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729일째 2022년 12월 9일(금) 강화/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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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내일 아침에 깨우지 말아주세요.”
“그래 알았다.”
어제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어머님께 부탁했는데
오늘 이른 새벽부터 부산하게 뭔가 하는 소음이 들리더니
문을 조금 열고는
“애비야, 콩물 먹어야지.”
“깨우지 말아달라고 했는데...”
“콩물만 먹고 더 자요.”
“네.”하며 몸을 일으켰다.
깨우지 말아달라고 했던 건 아침에 부산떨지 마시라고
콩물은 안 해도 된다는 의미였지만 거르지 않으신 거다.
어머님이 말씀하시는 콩물은 서리태를 물에 담가 불렸다가 새벽에 삶아
믹서로 갈아 주시는 건데 그냥 두유를 먹어도 됨에
“엄마가 해주는 거.”라는 이유를 들어 매일 아침 해 주시는 거다.
그래도 다행인 건 예전에는 수삼 한 뿌리 따로 주시며 먹어야 했는데
내가 삼이 소화가 잘 안 된다고 간곡한 사정을 한 후 지난 번 방문 때부터
수삼을 주지 않는 거다.
안 그래도 어머님 집에 있으면 삼시 세끼 꼬박꼬박 많이 먹어 속이 더부룩한데
수삼까지 먹으면 아무리 꼭꼭 씹어 삼켜도 소화가 되지 않는 게 확실하다.
암튼 어머님의 콩물을 먹고는 다시 누울 수는 없는 일
뭔가 분주하게 움직이면서도 주저리주저리 말씀하시는 뭔가를 듣고
다 알아듣지 못함에도 추임새를 넣으며 장단을 맞추곤 하는 것이 내 일이다.
이번 방문에 주요 내용은 최근 한 참 동안 어머님의 꿈속에서 아버님이 나타나는
건데 젊은 여자와 아이를 데리고 와서 집에 살겠다고 고집부리는 거에
그 여자 분은 “형님, 형님!”하며 아양을 떨고 아이는 “큰 엄마, 큰 엄마!”하며
보채기도 하는 데 그럴수록 아버지가 미워진다는 이야기를 어제부터 하신다.
때문에 밤잠을 많이 설치고 그런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는
“베개에 칼을 넣고 자면 괜찮아진다.“ 조언에 그렇게 했더니 며칠은 괜찮더니
또 그렇다는 내용까지 주저리주저리.
오후에 막내이모와 통화하는 데 그 스토리를 이미 여러번 들었다 하시고
저녁에 찾아온 동생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애비한테만 이야기하는 거다.”는 어머님 말씀은
사람들이 “너 한 테만 이야기하는 거니 너만 알고 있어.”와 같음이다.
어머님의 푸념을 듣다가 같이 아침을 먹고 있는 중에 요양보호사가 도착했다.
첫 요양보호사와 문제가 생겨 바뀐 두 번째 선생님인데 처음 보는 순간
미국에 있는 제수씨와 생김새는 물론 말투까지 비슷했다.
“밥하고 국만 떠서 이리로 와요.”라는 어머님 말씀에
“어르신 저 아침 먹고 왔어오.”라는 답에
“그래도 조금 더 먹어. 어여 떠서 자리 잡아요.”라는 재촉에
할 수 없다는 듯이 밥과 국을 떠서 이미 수저와 젓가락이 놓여 진
자리에 합석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케이블 TV회사에 전화를 걸어 인터넷이 안 됨을 이야기했고
오후에 기술자가 도착한다는 답을 들었다.
이어 비데 회사에 전화를 걸어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오는 수요일에 철수해 가겠단
답을 들었는데 한 달여 전 어머님과 통화를 할 때
“애비야, 저 비데 나는 사용하지 않는 데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네 동생한테 이야기
하니 알았다고는 해결해 주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좋겠니?“라는 말씀에
제가 집에 가면 해결하겠단 대답을 했었는데 오늘 해지 통보한 거다.
요양보호사와 어머님이 집안 청소하는 틈에 채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운동할 겸 다이소를 향한 것인데 비데를 떼어 가면 변기커버가 필요할 것 같았고
거실에 있는 화장실 샤워호스가 낡아 새고 있어 바꿔야 할 것 같았고
변기의 물통 안에 조금씩 새는 지 소음이 들려 물 내리는 Set를 사야 할 것 같았다.
20여분 걸어 다이소에 도착 변기커버와 샤워호스만 사서 집으로 돌아왔더니
그를 본 어머님이 “변기커버는 집에 있다.”며 꽁꽁 싸맨 큰 플라스틱 백을 들고 나왔다.
어머님다운, 그래도 나도 닮은 것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 실소가 스몄다.
외출했다 돌아왔을 때 오후에나 온다던 케이블TV회사 기술자가 와서는 인터넷
해결을 위해 라우터를 바꿨다며 시험해보라기에 잘 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일단 샤워호스를 바꾸고 변기물통의 것은 파트를 사지 못했기에 청소를 했더니
소음이 나지를 않아 다행으로 여기고 쉬었다.
12시가 되어 요양보호사는 떠나고 늘어져 시간을 보내다 누룽지로 점심을 먹고
어머님의 통장을 점검하며 일부 적금이 다음 주 금요일에 만기가 됨에
은행은 다음 주 금요일에 가기로 하고 집에서 쉬었다.
늦은 오후에 동생이 집을 찾았고 잠시 쉬다가는 저녁도 먹지 않고 집으로 갔다.
잠시 더 쉬다가 누룽지로 저녁을 먹고 쉬는 중에 집으로 갔던 동생이
천엽을 먹다가 너무 맛있어 들고 왔다며 먹어보란다.
이미 양치까지 마쳤지만 일부러 가지고 온 성의를 보아 몇 점을 먹었다.
동생은 이내 떠났고 어머님과 쉬다가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오늘을 마무리한다.
어머님 집에 잘 도착해 잘 잔 것에 감사하고
건강한 어머님께 감사한다.
요양보호사가 어머님께 “어르신, 어르신.”하며 다정하게 잘 도와주심에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Carpe Diem**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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