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김창래

송삿갓 2023. 6. 2. 08:47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김창래

 

요즘 음식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쓰는 기본재료는 양파다. 뭔가를 볶을 때 양파기름을 만들고 국을 끓이거나 찌개를 끓일 때도 양파가 빠지지 않는다. 물론 다진 마늘도 양파와 같이 많이 쓴다. 대파나 저민 마늘은 거의 쓰지 않는 데 사러가기 불편함이 있지만 오래 보관하고 관리하기 쉽지 않아 그런다. 쪽파를 썰어 냉동실에 보관해서 사용하지만 기름을 내는 데에는 사용할 수 없고 곰탕이나 계란찜 등을 만들 때 넣기에 그리 많지는 않다.

 

보관하기 어렵다함은 상하거나 물러 버리는 게 아까워서다. 아깝다고 조금 이상한 것 억지로 먹었다가 탈이 나거나 속이 불편해지는 경험을 몇 번 하고나서는 더욱 멀리하게 되었다. 대신 브라운양송이나 양상치를 많이 먹는 이유는 매주 가는 Costco에 있어서고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의지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참 올 들어 많이 사용하는 재료 중 하나가 파프리카다. 매운 고추를 잘 못 먹는데 그나마 고추 맛을 낼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하고 색이 좋아 음식의 때깔을 좋게 하는 것에 풍성해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음식을 만들 때 정형화된 레시피를 거의 따르지 않는다. 그냥 손과 몸이 기억하는 재료와 순서, 그리고 양을 넣는 데 요즘 들어 음식 만들기 전에 넣어야겠다는 재료를 생각하지만 실제 할 때는 빠뜨리는 경우가 많아져 양념이나 재료를 복잡하게 하지 않는 큰 이유가 되었다.

 

책을 읽으며 짜임새가 덜 하고 반복하는 게 많으면 읽기 싫어지고는 하는 데 이 책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책으로서는 조금 어설프고 짜임새가 덜 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끝까지 잘 읽었다. 책의 뒤표지에 평을 써 놓은 한 분은 이 책에서 어떤 사람은 레시피를 읽겠지만 어떤 사람은 마음을 읽을 것이다.’라고 했다. 조금 짜임새가 덜 하다는 느낌에도 끝까지 읽은 건 그 마음을 읽고 싶었기 때문일 게다.

 

레시피 개념으로는 내 냉장고에는 이런 재료 없고 많이 사지도 않는데. 또 이렇게 복잡하게 하지도 않는데... 맛은 내 것 보다 훨씬 더 좋겠다.’란 생각을 했다. ‘! 마른해삼을 불려 뭔가 해 먹어야겠다.’라든지 앞으로 밥에도 강황을 넣어야 겠다.’라는 걸 얻는 것으로도 레시피로는 충분했다.

 

이 책의 뒤표지에 또 이런 글이 있다. ‘읽는 나는 자꾸만 다짐한다. 오늘 더 사랑하겠다고.’ 이게 내가 이 책을 계속 읽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 담에 이거 해 주면 좋아하겠구나.’, 라고 가장 크게 느꼈던 건 돔베국수다. 어떤 건 읽으며 이건 먹지 못할 텐데.’라는 생각이 든 부분이 있고 특히 무염음식을 하며 맛을 내는 데 매운 맛의 쥐똥고추를 쓴다는 걸 알게 된 것에 마음의 울림이 있었던 건 유난히 짠 걸 싫어하니 나도 해봐야겠다는 새로운 배움이었다.

 

이번 한국을 다니러 오기 한 달여 전 이 드라마 한 번 봐라는 추천에 보게 되었고 OST가 울림이 있어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자주 들으며 그리움을 달래곤 했었다. 그리고 한국에 오기 직전 책을 주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한국에 도착한 날 쑥 내민 가장 큰 선물이 이 책이었다. 읽기 시작하고 너무 빨리 읽는 게 뭔가 빠뜨릴 것 같고 아까워 천천히 꼼꼼히 읽으며 떨어져 있으면서 그리워했던 내 자신을 달래고 얼렀고 오늘 더 사랑하겠다고 다졌다.

드라마에서는 아들이 고등학생이었다가 대학교를 가는 등 젊었잖아. 그런데 책에서는 아들 나이가 서른이 넘은 게 주인공부부가 나이가 제법 많은 것 같아.”라고 했는데 어제 저녁 먹으면서도 비슷한 내 이야기에 그 이야기 몇 번 한 지 알아? 검사받아 봐야해.”라는 핀잔을 들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책의 주인공보다 젊고 그런 병도 없으니 다행이라며 쓸어내리는 안도의 마음이기에, 또 책을 읽으며 느꼈던 애틋함을 담은 서툰 애정표현이었는데 한 마디 들으니 찔끔했지만 함께 있음이 마냥 좋기만 했다.

 

참 나도 정형화 된 레시피대로 하는 게 있다. 밥이다. 현미와 현미찹쌀, 병아리콩에 잡곡, 서리태와 흑미, 팥에 랜틸콩에 퀴노아, 그리고 KamutOat까지 저녁부터 불렸다 아침에 외출하면서 압력밥솥에 3시간 발아로 눌러놓고 나갔다 돌아오면 집안에서 나는 밥 냄새를 즐기고 조그만 그릇에 담아 냉동실에 넣었다가 먹는 데 이건 거의 변함이 없어 이제는 내 정형화된 내 레시피다. 단지 다음부터는 강황가루를 넣어야겠다는 건 이 책에서 얻는 배움이다.

 

어제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이 책 읽기를 끝낼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몇 쪽을 남겼는데 아침에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읽기를 마치고 책후기를 쓰려는 마음에서였다. 아침에 일어나 남은 몇 쪽을 읽기를 마치고 드라마 OST를 틀고 자리잡고 앉아 이 후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공복의 상태로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책의 여운을 온전히 즐기고픈 마음에서다. 더 깊이 있게 즐기려면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책의 마지막은 주인공이 혼자 제주도를 걷는다. 산방산에서 석양을 만나는 데 그는 혼자였지만 나는 같이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담으며 후기를 마친다. 마침 먼 길이라는 제목의 OST가 들려 차분하게 들었다. 그리고 마음에 새긴다. 오늘은 더 사랑하겠다고.....

 

June 2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