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쌍권총으로 시작한 대학 1학년

송삿갓 2010. 5. 4. 23:14

.2010년이 시작되었다 했는데

어느덧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 들어섰습니다.

한국에서의 5월은 목련이 지고

새벽녘 은은하게 뿜어내는 향기에 라일락의 계절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지요.

 

학창시절 5월이면 1학기 중간고사와 학교 축제가 있는 달이지요.

여기는 아들과 딸이 Final Test라며

특히 딸은 TV도 크게 틀지 못하게 합니다.

 

지난 일요일은 모임에서 매년 하는 피크닉 겸 체육대회가 있어 다녀왔습니다.

체육대회라고 해야 족구 몇 게임하는 것에 불과 하고

그것도 힘들어하는 나이들이 되어 요리조리 피하지만

참여하는 사람들은 즐겁게 열심히 젊음으로 회귀한 듯 뛰어봅니다.

다리 올라가는 게 다르고 힘 조절이 잘 안 되며

너무 짧게 혹은 너무 길게 내 지르지만 그래도 즐거워하였습니다.

“저러고 내일 어떻게 일어나지?“라는 자조 섞인 걱정을 하였지만

나부터 집에 오자마자 약에 의지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월요일인 어제는 Funeral에 다녀왔습니다.

한 장로님의 부인이 우울증에 시달리다

약 과다복용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을 했다고 하는데

석연치 않다고 수근들 대지만 50대 초반의 나이에 죽음은

우리 동년배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 왔습니다.

여자들은 물론 많은 남자들도 눈물을 훔치며 진행된 문상예배에

아직은 이라는 아쉬움의 한 숨이 곳곳에서 토해져 나왔습니다.

 

“3333” 내가 들어간 대학의 수험번호입니다.

대학 응시에 몇몇의 선택권이 있었지만 결국은

3 Four Card를 준 대학을 선택하였습니다.

면접을 봤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왜? 이 대학을 선택하게 되었나고?” 물었던 것 같았고

내 대답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특별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입학금을 내러 아버지와 함께 학교로 가는 버스 안에서

옆 자리에 앉아 조는 아버지를 보고 흰머리가 있음을 처음 보았고

아버지도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학입학식”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도 하였지만

같은 날 입학식을 하는 가게 주변의 학교가 있어 바쁜 탓에

혼자 입학식에 참여하였고 끝나고 학교 진입로를 혼자 걸어 나오는데

마주쳐 오는 찬바람에 세상에서 혼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대학생활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첫 미적분 시간에 여자 전임강사 왈

“이미 고등학교 때 배웠죠?”라고 하며

절반을 뛰어 넘는데 아득하더군요.

 

학교를 인수한 대우그룹에서 좋은 대학을 지향하며

고등학교 성적 5%내 학생들 중 우수한 학생들을

정원의 20%를 특별장학생으로 받아들여 놓고

매주 토요일은 진도고사로 학생들을 몰아가는데

공고를 나온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대학입시 준비 보다 더 혹독하게 공부를 하는데도

쫒아가기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대학생이라고 개강파티에 선배들의 신입생 환영회에

서클 모임과 MT가 줄을 이었지만

가능한 거절하며 진도를 쫓아가려고 발버둥 쳐봐도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수원 통학시간도 줄여야 하는 상황인 것 같아

부모님께 부탁하여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하게 되었는데

거기서도 하숙생간 환영회가 있었고

인생을 살아가며 자기소개를 근사하게 해야 된다는 첫 경험을 하였습니다.

 

내가 하숙한 곳에는 대학 교수 한 분과

고등학교 여선생 두 분이 같이 하숙을 하였습니다.

교수님이 신입 하숙생이 왔다하여 환영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 두 여선생의 자기소개 방법 때문에 지금도 이름을 잊지 않습니다.

한 분은 “제 이름은 연애박사인데 사를 떼고 거꾸로 읽으면 됩니다.”

이름이 “박애연”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분은 “제 이름은 순호박인데 거꾸로 하고 박을 김으로 바꾸면 됩니다.”

이름이 “김호순”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하숙생활도 5월 중간고사와 함께 막을 내렸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주말이면 집에 가게 되고

시간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길지 않은 하숙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1학기를 마친 내 성적은 참담했습니다.

내가 가장 잘 한다는 수학과 물리에서 F를 받았고

Summer School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학교의 첫 Summer School이었다고 하는데

전원이 기숙사에 들어가야 했고

2과목 이상은 불가능하고 수업 하루 종일에 매일 시험을 치루는 3주 과정으로

1학년 학생 거의 40%가 해당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외출외박도 허용되지 않아서 지금생각하면

군 입대나 감옥살이 같은 Summer School이었습니다.

 

2학기에 들어서자 많은 학생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야기 인즉 공부가 힘들어서 혹은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군대를 가거나 다른 학교를 가기위해 재수를 시작한 동료들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나도 군 입대를 심각하게 생각하였는데

체계적인 운동을 하여 근육질 몸을 만들고 싶어 그랬다면 우습지요?

그렇지만 사실로 공군입대 지원서까지 받아들고 고민을 하다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지만 포기하였습니다.

 

그리고 2학기를 마치면서 물리와 화학에서 이른바 쌍권총을 받아

다시 혹독한 Winter School에 입교하여 성적을 받으며 1학년을 마쳤습니다.

 

2학년은 전자공학과 학생으로 그런대로 순탄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전공과목이 시작되었고 기초는 이미 고등학교 때 지나간 것이기에

어렵지 않게 진도를 따라 갈 수 있었지만

어떤 과목은 이른바 원서라는 영어로 된 교과서를 채택하여

다소 어려움은 있었지만 관심이 많았던 무선통신 분야를

공부하면서 미래 무선통신사의 꿈을 키웠습니다.

 

바로 그 2학년이 시작과 함께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집이 송파였던 나는 성남시에 가서 수원 가는 버스를 타고

통학하였는데 당시에는 일부 구간이 비포장도로였고

시간 간격이 있어 같은 시간대 같은 수원통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학구파(내 아내는 인정하지 않지만)였던 나는 주로 버스 중간쯤에 앉아

책을 보며 통학을 하였는데 뒷자리에서 항상 여자 몇 명이 떠들었습니다.

비포장도로를 덜컹 거리며 달리는 버스에서 떠드는 소리가 거슬려

째려보는 등의 소심한 주위에도 아랑 곳 하지 않고

재잘거리다 웃다 하며 떠들던 몇 명의 여학생 중 하나가 지금의 아내입니다.

 

아이쿠 오늘도 많이 길었네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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