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719일째 2022년 11월 29일(화) 애틀랜타/맑음

천일여행 2719일째 2022년 11월 29일(화) 애틀랜타/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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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가는 날

여행을 떠난다.

이게 맞는 건가?

아님 여행을 간다? 그도 아님 길을 떠난다?

사랑하는 아해를 만나고 어머님을 보러 가는 길이지만 암튼 여행이고 오늘이 그 날이다.

전에도 그랬는지 모르지만 꼼꼼하고 차분하게 짐을 쌌다.

많이 그러했듯이 짐을 쌌다가도 뭔가 빠진 게 있어 풀고, 다시 싸고

그러는 와중에 처음 깔끔하게 정리했던 여행가방은 뒤죽박죽이 되곤 하는 데

이번엔 안 그러겠다고 다짐했었지만 또 그러했다.

단지, 느낌은 예전보다 덜 한 것 같지만 확실하진 않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마타를 탔다.

출근시간이라는 이유로 마타를 탔지만 글쎄, 출근 시간이 아니더라도 그랬을지 모른다.

집에서 벅헤드 역까지 가방을 끌고 가며 '나 여행간다.'라고 보여주고 싶음 인지도 모른다.

짐은 큰 가방 2개에 메는 가방 한 개, 무거운 걸 밀며 걷는데

바퀴가 보도블록 사이를 지날 때마다 가방이 틀어지고 손목에 힘을 주니 어깨와 팔,

특히 지난 몇 개월간 아픈 왼쪽 엄지 부분에 통증을 느끼며 몸이 오그라든다.

'정말 징글징글하게 가방이 무겁다.'며 속푸념을 하지만

그 또한 여행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마타를 타면 선글라스 끼고 위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전화기로 뉴스를 보곤 하는 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눈, 귀, 손가락 등의 몸과 마음을 푹 쉬게 하고파 멍 때리며

열차의 출렁거림에 말을 타듯 몸을 맡겼다.

무념무상, 오랜만에 쉬게 했다.

 

날씨가 참 좋다.

맑은 하늘 차가운 공기가 더 맑게...

여행의 흥분을 덮고 마음을 평온하게 다잡는다.

어쩌면 명상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Clam하게, 많이 좋았다.

 

공항에 도착했다.

대한항공 카운터에 가서 Check in을 하며 가방을 부치고 검색대를 통과,

오늘도 역시 걸려 손으로 더듬은 검색을 당했는데 어쩌면 뒤 바지 뒤 주머니에 넣은

마타 Ticket 때문이었던 것 같다.

 

"I love yout hat!"

라운지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에스프레소를 음미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한 멋쟁이 흑인 여자가 나를 빤히 바라보다 눈이 마주 쳤을 때 밝은 웃음과 함께

했던 말이다.

"Thank you!"라며 밝게 대답했다.

오늘의 여행모자는 2019년 11월 아해와 몽블랑 여행에서 샀던 Berenice다.

그 여행의 마지막 무렵에 파리의 한 백화점 Berenice에서 봤었고

그 매장에 있던 점원들이 “멋있다!“고 했었고

이후에 미국에서 아들부부(진얼·상아)와 식사를 할 때 쓰고 나갔었는데

“아버님, 멋있어요!”라며 상아가 감탄해줬던 그 모자다.

집에서 나올 때 아해가 준 생일선물 Hermes와 어떤 걸 쓸까 고민하다

이걸 선택했는데 훌륭한 선택이었다.

실은 에르메스를 쓰려다 공항검색대 통과할 때 혹시나 상처가 날까봐 이걸 선택한 거다.

아니 상처 나는 건 걱정이 없는 데 혹시나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컸었다.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 두통이 있어 약을 먹었고 자다가 가라앉지 않아

푹 자고픈 마음에 또 한 번 먹었는데 아직도 영향이 있는지 입안이 텁텁해서

양치질을 하고 싶음이 크다.

내 몸이 참 그렇다.

그럼에도 자존감이 높아진 나를 사랑하고 감사하다.

 

오늘 여행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공항까지 잘 도착해 무사히 Check in한 것에 감사하고

여행할 수 있을 때 편히 갈 수 있도록 만든 내 자신에 엄청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Carpe Diem**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