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기억 속에 마른 모습이었지만
이렇게 까지 앙상하지는 않았는데...
두 손을 잡고
날 알아보길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보지만
그냥 눈만 껌벅거린다.
그래도 손에서 느끼는 온기가
내 간절한 마음의 대답으로 생각되어
조금은 평안이 온다.
두 발을 잡아본다.
약간은 차다.
“손발이 차요” 그 분 아내의 대답니다.
발을 주무르자
간지러운지 다리를 구부린다.
움직임이 있다는 것에
또 다른 평안이 온다.
그렇지만 자꾸 눈을 감고 잠을 잠을 청한다.
쉬는 것에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떠난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 분 아내의 대답니다.
다시 찾았다.
전에 보다는 기력이 회복 된 것처럼 보인다.
손을 잡고 눈을 맞추니
기억을 더듬어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듯 하다.
손을 잡으니 온기가 있다.
손을 잡고 “저 또 왔어요. 저 알아 보시겠어요?”하니
그냥 눈만 꿈벅 거린다.
손을 주무르며
“제 말이 들리세요? 들리시면 손에 힘을 줘 보세요.”하자
손에 힘을 주며 내 손을 잡는다.
그리고 “좋으면 웃어 보세요.”하니
조용하지만 가능한 활짝 미소를 보낸다.
하마터면 기쁨의 눈물이 나올 뻔 했다.
다시 조금 찬 발을 주무르니
다리를 폈다 구부렸다 하며 즐기신다.
그리고 또 미소를 보낸다.
좋다. 내 마음이 정말 좋다.
“먹을 것을 주지 말라고 하네요.”
탄식 섞인 그 분 아내의 말에 갑자기 멍~ 해진다.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러겠거니 하면서도
사람은 결국 굻어 죽는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무리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굶기라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마음 아파하지 마시고 드리고 싶으면 드리세요.”
그 분의 아내가 응원군을 얻었다는 듯이 살짝 미소를 보낸다.
“또 올께요.”하고 떠나려 하니
팔을 들어 안녕의 손짓을 한다.
또 찾았다.
나를 보고 손을 들어 반기신다.
그리고 전에 보다는 훨씬 활짝 미소를 보낸다.
달려가 손을 잡자
“보고 싶었어”하는 듯 눈망울을 굴리신다.
손길이 더욱 따스해졌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손에 힘을 주며 반긴다.
손과 발을 주무르며 “좋아 지셨어요.”하는데
뭔가 자꾸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벌리신다.
두 개 밖에 남지 않은 앞니가 보이고
귀를 가까이 대도 조금 거침 숨소리에 미약한 쇳소리 말고는...
손에 힘을 길러 내일부터는 글씨로라도 의사를 소통하자고 하니
눈을 꿈벅이며 그러자고 한다.
차에 달려가 손힘을 기르는 아이스하키 팩을 닮은 악력기를 가져와 주니
열심히 손 운동을 한다.
느낌이 좋다.
떠나려고 하니 손을 잡고 놓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더 있다가 떠나오는데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또 보자고 한다.
다시 찾았다.
아뿔사!
하루 사이에 너무 많이 나빠졌다.
가래가 심해서 숨소리는 물이 끓듯이 걸걸걸...
달려가 손을 잡는데 힘이 없다.
그래도 억지로 눈을 떠서 눈인사를 한다.
손에 힘을 주려고 하지만
미약하다.
마음이 에인다.
떠나려는데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다른 날 보다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떠난다.
내일은 좋아 지기를 바라며...
하루,
이틀,
주말이라 가족이나 방문하는 사람이 많겠지 하며 찾질 않았다.
또 하루,
오늘을 가야지 했지만
발길을 옮기지 못했다.
그리고 또 하루,
저녁을 먹고 가야지 했는데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슴이 멍~ 하다.
게으름 피우다 마지막을 놓쳤다.
내 아버지처럼,
내 장인처럼
내 가슴에 지우지 못할 아쉬움을 남겼다.
문상을 하였다.
그 분의 아내 손을 잡는데
자주 찾아 고마웠다고 하는데
미안해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다.
누워있는 손을 잡아 본다.
“손발이 차가워요.”라고 했던 그 분 아내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제는 더 이상 온기는 수 없겠지..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게으름 펴서
마지막 3일을 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 분은 그렇게 가셨다.
이제 그 분의 마지막 가는 길에
안녕을 고하려 간다.
장례식장으로...
'그리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로동선(夏爐冬扇) (0) | 2012.09.13 |
---|---|
언제든지 작아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추라 (0) | 2012.08.22 |
어땠을까 (0) | 2012.08.15 |
나무연필과 만년필 (0) | 2012.07.24 |
하루를 시작하며... (0) | 2012.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