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04일째, 2015년 10월 2(금) 애틀랜타 흐림/비
지금 미국 동해안에 태풍이 올라가고 있어
허리케인과 홍수 주의보가 내려있다
그래서 동해한 도시는 상점들이 문을 닫고
무언가 날아와 유리를 깨뜨리고 물이 들이치는 것 등을 대비하기
창에 합판을 대고 바닷가는 불도저로 모래를 밀어 턱을 만들곤 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오후부터 애틀랜타도 큰 비가 내린다 하며
조심하라는 뉴스가 있었다
에궁~
‘그럼 오늘부터 내일까지는 운동을 못하나?’
그럼에도 오전에는 비가 덜 온다는 예보로
아침 일찍 운동을 하기로 하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물론 어제 조금 무리해서 약까지 먹고 잠자리에 들었더니
몸이 천근만근이고 약간의 콧물도 훌쩍거리지만
내일까지 쉬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아닌 걱정에 길을 달렸다
원래 내가 뭔가를 결정하고 하기 시작하면 잘 안 변하거든
어떤 사람, 특히 내 파트너는 나에게
“한 번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너무 집착한다”는 비난 섞인 걱정도 하고
목요사랑방사람들은 매주 모이는 모임에
4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 점심 메뉴를 변하지 않는 것을
“특이하다”라고 할 정도로 변하길 싫어하기도 한다
목요사랑방은 ‘청담’이라는 한국식당에서 모임을 하는데
도우미가 와서 “주문하세요”라면, 난 “밥 주세요”한다
그럼 익숙지 않은 도우미는 “밥이요?”라고 반문하지만
내 주문을 하는 도움비는 “네, 이미 적었어요”라고 하지
나 나름대로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시스템을 한 번 셋업하기 위해서는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수정보완하고 때로는 다 버리고 새롭게 하기도 하면서 만들거든
그러다 몇 번을 시험삼아 해 보고 문제가 없으면 ‘직진’이 내 특성인데 말이야
조금 벗어나서 목요사랑방에서 먹는 점심 메뉴를 들렸다 가자
내가 주문하는 음식은 콩나물북어해장국인데
소금을 넣지 말아달라고 주문하거든
그럼 소금을 안 먹느냐고?
그건 아니지
새우젓을 다른 접시에 따로 달라고 한다
대체적으로 식당에서 주는 국물이 있는 음식이 짜요
그것은 음식에 대해 조금 아는 사람들은 이유를 알아
MSG를 넣지 않는다고 하는데 맞을 수도 있어
하지만 손님들이 맛없다고 할 까봐 대신에 핵산조미료를 넣고
조금 많은 나트륨과 기름을 넣는다
그래야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기 때문이야
또 다른 것은 맛을 느끼는 혀는 뜨거울 때 맛에 둔해져
그래서 양념을 약하게 하면 적게 느끼기 때문에 강하게 하는 거야
하지만 식으면 분명히 짠데 그런 음식을 먹으면 나중에 물을 찾게 되어있어
나는 그게 싫은 거야
하지만 다른 음식은 한 번에 많이 끓여서 덜어내기 때문에
주방과 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시행착오 끝에 택한 게 ‘콩나물북어해장국’이야
한 그릇을 따로 끓이게 해도 덜 미안하고
북어와 콩나물, 두부와 무를 넣고 끓이니 내 몸에도 나쁘지 않고
그래서 변하지 않고 한 메뉴만 고집하는 거지
일주일에 한 번 인데 뭘~
아유~ 또 사설이 길었다
운동도 그래
사람이 습관화 되는 기간과 근육이 만들어 지는 기간이 비슷하게 평균 ‘90일’이래
결심하고 뭔가를 시작해서 90일을 매일하면 습관화된다는 거지
많이 담배 피는 사람이 “담배를 끊어야지”라고 마음먹고 90일을 지나면
끊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반대로 담배를 연속해서 90일을 피면 끊기 힘들다는 말도 되고
운동은 조금 더 특이해
같은 운동을 매일 90일 하면 그 뒤부터는 자꾸 하고 싶어지면서
처음 시작했을 때 시작한 근육이 자리를 잡는 기간이라고 한다
그래서 습관화 된 것도 한두 번 안 하기 시작하면
이유를 들어 안 하려고 하는 습성을 가진 게 평범한 사람이다
매일 출석하던 모임에 어떤 이유에서 건 한두 번 빠지면
다음에 비슷한 이유가 생기면 빠지고 싶고 그러다 보면
빠지는 이유가 다양해지고 빈번해 진다는 거지
그러면 어느 순간에 빠지는 것이 습관화 되는 거야
내가 두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그거야
운동을 이런저런 이유로 빼먹기 시작하면
이유가 점점 넓어지고 횟수가 늘어나는 거지
내가 운동을 적지 않게 하는 편인데
때로는 나 역시도 하기 싫을 때가 많다
어떤 사람을 생각하며 ‘그 사람은 운동 안 해도 잘 먹고 잘 사는데’라는
생각을 한다는 거지
그것 말고도 덥고, 춥고, 피곤하고, 바쁘고, 배고프고, 배부르고
얼마나 이유가 많으니?
그래서 즐겁게 하는 운동을 하는 건데
어떤 사람은 신선한 공원을 사색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바람을 가르며 뛰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
그렇게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건데
내 경우의 카트를 밀며 걷는 골프가 그에 해당한다
푹신한 풀밭을 걷기에 무릎에 무리도 안 하고
자연과 벗하며 걷기에 더욱 깊은 사색을 할 수 있기도 하고
또 골프는 판단력과 결단력을 요구하기에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기도 하니 좋지
하지만 그 좋은 것도 하기 싫을 때가 많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많잖아
골프장에 가야하고 거기를 왔다 갔다 하는 데 필요한 시간 말이야
그래서 꾀가 나면 싫은 때도 있는데
오늘 같은 날이 그 중에 하나야
‘이미 비가 많이 내려 바닥은 축축하지요
비는 온다고 하지요
바쁜 금요일 이지요
어제 무리해서 몸은 무겁지요
거기에 골프장 그린을 에어레이션해서 퍼팅에 터덜거리지요‘
안 갈 이유가 가야할 이유보다 훨씬 많아
그런데도 가는 쪽을 택한다
습관이 되어 있고 내 습성이기도 하지
내가 내 자신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가 해야 할지 말아야할지를 고민한다는 것은 하는 거다’
그만두고 싶을 땐 눈 딱 감고 포기하는 거 그게 나야
그럼에도 고민하는 건 왜 그러냐고?
나 자신을 부추기는 거지
결국 오늘도 운동을 했어
바닥이 젖어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다행이 비가 오지 않아서 잘 했어
그러면서 천일여행의 끝을 상상했다
거기엔 내 안식처가 있기에 말이다
즐거웠어, 그리고 행복했어
비 오는 금요일을 그렇게 보냈다
참! 골프장에 내가 명명한 황금단풍이 있거든
천일여행을 생각할 때 ‘그 단풍이 세 번 바뀌면 된다’고 했던 나무
얼마 전만 해도 푸르더니 오늘 보니 꽤 노랗게 변했더구나
조금 있으면 황금색으로 변할 거야
천일여행을 잘하고 있다는 뜻이지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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