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887일째 2023년 5월 16일(화) 애틀랜타/맑음, 저녁에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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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게 일어났다.
어제 일정이 많아 그랬는지 고단하더니 제법 깊게 잤다.
세 번 깨서는 화장실에 다녀와 약간씩 버둥거리기는 했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다시 잠들고는 했었는데 아침에 다른 날에 비해 10여분 더 늦게 눈을 떴다.
‘에쿠, 늦었구나.’하며 다른 날에 비해 조금 빠르게 스트레칭 등 아침 루틴을 마쳤고
집을 나서면서 시간을 보니 5~6분 Catched up해서 다른 날에 비해 많이 늦지 않았다.
오늘 골프도 7시 39분,
Check in과 채비를 마치고 혼자 출발했다.
1번 홀을 잘 마치고 2번 홀에서 드라이버 티 샷을 하고는 두 번째 샷을 위해 걷는데
5번 홀 티 박스 쪽에서 방향을 틀어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음이 보였다.
멀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앞자락에 반듯한 타올이 있는 것으로
보아 금방 곽승 선생으로 알아봤다.
아마도 다른 사람과 걷다가 나를 보고는 오는 것으로 보여 졌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이후부터 18홀까지 둘이 잘 놀았다.
경희대 음대를 졸업했고 5·16 정변이후 정부에서 부정축재자의 재산을 빼앗은 것으로
문화사업을 한답시고 국악과 양악을 조합해 국민들에게 좋은 음악을 제공하다며
120명의 대규모 음악단을 만들었고 그 때 그 그룹에 속해 1년을 연습하고
지금은 세종문화회관이 된 시립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하다가 그 음악단을 만든
김종필씨가 좌천으로 일본으로 떠나고는 지원이 축소되어 48명으로 구성해 해외 순회
공연을 하다 미국에서 해체 할 때 남아 음악대학 6년을 더 다닌 이야기 등을 들었다.
좀 많은 이야기를 듣느라 운동에 집중 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어른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그 분에게는 위로가 되는 것 같아 불만 1도 없이 추임새까지 넣으며 들었다.
“당신 샷은 착착 달라붙는 소리가 나.”
“그래서 일본인인 키쓰가 저에게 ‘닌자’라는 별명을 붙였고 그렇게 불립니다.”
“일본식 칭찬이네.”
18홀을 마치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는 데
“늘 하는 소리지만 참 복스럽게 생겼어.”
“네, 감사합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아니야. 정말 그래. 양쪽 볼을 보면 복스러워. 아마 관상보는 사람들고 같은 말 할꺼?”
“네, 대단히 감사합니다.”라며 웃었더니
“거봐, 웃으면 더 그렇다니까. 여자들한테 그렇게 웃지 마.”
“네. 명심하겠습니다.”
골프를 마친 후 아해의 가디건을 Pick up하기위해 East Cobb의 Ann Tylor로 출발했다.
Goole 길잡이(Navigation)가 인도하는 대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데
익숙하지만 오랫동안 가지 않았던 길임을 알아챘다.
정광박 장로와 정정순, 참 정감이 가는 부부.
특히 정정순 여사는 큰 이모 같이 날 잘 챙겨주면서 온화한 미소를 많이 지으셨다.
내가 힘들어 할 때 생각지도 못하게 일부러 불러 밥을 해 주시고
된장국을 맛있게 끓여 두 그릇을 먹었더니 다음에 또 불러서 해 주셨던 그런 분이셨는데...
마침 어제까지 보았던 <오늘은 좀 매울거야>의 Ost 중 정밀아의 [먼 곳]이 흘러나온다.
저기, 저기까지
높이 올라가네
나는 작아지고
구름 날리다 사라지네
어디쯤이었었나
그때 그 바다말야
그댄 어디쯤 가고 있나
저기보다 얼마나 더 먼 곳일까
음, 눈물보다
더 뜨거운 그리움이 자꾸 차올라
애써 저 멀리 먼 곳을 보다
부는 이 바람 그대인가 하네
음, 그리움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아픈 것을 이제야 알고
아무것도 아닌 날 문득 마주친
나무 그림자처럼 선명할까
고급 옷 Alteration Shop을 하시던 부부는 두 딸을 하버드에 보내 졸업을 시키시고는
은퇴하시겠다는 말을 들었을 즈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정순 여사께서 암
(어떤 암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Alteration shop의 먼지 때문이었다고 하니 폐암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찾아 갈 수가 없었다.
너무 쇠약해져 조심한다며 외부의 사람들을 아예 집에 들이지 않는다 하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가고싶어 집까지 가서는 전화를 드렸지만 받지 않으셨고
우체통에 좋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메모만 남기고 돌아섰는데 나중에 메모 잘 봤다는
메시지만 왔었다.
부부는 아예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정 장로님이 혼자서 밥을 해서 먹이는 등
꼭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의 한석규처럼 지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다가
여사께서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서야 볼 수 있어 한 없이 눈물을 흘렸었다.
그리고 오늘 그 분들이 하시던 Alteration Shop 근처와 사시던 동네를 지나며 운전하는 데
들리는 음악까지 그러니 오늘의 행로는 그냥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겼다.
물론 눈물도 나면서 정정순 여사의 인자한 미소를 되새겼다.
아해의 옷을 찾아 집으로 갔던 길을 돌아오며 한 번 더 상념에 잠겼다.
그렇게라도 추모하는 것 같아 내 마음이 편해져서 참 다행이고 감사했다.
오후를 쉬다가 어묵국을 끓이고 임연수를 구워 무생채, 두부조림 등과 함께 저녁을 먹고는
TV를 보면서 저녁을 쉬다가 아해와 통화를 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
오늘 좋은 날씨에 감사를 하고
곽승 선생과 운동을 잘 한 것에 감사하며
아해 옷 Pick up잘 하고 아해와 통화를 한 것에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Carpe Diem**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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