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931일째, 2018년 1월 6일(토) 애틀랜타/맑음
6시, 오늘도 아해의 모닝콜에 몸을 일으켰다.
애틀랜타 교회협의회와 CBMC가 합동으로 하는
아침 7시 30분에 예정 된 <2018년 조찬 기도회 및 신년 하례식>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나갈 준비를 하면서 1년에 한두 번 입는 정장이라 멋과 따스함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여
옷을 골라 입고 예상보다 10여분 늦게 집을 나섰다.
조금 늦을 듯 하여 서둘러 가는데 오늘 행사를 하는 교회 이름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주님과 동행하는 교회>
애틀랜타 살면서 교회에 대해 느낀 것은 한인 수에 비해 교회가 너무 많다는 것과
어떻게든 좋은 교회이름을 지으려는 노력을 많이 했을 것 같은 것이다.
영어로 된 교회들은 도시나 동네 혹은 도로의 이름이 많은데
유독 한인교회들, 특히 중·소규모의 이름들이 어떻게든 성서에서 좋은 것을 따오려 한다.
도시나 동네, 도로명이 어떤 가문이나 특정인의 이름을 따른 경우도 있지만
나름 많은 고민과 고심 끝에 만들었기에 그냥 따라도 좋은 것을 굳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가면서 조금 늦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시작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참 오랜만에 한인들 모인 교회에서의 행사라 기대와 미안한 마음으로 참석하였다.
사람은 환경이나 생활습관, 교육 등에 지배를 받는 다고 했었나?
한 동안 한인교회를 찾지 않은 나는 오늘 흔히 한인기독교인들이나 목회자들이 말하는
‘순종’이라는 의미도 모든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느껴야 했다.
물론 예전에도 받아들이는 것 보다는 거북스러운 것이 꾀나 많았고
또 그런 것을 참지 못하고 뱉어내는 바람에 열렬한 환영을 받지 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오늘 같은 정도는 아니었다.
‘왜 그랬을까?’
한동안 집 근처의 영어예배에 참석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고
지난 1~2년 간 다른 종교에 관한 서적이나 잡지를 많이 본 것도 원인 이었겠지만
특히 요즘 읽고 있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영향도 상당할 것이다.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 등의 거의모든 것을 받아 들였다는 로마의 공화정이나
제정시대의 정책이나 전쟁에 이겨도 현재의 것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는 것에 매료되었다.
기독교에 대해 상당한 부정적인 저자의 글에 동의를 하면서 정교일치나 유일신,
특히나 폐쇄적인 것에 대한 반감 같은 것도 기독교에 대한 불만의 하나로 자란 게 확실하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참석한 것이니 진행이나 말에도 거부감 갖지 말고 참아보자.’는 다짐.
바로 내 옆자리에 대학후배이자 전 yCBMC회장인 김도영 카리로프렉터가 앉았는데
설교를 위해 올라간 목사의 기도를 듣더니 “참 기도 번지르르하게 하네요.“
안 그래도 올백으로 넘긴 백발의 노(老)목사가 조금 날라리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후배의 그 말을 듣고는 “저 분 목사 안 되었으면 꾀나 날렸겠다.”고 응수하고
목사 인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설교를 들어보는 데 수시로 “아멘”을 강요하는 요청에
눌러 참고있는 거부감이 확 일어나면서 소변이 마려워 참을 수가 없어 화장실로 달려갔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마음을 지그시 누르며 참고 듣는 데
“주님께 복을 달라고 하는 게 기복신앙인데 주님을 믿고 주님을 따르며 복을 달라고 하는 것은
기복신앙이 아닙니다. 기복신앙이란 주님께 순종하지 않고 복을 달라고 하는 게 기복신앙입니다.“
뭐 그다지 틀린말은 아닌 것 같은데 <로마인 이야기>에서 읽은 로마인과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의
다른 점에 대해서 번뜩 생각이 났다.
로마인은 신이 모든 걸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뭔가 구하려는 노력을 할 때
신은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기독교는 내가 달라고 하면 신이 가지고 있는 복을
주는 것의 차이가 있다는 것에 로마인들의 신앙에 대해 머리가 끄덕여졌던 생각 말이다.
그러다 생각해 보니 내가 읽고 있는 로마의 제정시대와 성경의 신약시대가 동시대로 생각되는데
왜 기독교는 그 시대의 역사나 이야기를 가지고 현 시대에 꿰어 맞추려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잠시 흔들렸지만 기왕 참석한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크리스천이니 오늘에 집중하자.
우리가 사는 미국과 우리 조국인 한국의 영성회복을 위해 기도하는 분이 그랬었나?
“지금 우리 한국교회는 종파와 계파가 나누어져 서로 반목하고 분파싸움이 끝나지 않고
영성보다는 건물과 보여 지는 것에 치중한 나머지 타락하여 교인들이 급격히 감소한다는데
그를 위해 주님의 역사와 도움이 간절히 필요할 때입니다.“
뭐 대충 흔히 듣는 그런 내용인데 갑자기 ‘저 분은 그런 것에서 탈피했나?’하는 것과
이미 수십 년 비슷한 기도를 목사들 입을 통해 듣는데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에
‘제발 교회는 세상의 삶과 달랐으면······’하며 한 때 간절한 마음을 가졌고 그게 싫어
일터나 생활 속에 진정한 크리스천이 되어 보자며 CBMC 일을 했었는데 아직도 저런 기도를...
그러다 ‘에궁~ 송권식, 오늘은 부정적인 생각 말자고 다짐했잖아.’라며 또 지긋이 눌렀다.
