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삿갓의 골프를 즐기는 열한 번째 이야기
"고스톱을 잘하자"
“한가위”
한국을 떠나 살면서 좋은 단어 가운데 잊혀져가는 단어 중 하나가 “한가위”다.
어린 시절에 시골에서 있을 때 한가위가 다가오면
여름 내내 꽁 보리 밥에 머루나 들 참외 등
들에서 나는 것 들을 먹다 하얀 쌀밥에 고깃국을 먹을 수 있고
때때 옻을 입을 수 있는 것이 기다려졌고
조금 더 자란 뒤 서울로 이사해서 명절이면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친지들이 서로 인사를 다니다
저녁이면 한 집에 모여 앉아 즐기던 고스톱
그러다 한국을 떠나니 처음 몇 년은 한국 한가위 다가오면
미국에서도 간단하게나마 명절을 보내자고 하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무덤덤해지고 추석이 오는지 설이 오는지
별로 관심 없이 지내다 보니 한가위라는 단어도 잊혀져가고
고스톱이라는 즐거움도 빛바랜 사진과 같이
추억의 한 켠으로 숨어 버렸다.
같은 단어이면서 전혀 다른 “고스톱”이라는 단어가
골프에서 중요하게 자리하게 되었다.
방향을 설정하여 자리를 잡고(이를 어드레스라고 함)
호흡을 가다듬고 백스윙을 하여 Top에서 멈추는 듯하다가
다시 원위치로 다운스윙하며 볼을 치는 것이
골프라는 것은 진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그 과정에서 망설인다는 것이다.
어드레스 하면서도 방향이 잘 못 된 것은 아닌지
백스윙을 하면서도 전 홀에서 슬라이스 났던 볼을 생각하면서
또 슬라이스 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면서 다운스윙을 하고 볼을 친다.
이렇게 할 때 어떤 결과가 있을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수 없이 다짐하지만 실수의 반복이다.
또 퍼팅을 할 때는 어떤가?
경사를 읽고 퍼팅을 위한 자리를 잡고 퍼팅을 시작해서 볼을 치는 짧은 순간에
경이로울 정도로 빠르게 잘 안되었던 수많은 경험들이 스치고 지나가는지
그 와중에 퍼팅한 볼이 엉뚱한 방향으로 볼이 가면 과정의 잘 못 보다는
외부에 어떤 문제가 없었는지 먼저 찾는다.
만일 그 순간에 누군가 움직였던 것 같으면
그 것 때문이라고 자위하기도 하고 조금 심하면 한 마디 한다.
“남 퍼팅할 때 움직이지 맙시다.”
또 다른 한 예로 퍼팅에서 테이크 백 할 때 퍼터가 일직선으로 가지 못하고
지그재그 흔들리는 경우에 잘되겠지 하면서 그냥 볼을 친다든가
드라이버샷에서 백스윙이 부드럽지 못해 불안함을 느끼는데
“그냥 고” 하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은 이렇다.
치겠다고 마음먹고 이미 스타트 했으면 그냥 “고(Go)"를 해야 한다.
잘 안되던 전 홀 생각하지 말고 현재의 볼에 최선을 다해
잘 날아가는 그림을 떠올리며 샷을 계속 진행하고
퍼팅에서도 ”안 들어가면 어쩌지?“하는 불안한 마음 떨쳐 버리고
들어가는 상상만 해야 하는 못 먹어도 고를 해야 한다.
못 먹어도 고를 했는데 뭔가 이상하거나 불안하면
스톱을 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고수들일 수록 백스윙에 탑을 지나 다운스윙을 시작했음에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멈추고 어드레스부터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퍼팅에서도 마찬가지 퍼팅을 시작했더라도 맘에 들지 않거나
문제가 있다 싶으면 멈춰 어드레스를 풀고 볼 뒤와 반대편에 가서
경사를 한 번 더 보고(경사를 다시 본다는 의미도 있지만 마음을 가다듬기도 한다)
다시 시작하는 모습이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하이 핸디캡(흔히 말하는 하수)일수록 멈추지 못하고
잘되겠지 하는 마음, 혹은 다른 사람의 눈치 때문에
그냥 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그러면 잘 될 리도 없고
남 눈치 본다고 기회를 다시 주지도 않을 뿐만이 아니라
내기 골프를 하고 있다면 행복을 상대에게 기부하는 행위다.
이미 샷을 하려고 마음먹었으면 다른 생각 말고 샷에만 집중하던가,
이미 시작했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멈추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하는
결단력이 있는 골프가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골프를 정말 잘 치려면 “고·스톱을 잘해야 한다.”
'송삿갓 골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삿갓의 골프를 즐기는 열세 번째 이야기 - 홀 아웃을 잘하자 (0) | 2015.08.12 |
---|---|
송삿갓의 골프를 즐기는 열두 번째 이야기 - 숨쉬기를 잘하고 어깨의 힘을 빼자 (0) | 2015.07.17 |
송삿갓의 골프를 즐기는 열 번째 이야기 - 공공의 적이 되지 말라 (0) | 2015.05.22 |
송삿갓의 골프를 즐기는 아홉 번째 이야기 - 룰을 잘 활용하라 (0) | 2015.05.22 |
송삿갓의 골프를 즐기는 여덟 번째 이야기 - 귀찮아하지 마라 (0) | 2015.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