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내가
마음이 약하고 소심한 성격으로만 알았다.
작은 것에도 마음이 쓰이고
사소한 것에도 신경이 쓰이기에 그런 줄만 알았다.
잔바람이 흔들리는 가지 끝에 남은 나뭇잎에 눈길이가고
이름을 모르는 작은 산새 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폭풍우 속에서도
비에 흠뻑 젖어가는 꽃잎에 애처로운 마음이 가는 것이
그냥 마음이 약한 것이 아니라
감정이, 감성이 예민한 것을 이제야 알았다.
마음이 약한 것도 소심한 성격도 아닌
잠재되어 있는
그래서 어떻게든 표현해 보려는 감성이라는 것을
앞을 가늠할 수 없는 비바람이, 진눈깨비가 몇 번을 지나서야
난 알았다.
짙은 안개로
볼 수 있는 거리가 멀지 않아
앞을 보기보다는 나를 들여다 볼 수밖에 없는
이제야
내 눈이, 내 귀가
그리고 내 맘이
감성과 감정으로 심연의 그것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물에 닿지 않아도 온몸이 뒤틀리며
차라리 생을 마감하는 것이 천국일 것이라는
찢겨지고 후벼 파 지는 상처의 고통을 겪고서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안타까움과 한탄의 둥굴레를 굴리며
사막을 해매는 방황을 하고 난
지금에서야
내가 누구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
그런 나를
사랑할 수밖에
아니 반드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해를 보며
어두웠던 과거가 지나갈 지라도
달을 보며
지나쳐간 사람들이 환등기의 필름처럼 철거덕 거리며 넘어 갈지라도
나를 감싸며
나를 달래며
나를 사랑해야 하는 것을
이제야 나는 알았다.
비록 이러는 것이
지금의 날 달래려 하는 것 일지라도
이제야···
June 14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