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0일, 내 골프경력에서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 같다. 지난 19과 20일은 내가 속한 TPC Sugarloaf에서 Nothin' but Net Championship 토너먼트가 있었다. 이 대회에 앞서 내 핸디는 USGA 10.2, 클럽핸디는 13이었다.
1일차인 19일, 이른 아침에 시작하기로 했던 토너먼트는 계속되는 비로 4시간이 넘게 지연되다가 결국은 Shot Gun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12타 Over 84, Net 71로 -1, 공동 3위로 첫째 날을 끝냈다.
7월 들어서며 몇 가지 무리한 일정으로 인하여 몸과 마음이 좋지 않아 이번 토너먼트는 ‘자신감’을 잃지 말자고 다짐하며 연습을 했었고 나쁘지 않았다. 1일차 거의 매번 스윙에 앞서 자신감을 다짐하여 일부 실수는 있었지만 큰 사고 없이 거의 계획대로 마칠 수 있었다.
원래 2, 3일 연속으로 하는 토너먼트는 마지막 날에 챔피언 조가 아닌 2위 그룹에 속하여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번 대회도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을 내심 기대하였다. 하지만 1일차를 끝내고 2일차 그룹편성을 보니 1, 2위와 함께 마지막 그룹이었다. 공동 3위인 다른 사람은 핸디가 1타 뒤진 관계로 2위 그룹에 편성되었다. 기분이 별로였지만 어쩌랴.
2일차 역시 ‘자신감’을 잃지 말자며 시작하였다. 첫 홀은 3명 모두가 보기로 마무리, 나쁘지 않은 듯 하였지만 티샷과 세컨 샷이 생각보다 많이 빗나가며 불길한 예감이 엄습하였다. 사고는 두 번째 파 3홀에서 벌어졌다. 앞 두 사람은 온 그린, 나는 가볍게 친다는 마음으로 한 클럽 더 잡고 티샷을 했지만 짧아서 벙커에 빠지면서 불행의 서곡이 시작되었다. 전날 비가 많이 와서 딱딱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벙커는 의외로 부드러우면서 공중으로 뜬 볼은 다시 벙커로 빠지면서 당황하기 시작하였다. 3타 역시 다시 벙커로, 4타는 홈런으로 OB 6타에 겨우 벙커를 빠져 나왔지만 그린까지 미치지 못하였다. 결국은 7온에 2퍼팅, 6오버 9으로 마무리 한다.
조짐이 좋지 않아 끊어서 갈라치면 엉뚱한 샷으로 해저드에 빠지고 평상시에 운도 따르지 않아 큰 나무 바로 뒤에 멈춰 앞으로 전진 하지 못하고 옆으로 갔다가 가고, 흔히 하는 말로 실력과 운, 거기에 Management 붕괴까지 총체적 난관에 내 스스로 난도질 내지는 유린을 당하면서 최근 몇 년 이래 없었던 101타, net 88로 마무리 하면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골프니까, 항상 이길 수 없는 거니까, 사람이 잘 할 때도 못 할 때도 있는 거니까’라는 말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지금도 내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분석이 되지를 않는다. 최근 몇 개월 내 통상적으로 10~13개 Over, 어쩌다 90에 근접한 골프를 하지만 이렇게 난도질 내지는 유린을 당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그동안 미뤄오던 골프칼럼을 다시 쓰며 나를 정리해 보기로 하였다. 물론 지난 몇 년 동안 골프조선에 썼던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나를 돌이켜 보겠지만 내가 이전에 주장하였던 ‘즐기는 골프’를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기로 하였다.
주말골퍼라고 하는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이 실수 샷을 하고 가장 많이 하는 말 ‘헤드업’이다. 하지만 공이 원하지 않는 엉뚱한 방향으로 갔기 때문에 ‘헤드업’이라고 말하지 만일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면 헤드업을 했더라도 헤드업이라 말하지 않는다. 이를 역설적으로 풀이하자면 헤드업 때문에 볼이 엉뚱한 방향으로 간 것이 아니라 헤드업과 관계없이 실수 샷을 했기 때문에 볼이 그리로 간 것이다.
농담 삼아 하는 말로 ‘프로는 치는 곳으로 볼이 가지만 아마추어는 가는 곳으로 볼을 친다’고 한다. 비슷한말 같아 조금은 우습지만 골프는 Mental 게임이라고 하는데 Mental 이전에 몸의 게임이라는 말이 맞다. 아무리 Mental이 강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연습이 되어 있지 않은 몸은 원하는 곳으로 절대 볼을 보낼 수가 없다. 연습을 해서 몸이 샷 동작을 기억해서 같은 상황에서 같은 샷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난 다음에 오른 발이 높은지 왼 발이 높은지, 아니면 마른 잔디 인지 러프인지에 따라 클럽을 선택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하는 것이 Mental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에 한 친구와 골프를 하면서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알아듣고 행할 수 있는 수준의 말을 해야지 몸이 따를 수 없는데 아무리 좋은 방법을 알려 준다한들 도움이 되겠느냐?’라는 것이다. 물론 기분이 나쁠 수는 있지만 사실이다. 골프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100의 벽도 넘어보지 못한 사람에게 드로우니 슬라이스 샷이니 주문해 봐아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어떤 사람은 1번 홀을 시작하면서부터 샷 하나 하나를 지적하며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코치를 한다. 안 그래도 헷갈리고 정신없어 죽겠는데 첫 티샷을 하고 났는데 ‘당신은 왜 볼의 위치가 왼쪽으로 너무 갔네“라고 코치를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럼 그 사람은 완벽하게 잘 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많일 그렇다고 하면 왜 나와 골프를 치고 있겠는가? PGA에 선수로 나가지.
결국 골프는 그날 자신의 실력과 몸 상태에 따라 그리고 함께 골프하는 사람에 따라 이미 정해진 길을 가고 있는 거다. 물론 조금 더 잘 되는 날도 있고 조금 안 되는 날도 있다. 오늘 안 되면 연습을 더 해서 다음에 더 잘하면 되는 것이고 오늘 잘 된다고 그것이 영원히 굳어지는 자시 실력도 아니니 더 연습해서 다음에 더 잘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이왕 필드에 나갔으니 그날 상황을 즐기라고 주장하고 싶다.
나 송삿갓이 이번 대회 2일차에 이유를 모르게 최악의 기록을 냈지만 속상해 하지 말고 다음에 더 즐기면서 잘 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다짐을 하며 ‘송삿갓의 즐기는 골프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July 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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