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왕도(王道) - 앙드레 말로

송삿갓 2015. 10. 4. 09:51

왕도(王道) - 앙드레 말로 -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또 죽는다

태어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나 자기가 만들어낸 환경에 따르지 않고

부모에 의해서, 그러니까 순전히 타의에 의해서 태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죽음은 사고로 혹은 다 살고 자연사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듯이 어느 정도는

자신이 선택하거나 상황을 그릴 수 있다

그래서 잘 태어난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살 수도 있지만

우상이 되거나 떠받들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죽음은 다르다

어떻게 죽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기고 하고

떠받들어지기도 하며 추도와 추모를 받기도 한다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왕도의 한 주인공 페르강이 한 말로

누구나 죽음이 있는데 그를 위해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인생을 잘 살지 못 살면 죽음 앞에 혹은 죽은 뒤에

그 사람의 인생이 좋지 않게 평가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앙드레 말로의 왕도는 앙드레 말로가 193029살의 젊은 나이에

쓴 작품으로 말로가 스무 살 때 실제로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였던

베트남으로 건너가 고대 크메르 무화유적 발굴 작업에 손을 댔다가

도굴 혐의로 체포되어 감옥생활을 하다 앙드레 지드나 사르트르의

구명운동으로 3년 뒤인 1924년에 파리로 돌아와 쓴 소설로

자전적 소설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소설을 읽다보면 정글을 헤쳐 가는 주인공이

잘 보이지 않는 축축한 동굴에서 손바닥으로 바닥일 짚고

발끝으로 기어가는 장면 등은 해보지 않으면 상상하기 힘든 부분이며

등장인물들과 현지의 실제 사실이 많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말로가 자신의 체험을 기본으로 일부의 허구를 삽입하여

젊은 기백으로 거침없이 쓴 소설이라는 것이다

 

왕도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클로드와 페르캉 등 두 백인이

옛날에 인도차이나에서 번영을 누렸던 크메르 왕국의

옛 사원으로 이어지는 왕의 길을 탐험하여

미술품을 찾는 과정에 나타나는 수컷의 본능, , 죽음을

묘사하는 소설이다

 

특히 나이가 많은 페르캉은

여자를 섹스의 곁다리쯤으로 여기지 않고 섹스를 여자의 곁다리쯤으로

여기는 남자는 안타깝게도 사랑에 빠질 나이라고 하던가

죽음이 바로 거기 있다, 마치 부정할 수 없는 부조리의 증거처럼이라든가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라는 것은

죽음과 성에 대해 거침없이 쏟아내는 소설의 핵심이기도 하다

또한 모이족에게 포위를 당해 절체절명의 죽음 앞에서 페르캉은

그 꼴을 보고 치밀어 오르는 격분에 끌려

자신의 파멸에 맞서 싸우려는 투쟁심이 불끈 솟는 성욕처럼

미친 듯이 용솟음 치는 것이었다라며

권총을 들고 포위망을 향해 혼자 걸어가며

모이족이 설치한 전침과 가시덤불에 찔리고 찢긴다

 

이는 남성이 우월성을 보이고 싶어 하는 영웅심리와

어떻게든 자신과 자신에 속한 편을 살려보겠다는 리더십 등이

수컷의 본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토벌군을 따라 모이족을 정벌하는 길에

클로드는 부상당산 페르캉을 두고 갈 수 없다며

방콕으로 가는 길을 택하지 않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사지로 따라가는 것을 선택한다

 

소설에서는 이 부분을 이렇게 묘사한다

어째서 그와 함께 갈 결심을 했을까?

그러나 클로드는 페르캉을 내버리고 갈 수 없었다.

페르캉이 도저히 한데 섞일 수 없는 인간임을 뻔히 알면서

인류와 죽음에 그를 내 맡기고 떠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가 몰랐던 새로운 힘의 시련에 부딪친다는 것이 마치

하나의 계시인 양 클로드를 끌어당기고 있었다는 것이나

소설의 끝부분에 죽어가는 페르캉을 보면서 어렸을 때 들은

한 구절이 떠올라 화가 치밀어 오르며

주여, 저희들의 고통을 함께 지켜 주소서라는

부르짖음에 이어 이렇게 묘사한다

미칠 것 같은 우정을 말로써가 아니고

손과 눈으로써 표현하리라, 클로드는 숨이 끊어지는

페르캉의 어깨를 꽉 부등켜안았다

이것은 죽음과 수컷들의 본능과 우정을 묘사하는 부분이다

 

페르캉은 부상을 입었고 의사로부터 죽을 수밖에 없다는 예시를 듣고는

노예인 크사에게 여자를 준비시켜 달라는 명령을 한다

그리고 여자를 맞이하여 여자에게 몸부림치는 쾌락을 주기위해

자신의 성욕을 분출한다

책에서는 페르캉은 여자의 몸을 때려눕히다시피 하여

제 것으로 만들었다. 사나운 욕정이 그 육체와 그를 이어 주고 있었다

 

이와 같이 말로는 이 소설을 통해 남자들의

욕망과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몸부림

그리고 동질성의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외국어로 쓰여진 소설을 모국어로 번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어쩌면 직접 창작하는 것 보다 더욱 힘들다고 한다

내 언어로 표현되기 어려운 외국어가 있기도 하고

비슷한 뜻이라도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는 외국어를 모든 것을 포함하여 번역하는 것이 어렵다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만큼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언어인데도 무장으로 보면 힘들고 이해가 되지 않아

원래 작가가 이런 뜻이나 의도로 썼을까 하는 것이

앞으로 읽어나가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하였다

 

만일에 번역한 사람도 소설의 상황이나 내용에 대해

체험 했었더라면 달리 표현하거나 조금 더 구체적인

묘사를 살렸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물론 적지 않은 노력과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소설의 깊이를 다 알지 못한 것 같은 부족함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소설을 접할 수 있도록 한

출판사와 번역자에게 감사드린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October 3 2015