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520일 2019년8월 18일(일) 애틀랜타/맑음
“오랫동안 안 보이던데 어디 여행 다녀왔어요?”
“네, 다녀왔습니다.”
“그렇군요. 한 참 안 보이기에 어디 아픈가 했지요?”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어제 골프를 시작하며 1번 홀에서 앞 팀이 나가기를 기다리던 중 Yang Kim이 한 말이었다.
“왜, 그만 두게요?”
“네, 옆구리가 아파서 멈추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여기 혼자 살잖아요? Emergency Contact에 우리 전화번호 넣어 놓으세요.”
“네?”
“갑자기 아프면 누군가에게 연락을 해야 되는 데, 우리 전화번호 넣어 놓으시라구요.”
“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아들과 딸이 여기에 있는데요...”
“아들 여기 안 살잖아요?”
“아닙니다. 며느리하고 여기 삽니다.”
“그럼 괜찮구요.”
어제 7번 홀까지만 마치고 8,9번 홀을 그냥 걸어가는 데 Yang Kim 한 말이었다.
어제 이르게 집에 와서는 두통에 옆구리통까지 있어 움직임이 불편했고
‘왜 나는 자꾸 아프지?’하는 마음에 조금은 처지기까지 하였다.
‘오늘 잘 관리해서 내일은 골프 가야겠다.’와
‘내일 하루 쯤은 푹 쉬면서 몸과 마음을 달래자.’는 생각이 수시로 교차하다
잠자리에 들 시간엔 ‘그냥 하루 쉬고 월요일에 가도록 하자.’는 쪽을 정리....
어제 저녁 잠자리에 들 때 쉬겠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새벽녘 잠에서 깼을 때
억지로 잠자려고 하기보다는 음악을 틀어 놓고 잠들면 좋고 안 들면 늦잠이지라는
느긋한 생각으로 두세 번을 버둥거리다 아침에 배가고파 시리얼 먹고 한 숨 더 자곤,
또 일어나 골프장에 전화를 걸어 Tee time을 취소하고
빵을 Toasted해서 치즈에 아보카도, 그리고 커피와 함께 아침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또 언제 몽니를 부릴지 모르지만 두통은 사라졌고 옆구리는 많이 좋아졌다.
그럼에도 옆구리에 저주파 패드를 붙이고 달래며 열기가 더해져가는 일요일 아침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떤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 지면서 깊이 빠져 들게 되는 데
나에게 그런 음악 중 하나가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다.
대학 1학년 때 첫 불어 수업 날 강의실에서 들으며 신세계를 경험했던 탓 일게다.
오늘 아침 아해와 통화를 마치고 몸을 움직이려는데 인터넷라디오에서
작업 테이블에 있는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볼륨을 조금 더 높이고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음미하면서
‘나 참 여유롭다.’는 생각을 하였다.
추워서 골프장을 닫거나 비가 오는 날이 아닌 일요일 아침에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거의 드문데
몸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쉬는 형태의 날 이지만 여유를 부리는 것에 다행이란 만족....
점심은 인스탄트 사발우동에 계란을 하나 넣어 배불리 먹었다.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아팠다.
인스탄트 우동이라 그런지 아님 배불리 먹어 그런지 모르지만 분명한 사실은
배가 아프다는 것이고 두통의 전조와 비슷하기에 바짝 긴장을 하였다.
오늘 새벽까지 괴롭히던 두통이 겨우 잦아졌는데 또 두통이 오면 더 힘들 것 같아서다.
배 아픔을 달래고 소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뭔가 움직임이 필요해
안 방의 카페트 위에서 퍼팅연습을 시작했다.
얼마 하지 않았음에도 옆구리 통증을 느꼈다.
두통과 옆구리통 때문에 오늘 집에서 쉬고 있는 데 점심을 먹고 퍼팅연습 조금했다고
둘 모두 제자리로 간다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도 저도 못하는 내 몸은 왜 이럴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결국 퍼팅연습을 중단하고 베개니 다림질에 세탁기 돌린 빨래를 널며 움직였다.
다행이 배아품은 사라졌고 전조가 있던 두통은 오지 않았다.
뭔가 많은 것 같았지만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일요일이 저물어 간다.
이글거리던 태양은 길을 떠났고 땅거미 드리워진 숲은 밤이 차지하였다.
밤을 밝히는 다운타운의 불빛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힘이 없어 보이고
콘도 앞의 도로엔 이동하는 자동차도 띄엄띄엄하며 도로에도 휴식을 주는 것 같다.
그런 밤이 되었음에도 옆구리 통증은 약 올리듯 간간이 몸을 움찔거리게 하지만
종일 두통이 없는 것으로 ‘오늘 쉬기를 잘 했다.’며 나를 칭찬한다.
아픔을 이겨내느라 그런지 아해에게 다녀 온 지 한 참은 된 것 같아
만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보려하지만 너무 아득해 갑자기 기운이 쪽 빠지고 만다.
그럼에도 이 밤이 지나면 하루가 다가간다는 것을 희망으로 안고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 하루 정말 푹 쉬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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