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우리 우리 설날......

송삿갓 2011. 1. 27. 23:05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오늘아침 그러니까 서울의 금요일 저녁 시각에

한국에 계시는 어머님과 통화를 하였다.

 

통화를 하면서 어머님의 첫 음성을 듣는 순간

어머님의 가락시장 병과 명절 병이 번뜩 스쳐지나갔다.

 

명정만 되면 상을 차리기 위해

동네에서 보다 가락시장이 많이 싸다며 장을 보러 가시고

무거운 재료를 혼자 들고, 이고 하다가

좋지 않은 허리에 무리가 가서 끙끙 앓는 것이 가락시장 병이다.

 

가락시장을 다녀와서 몸살을 앓느니

조금 더 비싸도 동네에서 사는 게 경제적이라고 말씀 드려도

몸 아픈 것은 경제 손실로 생각하지 않는 옛 사람 생각에

그리고 조금 더 싱싱한 것으로 상을 차려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들을 대접하는 것이 예의라며

명절만 되면 반복해서 치루는 행사 병이다.

 

예전에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는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같이 다녀오시기에

무리가 덜 하셨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가락시장 병에 명절 치루는 어려움까지 겹쳐 더욱 심해 지셨다.

 

그런 것을 아는 동생들이 번갈아 가며 명절 직전에

장 보는 것을 도우면서 어려움을 덜어 주려는 노력도 하지만

꼭 혼자서 한 번씩 더 다녀오는 통에 몸살을 자청하신다.

지난 월요일에 바로 밑 동생이 같이 장을 보고 모셔다 드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올해는 가락시장 병을 없으려니 방심했던 게 내 착각이었다.

 

명절 10여일 전에는 김치나 조금 더 숙성시켜 준비해야 할 것이 있고

1주일 전에 준비해야 할 음식이 따로 있다는 설명도

매년 들었건만 내가 왜 그것을 잊었을까?

올해는 길을 잃어 두어 시간을 헤매다보니 더 힘들었다는 이야기에

곁에서 돕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미안했다.

 

통화를 하면서 힘들어 하는 목소리로

“난 괜찮다. 오고싶지?”하시는 데

가슴이 뭉클 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어머니는 그렇게 힘든 가락시장 과 명절 병을 앓으면서도

찾아오는 가족들을 기다리는 마음에

그리고 타국에 있어 같이하지 못하는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은

설레임과 아쉬움이 뒤섞여 육체의 아픔을 달래는 것 같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설날이 지나간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날 잘 보내기를 바라며......

'그리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에서 찾아 온 여학생...  (0) 2011.02.11
Who knows?  (0) 2011.02.02
하얀 세상  (0) 2011.01.15
내가 알아 들을 수 있는 언어  (0) 2011.01.06
2011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 2011.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