나름 나를 잘 달래며 기도와 설교의 1부, 애틀랜타 한인회장이나 미 하원에 출마한다는
David Kim의 인사 증 2부 행사를 잘 마치고 새해 떡국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차장을 가운데 두고 본관과 식당이 떨어져있어 걸어 이동하면서
오랜만인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식당에 도착하여 1회용 Togo 그릇에 떡만두국 한 그릇씩 들고
자리에 앉을 무렵 “식사기도를 하겠습니다.”라는 안내와 기도가 시작되어 듣는 중
오늘 행사의 마지막 한계에 도달해 진정시키는 데 애를 먹었다.
식사기도를 하라면 제발 식사에 대한 것만 할 것이지 지구 전체를 들었다 놓았다
1, 2부 행사에서 기도하면서 했던 내용을 줄줄이 훑어가는데
무슨 기도내용 복습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가장 참기 어려워하는 과정이 되풀이 되었다.
참고 참으며 ‘맛있는 떡국 수고해서 만들어 주셨는데 조금이라도 더 따듯할 때 먹게 해 주시지.’
그래도 다행인 것이 잘 참고 여럿이 맛있게 잘 먹은 것에 아주 고마워했다.
내 자신과 만든 사람들과 함께 먹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떡국을 먹고 귤과 쿠키로 입가심을 하곤 몇몇의 사람들과 인사를 더 하곤
커피믹스 한 잔을 만들어 집으로 출발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침 행사를 마치면 클럽으로 가서 책을 조금 읽다가 11시에 걸으려 했었지만
클럽이 춥다며 Closed하는 바람에 ‘너무 무리하지 말라’며 강제로 하루 쉬게 한다는 자위를
하면서 오늘은 참는 걸로 결정하고 집으로 향했다.
일부의 사람들은 어디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2차 모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듯 했지만
그래봐야 또 누군가 도마 위에 올려놓고 좋지 않은 소리 할 것이 뻔하고
나도 동조해 떠들 곤 나중에 후회하는 순서가 싫어서 외로운 듯하지만 그래도......
집에 도착해 가볍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이번 주 입었던 빨래 세탁기에 넣어 돌게 하고
책을 들고 침대로 향해 가서는 벌러덩 누웠다.
한 참 책을 읽다 눈을 감고 아해가 잠잘 때 즐겨 듣는 야상곡의 리듬에 호흡을 맞췄다.
벌떡 눈이 떠졌는데 길게 잡아도 20여분쯤 잔 것 같다.
일어나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고 수건과 베개니 등 크로락스를 넣고 뜨거운 물에 세탁기 돌리며
빨래를 널고 덜거덕거리며 점심을 준비했다.
토마토를 뜨거운 물에 삶고 빵을 toasted하여 잼과 치즈를 얹어 준비했고 오랜만에 에스프레소,
그러는 사이 삶아진 토마토를 소금 조금 넣어 갈아 따스한 햇볓이 많이 드는 테이블에 자리했다.
컴퓨터를 토닥거리며 준비한 것들을 천천히 먹고는 치우면서
삶은 토마토를 갈면서 조금 새어 눈과 마음에 거슬렸던 Grinder 해체하여 닦았다.
아해가 두고 간 여러 가지 중 먹지 않은 당면을 제외하면 거의 동이 났다.
그러면서도 거의 매일 내가 사용하는 것이 Grinder인데 컵이나 Blade 등은 교체를 하였지만
몸체는 수시로 닦아 가능한 깨끗이 사용하는 데 가끔 뚜껑이 덜 닫히거나 너무 많이 넣어 새는데
아래로 흘러 겉만 닦으면서 ‘언젠간 해체해서 닦아야지’하면서도 미루기만 했었다.
드디어 오늘로 날을 잡고는 해체하여 물에 불리며 가능한 세밀한 곳까지 닦으며
‘아해가 두고 간 건데 오래오래 잘 사용해야지.’라는 각오와
그런 내 마음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였다.
솔과 수세미로 구석구석 문질러 닦고는 물기 말려 다시 조립하니 꼭 새것처럼 보여 기분이 상승.
이럴 땐 정말로 꾸러기 소년 같다니까, 히히히...
오후를 쉬다가 동남부 한인연합회 신년하례식에 갔었다.
조금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오후를 무료하게 보낸 데다 새로 온 총영사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아침에 입었던 복장과 거의 비슷하게 차려입고 행사장에 도착하니 예상외로 많은 사람,
애틀랜타에 한가락 한다는 사람들은 거의 모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행사를 하다가 애틀랜타 한인회도 비슷한 시간에 신년하례식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거기다 애틀랜타 한인회관이 비어있는 시간이 많아 활용도가 떨어지는 데
동남부 한인연합회고 회관을 갖기 위해 건축위원회가 오늘 발족한다는 거다.
오늘 행사에서 축사 및 신년사를 9명이나 하였는데 그 중 박선근 초대회장이 축사에서
위에 두 가지를 언급하면서 걱정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자 사회를 보던 사무총장 왈
“동남부 한인연합회 간부회의를 하는데 커피숍 같은 데서 하다 보니 불편하다.“는 설명인데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아 안타까웠다.
기나 긴 축사와 기도(왜 한인회 행사에 대표기도, 식사기도, 거기에 순서에도 없는 원로목사회
축사기도 까지 하는지 모르겠지만)를 마치고 식사를 하게 된 시각은 예정보다 30여분 늦었다.
다행이 자리가 제일 뒤였고 식사 마련된 장소도 뒤쪽이라 거의 제일 먼저 줄을 서서 식사 시작,
식사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떠서 집으로 향했다.
늦게 먹은 식사 때문인지 벙벙한 상태로 내려오면서도 아침과 저녁 행사로 많은 사람들 만나
새해인사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해서 씻고 아해와 통화를 마치니 10시를 훌쩍 넘기곤 긴 하루를 마친다.
오늘 하루 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나름 참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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