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730일째 2022년 12월 10일(토) 강화/맑음

송삿갓 2022. 12. 11. 13:37

천일여행 2730일째 20221210() 강화/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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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과 아버지 납골을 모신 효원공원묘원에 왔다.

한국에 왔으니까, 아님 아버지가 그리워 라기 보다는 어머님과의 약속 때문이다.

한국에 오기 한 달여 전 어머님과 통화를 할 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어머님이 혼자 납골공원을 가신다기에

그 먼 길을 혼자 어찌 다녀오겠냐며 내가 한국 가면 그 때 같이 가자고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지키려 오늘 어머님과 함께 다녀왔다.

집에서 20여분 걸어 버스를 타고 1시간여 이동, 송정에서 내려

5호선 지하철을 타고 신길역에서 천안역으로 향하는 1호선으로 갈아탔다.

수원을 지나 두 번째 역인 병점역에 내렸다.

초등학교시절 외가를 가려면 용산에서 전의역까지 순서대로 외웠다는 걸 어머님께

증명을 해야 갈 수 있었는데 그 때의 한 역 이름이 [병점]이었는데

용산역에서 한 참을 지나야 지나칠 수 있는 역의 이름이었다.

그 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효원납골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어머님은 아버님의 납골 앞에서 뭔가 한 참 기도하듯 부탁을 했다.

물론 내 앞길도 잘 지켜달라는 게 포함되었음을 안다.

모르는 첫 주변을 서성이다 어머님이 마쳤을 때 다가가니

꽃 하나 사서 꼽아 줄까?”라기에 고개를 끄덕였더니 1층으로 가셨다.

그제서야 아버지 납골 앞에 섰다.

나는 사람의 영이 있음을 믿지만 아버지의 영이 내가 자신의 납골 앞에 서 있는 걸 아실까?

아님 그냥 산사람들 자신의 마음 편하기 위해, 물론 나 역시도 그래서 온 거겠지?

잠시 시간이 지나 어머님이 꽃 한 송이를 들고 와서 아버님 납골 칸 꽃을 꼽는 곳에 찔러

넣고는 가자고 하시는데 그 시간이 도착해 20여분도 지나지 않았음이다.

납골당까지 도착하는 데 3시간여, 머무는 데 20여분, 또 돌아가는 데 3시간여

어찌 보면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음에도 어머님은 되었다며 한 숨을 쉬고

그런 어머님을 보며 나 또한 위안을 갖는다.

 

기억력의 망각

예전에 아버지가 나와(실은 도망) 사실 때 여기 근처 어딘가에 있었지?”

그럴 텐데 잘 모르겠네요.”

예전에 아버지가 집을 떠나 사실 때가 있었는데 어찌어찌해서 내가 처음에 알게 되었고

물어물어 혼자 사시는 곳을 찾았는데 그 때가 화성 어딘가에 있었다.

그리고 한 참 뒤 돌아가시고 화성의 납골당에 모셨으니 이게 단순한 우연이려나?

어딘가 장소가 생각나지 않은 건 그렇다 치고 아버님 모신 납골당의 위치가

내 기억과 너무도 다르다.

서울방향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철도를 기준으로 왼쪽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아니다.

오른쪽이고 길을 따라가다 납골당으로 들어서는 방향도 거꾸로 기억하고 있다.

매 번 올 때마다 내 기억과 다른 것에 당황하지만 그보다는 길눈이 밝은 내가

어뚱한 방향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에 너무도 생소한 나에 놀람이 더 크다.

단순하게 나이가 들어 그렇다고 얼버무리기에는 내 자신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나는 내 자신이 명상과 수련의 결과로 내가 유해졌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쩌면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약간의 실망감을 갖는 경우가 있다.

나이와는 관계없이 기억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명상과 수련의 결과로 합리화하는 건

아닌가하는 의구심 같은 거 말이다.

그럼에도 그것에 많이 집착하지는 않으려 한다.

그 또한 명상과 수련의 결과로 받아들이며 말이다.

 

갔던 길을 거슬러 집으로 잘 돌아왔다.

공원묘원에서 택시를 불러 병점으로 이동,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신길역에 내려 5호선으로

갈아타고 송정역에 내려 3000번 버스를 타고 강화에 들어서 용정주택앞에서 내렸다.

나는 강화터미널까지 가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자했지만

어머님은 늦었으니 아침에 버스를 탔던 곳에 내려 따뜻하게 추어탕 한 그릇 먹고 가자기에

내렸는데 어머님의 기억이 틀렸는지 아님 어두워 잘 못 찾았는데 모르지만

추어탕 저녁은 성공하지 못하고 걸어 집으로 돌아와 있는 것 데워 끼니를 때웠다.

먼 길을 다녀오느라 고단했기에 저녁을 먹고 서둘러 치우고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 하루 어머님과 먼 여행 잘 다녀 온 것에 감사하고

아버님 납골모신 공원묘원에 잘 다녀 온 것에 감하하고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Carpe Diem**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