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 1일 아침
날씨는 뭔가 내릴 듯하게 잔뜩 흐려져 있다.
약간의 추위일 텐데 더욱 추위를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없다.
물론 점심과 저녁에는 약속이 있어 갈 곳이 있지만 아침에는 갈 곳이 없다.
남들처럼 아침의 출발이 없는 것이다.
균형 없이 맞이하는 일상의 생활이 조금 찾아온 추위를
더욱 쌀쌀하게 만들고 있다.
난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생산적이 일 들이 무엇인가?
지난 몇 년간 내리막길을 걷던 나는 이제는 바닥이라는 생각을 늘 했었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고 이제는 오르막길만이 있을 것으로 생각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를 떠나서 가정이 깨지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내리막길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내가 어디까지 깨져야 하는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길 들이 그렇게 높았던 것인지 아니면
멋모르고 살아 평지에 있다가 땅 아래로 꺼지고 있는지 분간할 수가 없다.
판단하거나 건져야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내 인생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까지 잘 못 살아온 철저한 댓가이며
그것에 대한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모든 껍데기를 벗고 싶다.
인간처럼 포장했던 나를 모두 벗어 버리고
원래 아무 것도 없던 것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나에게 그럴 자격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마 그런 자격도 없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 할지라도 아무런 할 말이 없다.
난 원래 그런 놈 이니까.
난 원래 그런 놈이다…
Nov 1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