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저예요”
“그래 아들”
“별 일 없으세요?”
“그래 별 일 없다.”
“어머니, 오늘은 '엄마'라고 하면 안 돼요?”
“왜 무슨 일 있니?”
“아니요 그냥...”
50 넘은 나 큰아들이
7순을 넘긴 어머니와의 통화다.
언젠가부터 엄마 대신 어머니로 호칭하였다.
아마도 내가 결혼을 하고 내가 아버지가 되고 부터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들에게 “엄마”는
꿈도 없고 여자도 아닌 그냥 “엄마”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이나 가지고 싶은 것도 없다.
엄마는 가고 싶은 곳도 없고 최대의 행복은 아들 딸 들이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다.
저녁에 가끔 졸기도 하지만 잠이 많지 않고
아침에는 가족들 중 가장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다.
아버지를 비롯한 아들 딸 들이 언제라도 배고프다면 뚝딱 음식을 만들어 내고
엄마는 배도 고프지 않고 만들어 준 음식을 맛있게 먹어 주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고 한다.
엄마에게 쉬는 것은 인생의 낭비이며
늘 뭔가 일을 해야 하고 지치지도 않는다.
엄마는 어쩌다 허리를 펴며 팔다리가 쑤시고 허리가 아프다고 하지만
그것은 그냥 하는 소리에 불과하고
“나이 들면 다 그렇다.” 라고 이야기 한다.
엄마는 아프지 않은 무쇠 건강을 가지고 있고
남편이나 아이들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간병을 하면서도 힘들지 않고
좁은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고서고 피로가 다 풀리는 사람이다.
우리는 엄마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모르는 게 더 많다.
엄마는 우리가 모르는 아픔이 많고 걱정도 많으며
우리가 모르는 희생과 봉사도 많이 한다.
엄마는 그리움이 없이 사는 것 같은데
늘 친정엄마를 그리워한다.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우리와 똑 같은 사람이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남편의 생일 축하파티를 위해
서울에 있는 작은 아들 집에 가는 길에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과정에
남편의 손을 놓치면서 서울역에 혼자 남겨져 실종되어
엄마를 찾는 두 아들과 두 딸, 그리고 남편에 대해 쓴 소설로
17세에 시집 온 과정부터 실종 때까지를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인 딸이 “너” 그리고 남편이 “당신”이라는 식으로
아들과 딸, 남편을 3인칭으로 호칭하고 현세도 아니고 완전히 세상을 떠난 것도 아닌 세상에 있는 본인을 “나”라는 1인칭으로 호칭하여 잊혀지고 잊었던 본인을 되찾는 듯 한 소설이다.
소설에서 헛간, 장독대, 머위라는 단어를 읽을 때만 해도 일반 시골집의 정경을 그렸는데 “살강”이라는 단어를 읽으며 순간적으로 내 기억을 40년 전 즉, 처음 학교에 입학했던 시절의 시골집 풍경으로 나를 이끌었다. 엄마의 엄마집의 사랑방에서 살던 그 시절 외할머니가 사시는 안채의 부엌의 뒤쪽 벽 중간에 연기로 인해 검게 그을렸지만 반질반질하게 닦고 큰일 때만 사용하려고 엎어 놓은 백색 사기그릇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던 선반이 “살강”이라고 하였다. 그 단어를 2학년을 마치고 서울로 이사한 이래로 40년 넘게 듣지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소설 속에서 읽고 그 시절의 시골집에 디테일하게 그려지며 나를 이끈다.
“아! 내가 엄마를 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 했었는데, 아! 이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이 일며 “엄마”가 그리워 졌다.
“잠도둑”
밥맛을 돋구는 젓갈이나 김, 김치 등의 반찬을 “밥도둑”이라 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에 맛있는 김 한 장 얹어 먹는 맛이나 밥을 물에 말아 적당한 크기의 오징어 젓갈 하나 얹어 먹는 맛이 그런 맛일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한 번 잡으면 깊은 나락에 빠지는 것처럼 동화되고 눈을 떼지 못하는 책이 있다.
언젠가 이 소설을 읽은 아내가 “내가 책 읽으며 잘 울지 이 책을 읽으며 몇 번을 울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미뤄 두었던 것인데 인터넷 신문에서 이 소설이 “Please Look After Mom”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출판 한다는 뉴스를 잃고 2년여 전에 구입한 기억이 있어 늦은 저녁 손에 잡았다.
늦은 저녁에 읽기 시작하여 잠자리에 들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의 잠자리에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Guest Room으로 옮겨 새벽녘에 다 읽었다. 내 잠을 빼앗아 간 “잠도둑”이 된 것이다.
번개와 천둥이 치며 바람과 함께 강한 비가 내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듯이 현실로 돌아왔다. 슬프다는 생각 보다는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 것으로 끝내지”하는 아쉬움과 함께 나도 모르게 줄줄 눈물이 난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어머니 저예요”
“그래 아들”
“별 일 없으세요?”
“그래 별 일 없다.”
“어머니, 오늘은 ‘엄마’라고 하면 안 돼요?”
“왜 무슨 일 있니?”
“아니요 그냥...”
"그래라"
"엄마 사랑해~~"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큰아들인 나를 더 의지하게 된다는 "엄마"
오늘은 "엄마"라며 응석부리고 싶은데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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