려다 나만 안 온 것인지 전체적으로 그런 것인지 확인 차

CPA 사무실에 전화를 했더니 일부는 도착, 일부는 아직이라는 대답을 하면서

자신들이 인터넷으로 시도해 보겠노라며 기다려 보란다.

어차피 내일 운동을 마치고 CPA 사무실에 갈 예정이었기에 그들에게 미루고

나는 사무실에서 하던 일 정리하곤 은행에 들렸다 퇴근하였다.

 

집에 도착해서는 아해와 잠깐 통화를 마치고 9층으로 내려가 Tread Mill을 한 시간 걷고

샤워를 마치고 나서 잠시 쉬다가 저녁을 준비하였다.

오늘 저녁이 내 생애에 먹겠다고 감자볶음을 한 역사적인 날이다.

감자하면 삶은 것에서부터 조금이라도 들어간 요리를 거의 먹지 않다가

아마도 카레에 넣어 먹으면서 조금 먹게 되었을 거다.

물론 삶은 감자나 구운 감자도 어쩌다, 할 수 없이 먹은 적은 있고

감자볶음은 가능한 피하다 몇 번, 몇 젓가락 먹은 게 전부인데

오늘은 감자 한 개를 채칼로 썰어 볶아 전부 먹었다.

아해가 좋아한다기에 그래서 나도 먹을 수 있을 것 같기에

오늘 용기를 내서 볶아 먹는데 처음 한 것 치고는 맛이 제법이다.

내가 음식을 해서 맛있다고 하면 그것도 칠푼이인가?

배춧국에 감자볶음, 돼지고기야채볶음이 오늘 반찬인데 반반미 밥까지 깨끗이 비웠다.

 

밥을 먹고 나니 집 안에 된장냄새가 많이 나서 촛불을 키게 되었는데

아해가 남기고 간 여러 가지 초 중 조그만 사각 유리용기에 담긴 것이 있어 그걸 켜려다

아까운 생각이 들어 Bartop위에 켜다 남은 동그란 큰 병에 든 촛불을 밝히며

그리움의 상념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찰라 자고 있어야 할 아해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른 때 같으면 아픈가?’하며 놀라며 전화를 받는데

생각하고 있던 터에 전화가 오니까 그냥 반가움.

 

설거지를 끝내고 만들어 마신 차가 Almond Green Tea

그린 티의 향기에 아주 살짝 고소함이 느껴지는 게 참 좋았다.

요즘은 오늘 같이 저녁을 먹고 차를 만들어 마시는 것을 즐긴다.

여유롭기도 하고 또 거의 모든 차가 아해가 준 것이기에 함께하는 느낌도 있어서다.

 

다림질을 했다.

빨래를 해서 말린 바지가 몇 개 되어 다리게 되었는데

조금 귀찮은 생각이 들긴 하였지만 갑자기 내가 언제부터 다림질을 했지?’하는 추억에 빠졌다.

·고등학교 시절 교복을 내가 다려 입었나?

어쩌면 그렇고 어쩌면 아니다.

다림질이 필요 없는 스마트교복을 입을 때는 분명 아니다.

본격적으로 다림질을 하게 된 것은 대학3하견 ROTC를 하면서 부터다.

그것도 동복은 자주 다리지 않아도 되었지만 하복,

특히 긴팔의 하복은 하얀색이라 두 개를 교대로 매일 갈아입었고

등과 앞, 팔에 들어가는 줄이 많아서 꼼꼼히 다려야 했었다.

어쩌다 두 줄이라도 생겨 선배 눈에 띄면

국제신사가 될 장교후보생이 거지같은 옷 입으면 되냐?”하며 기합을 받았기에

4학년 때는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했기에 열심히, 칼같이 줄을 잡았었다.

물론 바지도 날아가던 파리가 닿기라도 하면 칼로 베어지듯 날카롭게 다렸다.

조금 심한가?

그 시절 우리는 그렇게 표현했었다.

그 뒤론 거의 쭉~ 웬만한 것은 직접 다려입는 게 습관이 되었고

아이들 옷은 덤으로 해야 하는 다림질 이었다.

 

다림질까지 마치고 나서야 하루를 마무리 한다.

오늘도 참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